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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과학적 이기도 지나치면 재난

주변을 돌아보면 한심스런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사람은 편리함을 위해 과학기술을 동원해 가전제품을 비롯한 갖가지 기기를 만들어 쓰고 있고, 또 새로운 기기를 많이 쓰는 것을 마치 현대생활의 상징처럼 생각하는 경향조차 없지 않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행여 뒤질세라 앞을 다투어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기업들은 이에 편승해 몇 달이 멀다하고 새 제품을 쏟아낸다. 편리한 기기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제 그것이 없으면 살아가기 어려울 만큼 기기에 중독돼 거꾸로 기기에 매어살다시피 된 것 같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60년대 초만 해도 몇 집에 한 대 정도 있던 TV가 언제부턴가 각 집에 한두 대 정도는 갖추는 필수품처럼 되었고, 그에 발맞추어 유선 무선 할 것 없이 TV 채널도 꽤 많아졌다. 그렇게 되니 밥만 먹으면, 아니 밥을 먹으면서조차 TV를 안보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상태가 된 것 같다. 심한 사람은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 TV를 본다고 한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니, 전기료나 전파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아이들 공부하는 데 지장이 심하고, 눈에 해로움은 물론 사람들의 정상적인 사고를 해칠 것은 뻔한 노릇이다. 오죽하면 TV를 한 시간 덜 보면 TV가 그리워지고, 두 시간 덜 보면 머리가 쉬고, 세 시간 덜 보면 머리가 정상을 찾는다는 말이 나오기까지 하겠는가?

요새 거의 예외 없이 누구나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도 마찬가지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휴대전화는 고사하고 이동식 전화를 갖는 것은 극히 소수의 사람에 한정되고, 그것도 특별한 허가를 받아야 가능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초등학생들조차 생활필수품처럼 가지게 되었다. 길을 다니면서 보면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웃거나 찌푸린 얼굴로 열심히 이야기하는가 하면, 휴대전화의 문자판을 속사포식으로 두드리며 걷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옛날 같으면 정신 나간 사람으로 치부하기 딱 알맞은 꼴이다. 때와 장소를 아랑곳 하지 않고 울려대는 것이 휴대전화 소리여서 그로 인한 시비도 만만치 않은 것 같으며, 휴대전화를 자주 사용함으로써 두뇌에 미치는 전파의 영향이 적지 않음은 말할 나위조차 없다. 어찌되었든 이제 휴대전화 없이는 불편해서 살지 못할 지경에 이른 것 같다.

컴퓨터 역시 마찬가지 일이다. 원래 업무의 정확하고 신속한 처리를 위한 기기로 고안된 컴퓨터가 일반화되자, 그런 상황을 놓칠세라 약삭빠른 상혼들은 컴퓨터를 이용한 갖가지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함으로써 이제 컴퓨터는 각 가정까지 점령하게 되었다. 그것이 없으면 학교 공부를 비롯해 뉴스를 본다거나 자료를 검색하는 일에서 인터넷상의 각종 행위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물론 컴퓨터로 인한 편익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터넷 게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거나 각종 악플의 폐단 등도 만만한 것이 아니다. 비슷한 예는 자동차나 전자렌지 등을 비롯해 하나하나 들 수 없을 정도다.

우리는 소위 문명의 이기(利器)라는 것에 너무 빠지고 길들여져 이제는 사람이 그것을 쓰는지, 그것이 사람을 부리는지 제대로 알기조차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 문명의 이기라는 것들이 한편으로는 우리의 생활환경은 물론 자연계의 순리에 알게 모르게 역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근래에 일본과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꿀벌의 소멸현상만 해도 휴대전화를 비롯한 각종 IT제품으로 인한 전파교란 상태를 원인으로 꼽는 학자가 적지 않고, 자동차의 과용으로 대기오염은 물론 지구온난화라는 큰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니 알만한 일이다.

길게 볼 때, 현대적인 기기의 과용 내지 남용이 생물에게 어떠한 재난을 가져올지 알 수 없다. 보약도 과하면 해로운 것처럼, 이기의 사용도 지나치면 흉기로 변하는 것임을 알아 중도의 미덕을 새길 일이다. 부처님께서 괜히 중도의 가르침을 펴셨겠는가!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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