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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 82. 참된 즐거움

기자명 법보신문

信·戒·聞·施·慧는 열반으로 나가는 다섯가지 참 보배

진리를 베푸는 것이 최고의 보시이고
진리의 맛은 맛 중의 맛이다
진리의 즐거움은 즐거움 중 으뜸이고
욕망의 소멸은 모든 괴로움을 이긴다.
                                              - 『법구경』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위의 게송에서 진리를 베푸는 것이 최상의 보시가 되며, 온갖 맛 중에 진리의 맛이 으뜸이라고 한다. 또한 여러 가지 즐거움이 있지만 즐거움을 누린 다음에는 대부분 괴로움이 이어지는 것이 세상사이다. 술을 마시는 즐거움을 즐긴 다음에는 신체적 괴로움과 정신적 혼탁함이 따르는 것과 같다. 권력과 재물의 소유는 즐거움 중에 즐거움이지만, 지나친 권력과 부(富)의 소유는 그것 또한 참다운 의미에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하는 듯하다. 욕망의 노예가 되어서 일생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즐거움인 줄 알고 움켜잡는 순간에 괴로움이 함께하고 있음을 한참이 지난 다음에야 알아차리는 어리석은 존재다.

이러한 세상의 삶에 비하여 부처님 초기경전에는 재가불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5구족(五具足), 또는 다른 이름으로 다섯 가지 재물(五財)을 설하고 있다. 이 다섯 가지가 갖추어지면 곧 모든 가치를 창출해 내게 되고, 아무리 써도 고갈되지 않는 재산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 다섯 가지란 믿음(信)과 지킴(戒)과 들음(聞)과 베품(施)과 지혜(慧)이다.

다시 말하면 3보(三寶)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서 자신의 삶을 올바르게 지켜나가는 것이며, 모든 가르침을 기회 있을 때마다 잘 듣고서 마음에 새기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항상 남에게 물질로서 베풀어주고 정신적으로 배려해서 모두를 편안하게 해주려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앞의 네 가지 실천의 결과로서 지혜로운 삶이 이루어진다. 이 다섯 가지를 구족하면 참으로 영원한 재물을 소유한 사람으로서 언제나 풍요로운 삶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초기경전에 재가불자를 향하여 위의 다섯 가지 재물을 소유하는 삶을 살라고 하신 것은 결국 진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지혜로운 삶을 살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이 지혜로운 삶이야말로 재가·출가의 모든 제자가 공유할 수 있는 최상의 재산이다. 그리하여 깨달음의 종교인 불교는 지혜의 완성에 의해서 불교가 추구하는 목적을 완성한다. 이는 곧 욕망으로부터의 해탈이며 괴로움이 소멸된 열반의 경지에 함께 도달하는 것이다.

즐거움 움켜 쥔 순간 괴로움이 성큼

재가불자의 초기 수행론은 보시(布施), 지계(持戒), 생천(生天)의 3론(三論) 수행이 대표적이었다. 곧 베품과 바른 삶을 통하여 천상의 복락을 갈망하던 초기의 수행에서 벗어나서, 믿음(信)과 들음(聞)과 지혜(慧)를 더하여 진정한 진리의 소유자가 되기를 서원하는 단계에 나아가게 된다.

위의 게송에서는 우리 모두에게 참다운 보시는 무엇이며, 진정한 즐거움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가치는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남보다 항상 자신이 앞서 남을 이기는 삶이 즐거운 삶이라고 여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가치기준은 거의 세습적이고 세뇌되어 전하여져 왔다. 이러한 가치기준에 대하여 부처님께서는 보편적인 진리로서 살펴보라고 말씀하신다. 나만 풍요롭고 나만 이기려는 마음가짐은 욕망의 노예가 된 것이며 남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삶이라는 깨우침인 것이다.

때로는 이길 수 있고 때로는 질수도 있다는 사실을 진리로서 받아들이고 전체를 보는 지혜를 기르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삶이라고 가르치신다. 이를 중도(中道)의 가치라고 부르며 중도의 가치는 생명 평등에 기반을 두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모두가 함께 괴로움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는(離苦得樂) 삶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부처님의 자비에 입각해서 더 적극적으로 말하면 괴로움을 제거해 주고 즐거움을 안겨주는 행위(拔苦與樂)인 것이다. 그리고 최종의 목적지는 참다운 진리에 눈뜨고 평화로운 열반(涅槃)의 즐거움에 잠기는 일이다.

재가불자로서의 삶은 얽매임도 많고 욕망도 끊어버리기 어렵다. 얽매임이 많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더욱 재가자에게 벗어남의 진리를 가르치셨던 것으로 본다. 특히 재가자에게 강조하신 베푸는 삶은 얽매임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의 관문(關門)이 되어왔다. 자신의 목숨 다음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소유(所有)로부터의 탈출인 것이다. 지나친 소유는 얽매임의 근원이 되기 때문에 제일 먼저 베푸는 삶을 실천함으로써 욕망의 사슬을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하였던 것이다.

베품은 재가 수행의 첫 관문

이제 가을의 초입에서 온갖 과일이 맛을 자랑하고 있다. 다섯 가지 맛의 과일이 시장 이곳 저곳에 풍성하다. 무슨 맛의 과일을 맛볼 것인 가는 각자의 선택의 자유다. 신맛의 과일도 있고 단맛의 과일도 있다. 과일을 경전에서는 보리의 과(菩提果)라고 부른다. 1년의 결실이 가을에 가득하고 일생의 업이 열매를 맺어서 다음 생을 준비하는 것이다.

오늘 자신이 어떤 맛의 과일을 선택하느냐가 곧 인(因)이 되고 그 맛을 즐겨서 과(果)를 이끌어 낸다. 인과(因果)가 분명한 것이 부처님의 인과 법칙이다. 괴로움의 결과도 결국은 자신이 뿌린 씨앗에서 자란 나무의 열매이다. 때문에 나 자신 풍성한 가을의 한 가운데서 진리의 과일 맛을 선택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를 발원한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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