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불만다라] 80. 쾌락이라는 덫

기자명 법보신문

자신 단속하는 八戒가 행복의 출발점

인간의 쾌락은 지나치기 쉬워
그들은 쾌락에 얽매여 젖어있다
환락에 빠져 쾌락을 찾는 사람은
삶과 늙음의 괴로움을 받는다.                   
                                 - 『법구경』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오늘의 주제는 쾌락과 환락이다. 이들은 독이 묻은 칼날과 같아서 스치기만 해도 몸을 상한다. 여름밤의 불나비가 자신의 목숨을 잃을 것은 생각하지 않고 빛을 탐하여 날아드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인간의 쾌락은 너무나 단순하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손익을 계산하지 않고 무조건 일으키는 관능적인 욕망을 쾌락이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환락을 등진 반대의 삶이 바로 종교적인 삶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수행의 삶이 바로 출가사문의 길이며 세속에 있으면서도 여덟 가지의 계법(八關齋戒)으로 자신을 단속하라고 가르치신 불교가 으뜸이 된다. 요즈음 환락에 찌들어서 병들어가고 있는 사회상을 보면서 이미 3000년 전에 ‘환락에 젖어서 쾌락만을 일삼는다면 이것이 모든 악업의 근원이 된다’하신 부처님의 말씀이 새삼 진리로서 다가온다. 쾌락과 고행의 양편에 치우치지 말고 중도(中道)의 삶으로 정도(正道)를 삼으라고 하신 중도의 정신인 것이다.

대책없는 관능적 욕망이 쾌락의 본질

출가 수행자는 스스로를 단속하여 네 가지의 생활방식을 기본으로 한다. 이것은 곧 4의법(四依法)으로서 의식주가 근본이 된다. 육식과 채식을 막론하고 넘쳐나는 밥상의 음식을 경계하고 무소유를 표방한 걸식(乞食)으로서 생명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형태를 살펴보면, 지구의 한편에서는 넘쳐나는 음식물을 포식하여 모든 성인병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지구의 한편에서는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뼈마디 앙상한 군상(群像)이 삶에 지쳐있다. 포식자로 변한 인간은 한 입의 식도락을 즐기기 위하여 수 없는 생명을 칼질하고 있다.

인간이 포식으로 배를 채운 그 뒤편에는 동물의 고통이 처참하게 널려 있음을 아무도 뒤돌아보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서 전 우주의 실상을 내다보고 먹고자 하는 자신의 입을 단속하고 채우고자 하는 자신의 욕망을 단속하는 것이 최상의 삶이 된다는 인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재가자의 삶은 더더욱 욕망과 탐욕에 노출되어 있다. 쾌락과 환락을 쫓아서 살아가는 것으로 최고의 행복을 삼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생명의 고통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오히려 구차스럽게 여기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이다. 부처님께서는 최고의 권력자인 당시의 빠세나디왕에게 참다운 행복을 위하여 먹는 것을 절제하라고 가르치셨다. 먹는 것이 넘치거나 올바르지 못하면 만병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에는 잘 먹고 배부른 모습이 부(富)의 상징이었다면 이제는 병(病)의 원인이 되는 줄 알고 있다.

재가불자가 환락에 따르지 않도록 단속한 가르침이 바로 8관재계이다. 곧 5계에 3계를 더하여 불자가 세속 생활을 하더라도 한 달에 네 번 정도는 사찰에서 수행자와 함께 쾌락을 등지고 환락을 쫓지 않는 수행을 몸소 실천하라는 가르침인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점검하고 참다운 생활의 방향을 잡는 수행인 것이다.

5계의 첫 번째에 살생을 금한 것은 다른 생명의 소중함을 지킴과 동시에 우리의 탐욕스런 먹을거리와도 결부되어 있다. 또한 다섯 번째 술을 삼가라는 것도 술은 환락의 온상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생명을 희생하여 배불리 먹고 술에 빠져서 환락을 일삼는다면 모든 악업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않음은 일차적으로 살생에 의하여 얻어지는 나쁜 음식을 차단하는 지름길이 된다.

요즈음 도축업을 생각해 보자. 생명을 기르는 시점부터 동물은 이미 생명체가 아니고 먹을거리로서 길러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생명을 죽이는 일을 최소화하고 넘치는 밥상위의 잔인함을 줄여가는 수행을 하여야 한다. 이것이 불자가 지킬 8관재계의 시작인 것이다.

그 다음 노래하고 춤추면서 감각적인 쾌락만을 쫓아서 방종하지 말라는 계목(戒目)이 이어진다. 노래와 춤은 천상의 복락에서도 즐거움의 상징이며 불교의식에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것은 중도를 벗어나서 노래와 춤으로 환락에 치우쳐 있음을 단속하는 것이다. 매 순간 참다운 진리에 대해서 생각하는 삶의 자세를 잃어버리고, 먹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은 환락의 전형적인 형태이기 때문에 이를 단속하는 것이다.

살생 마다않는 식탐 모든 악업의 원인

다음에는 자신의 소유를 자랑하고 사치와 방종으로 일삼는 재가자의 일상생활을 부처님은 단속하고 계신다. 사치와 허영으로 남에게 과시하는 생활이 되어서는 삶이 올바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8관재계의 마지막은 때를 넘겨서는 음식을 먹지 말라는 비시식(非時食)의 계이다. 밤이 저물도록 먹고 마시는 것은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정신세계도 혼탁하게 만든다. 음식은 몸과 정신을 맑게 하는 근본 재료가 됨으로 올바르게 섭취해야 한다. 때를 맞추어서 맑은 음식을 적당하게 먹을 때 부처님이 재가자에게 가르치신 8관재계의 근본정신이 우리의 삶을 행복으로 이끌어 주는 시발점이 된다.

부처님께서는 출가한 승려에게도 재가의 불자들에게도 자신을 가다듬는 계법을 말씀하셨다. 자신을 단속함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가르치셨음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외면하고 쾌락과 환락에 젖어서 사는 우리들은 불을 향하여 뛰어드는 불나비처럼 어리석기 짝이 없음을 새삼 깨달아야 할 것이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