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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칼럼] 술을 마시지 말라 ①

기자명 법보신문

약으로 마신 술조차 수행자엔 부끄러운일
범행 닦고자 출가했다면 참는법도 알아야

스님들이 여법한 지계정신이 없어 ‘삼보 가운데 승보는 없다’고 하더니, 재가자들이 계율을 이야기 하는 자리에서 ‘불음주계는 지키기 어려우므로 아예 받지를 말자’는 말을 들었다. 이런 망발이 또 있단 말인가?

술을 마신다는 것은 사람을 취하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마신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탕무나 포도나 여러 가지 꽃으로 술을 만든다는 것 등을 모두 마시지 말아야 한다. 술은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지혜를 어지럽게 한다. 따라서 술은 허물이 생기게 하는 샘이다. 술을 마시면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과 지혜를 혼미하게 하고, 생각이 올바르지 못하여 시비를 만들게 한다.

『범망경』에 이르되, ‘보살은 마땅히 일체중생에게 밝은 지혜를 내게 해야 하나니, 마땅히 일체중생에게 전도된 마음이 나지 않게 하라’고 했다. 『대살차니건자경(大薩遮尼乾子經)』 게송에 이르되, ‘술을 마시면 다분히 방일해서 현세에서는 항상 어리석어 못나고, 일체 일을 잊어버리고 항상 지혜 있는 이의 꾸지람을 들으며, 내세에는 항상 어리석고 우둔하여 다분히 모든 공덕을 잃음일세.

이런 까닭으로 지혜 있는 사람은 모든 음주의 허물을 여의었느니라’고 했다. 다만 중병(重病)으로 술이 아니면 치료하지 못하는 사람은 대중에 고하고 마실 것이며, 까닭 없이 한 방울도 입에 대지 못한다. 심지어 술 냄새를 맡지도 못하며, 술집에 머물지도 못하며, 다른 이에게 마시도록 권하지도 못한다.

오늘날에는 굳이 술이 아니라도 병을 치료할 수 있지만, 의사의 처방이 술이 아니면 병을 치료하지 못하고 오직 술이라야 치료할 수 있다면 대중에게 알리고 비로소 마시라고 했는데, 마실 때에는 대중에 들어가거나, 마땅히 불전 아래 먼 곳이라도 불전 쪽으로 바람이 부는 곳에서는 예불하지 못하며, 경을 읽거나, 염불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산중에 중이 약으로 마셨더라도 술을 마신 것을 심히 부끄러워해야 한다. 중은 금계를 지켜 진실하며, 위의가 세속을 뛰어 넘어 성인이 될 종자를 융성하게 하고, 마군을 진섭(震攝)하여 인천의 표상(標象)이 되고, 법문(法門)의 동량(棟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술을 마시는 잘못을 하면 모습이 곧 미친 코끼리가 고삐 없는 것과 같고, 원숭이가 나무에서 재주 부리는 것과 같으므로 가히 부끄럽다.

『양고승전(梁高僧傳)』에 이르되, ‘법우(法遇)라는 스님이 강릉 장사사(江陵 長沙寺)에 있을 때, 한 스님이 술을 마시고 저녁에 예불을 올리지 않았다. 법우스님은 벌만 주고 쫓아내지는 않았으나, 스승 도안(道安)스님이 대나무 통에 가시를 담아 법우스님에게 보냈다. 법우스님은 통을 향해서 공손하게 땅에 엎드려 절하고 유나로 하여금 매질을 하게 하며 눈물을 흘리면서 자책(自責)을 했다’고 한다.

강의를 하다가, “사람들이 많이 절을 찾는 가을이다. 어디서 마신 것일까? 갈지자로 왔다 갔다 하는 걸음걸이로 민망한 꼴을 보여주는 스님이 가끔씩 있다. 녹화기로 찍어 뒀다가 정신이 맑은 날 다시 보여주면 어떤 얼굴을 할까? 율원이라는 곳에 와서 범행을 하며 살기를 원했으면 아무리 먹고 싶어도 참는 것도 공부 아닌가.

스님들이여, 왜 그러시는가. 재가자들의 입에서 ‘승보는 없다.’ ‘불음주계는 제외하고 받자’는 소리를 꼭 들어야하는가”하고 떠들고 나니 꿈이었다. 어렵게 닦은 범행을 남에게 줄 것도 아닌데, 율사 노릇이 쉽다면 누가 공경 하겠는가. 어려우니 공경하는 것이 아닐까. 

철우 스님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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