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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칼럼] 꽃다발 쓰거나, 향 바르지 말라 ①

기자명 법보신문

향바르고 몸을 치장하는데서 탐욕불러와
수행자장엄은 오랜고행 통해서만 이뤄져

어느 법회 때에 외국인 스님을 만났다. 명문 대학을 나오고 명문가의 집안에서 출가하였다고 해서 매스컴에서 한 때 비행기를 잘 태웠던 그런 스님이다. 합장하며 ‘오랜만에 뵙습니다’고 하며 그 특유의 미소를 지었는데, 그날은 그 미소도, 덕담도 좋게 들리지 않았고, 오직 그 스님의 몸에서 풍기는 향수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꽃다발 쓰거나, 향수 바르는 일을 멀리하고 몸에 지니지도 말고 사용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은 욕심을 끊는 범행이기 때문이다. 만약 꽃다발을 쓰거나, 향을 바르거나, 욕심내거나, 좋아하지 않는 마음을 스스로 가지면 부처님의 몸과 같이 의보(依報)와 정보(正報)의 장엄이 저절로 갖추어진다. 여래의 의보와 정보의 장엄은 오랜 겁으로부터 고행하여 닦아 이루어진 것이다.

지금의 사람들은 이런 것 외에도 많은 사치를 즐긴다. 좋은 천으로 옷을 해 입고 좋은 장식을 하고, 철따라 옷을 입으며, 부처님의 6년 고행과는 거리가 먼 사치를 탐한다.
부처님의 범행은 사치와 욕심내는 것부터 끊어버려야 얻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고행은 닦지 아니하고 도리어 꽃으로 치장함을 탐하면서 여래의 의보와 정보를 훼방하고 헐뜯고자 한다. 비유하면, 마치 가난한 사람이 임금의 옷을 입으면 곧 바로 그 재화(災禍)가 오는 것과 같다.

꽃다발이란 것은 서역(西域) 사람들이 꽃을 줄에 꿰어 다발을 만들어 그 머리에 장엄하는 것이다. 이 지방에서는 비단과 명주실과 금과 은 등의 보배로, 패물이나 관(冠)을 장식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향을 바른다는 것은 서역 귀인들이 좋은 향으로 가루를 만들어서 아이들을 시켜 몸에 문지르게 하는 것이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향을 몸에 지니기도 하고, 향수를 뿌리기도 하고, 연지와 분을 바르기도 하는 종류가 이것이니, 출가한 사람이 어찌 마땅히 이를 사용할 수 있겠는가.

『주역(周易)』에 이르되, “갈무리를 소홀이 하는 것은 도적질을 가르침이요, 얼굴을 요염하게 화장하는 것은 음행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율장에는 하풍(下風)이라는 말이 있다. 방귀를 말한다. 자연발생적인 생리현상이라도 어른 앞이나, 어려운 자리에서 부끄럼 없이 밖으로 내보낸다면 체면이 없는 사람이다. 게다가 상좌 벌 되는 사람 앞에서 그런다고 하면 더 민망하고 부끄럽다.

부처님이 법에서 세 가지 가사를 제정하면서 모두 곱지 않은 굵은 베로 만들게 하였으니, 짐승의 털이나 누에고치는 남을 해롭게 하고 자비심을 손상하는 것이니, 마땅히 할 바가 아니다. 나이 70이 넘어 풋솜(명주솜)이 아니고는 추위를 견딜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는 말은 율장 어디에서도 기록되지 않은 우리만의 변명에 불과하다.

스님들이 꼭 갖추고 있어야 할 삼의(三衣)는 승가리(僧伽黎)의 큰 가사(大袈裟)와 울다라승(鬱多羅僧)의 중간 가사(中袈裟)와 안타회(安陀會)의 작은 가사(小袈裟) 뿐이다. 거친 천으로 바람과 추위를 막고 거친 옷으로 모기와 해충을 물리치다 보면 몸은 족히 도에 나아가게 된다. 짐승의 털이나, 누에고치로 만드는 비단 종류는 모두 살생을 통해 얻은 것으로 해물(害物)일 될 수밖에 없다. 이는 자비로 제도하는 마음을 흐트러지게 하기 때문이다. 

철우 스님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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