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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한국불교 최초] 61. 소설

기자명 법보신문

조선시대 보우 스님이 쓴 ‘왕랑반혼전’이 최고

염불공덕 주제로 구성…불교귀의-윤회사상 강조
일부선 ‘홍길동전’에 앞선 최초 한글소설 주장도

 
가톨릭 신자가 쓴 불교 구도소설 ‘길 없는 길’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이야기를 꾸며 나간 산문체의 문학양식’으로 구분되는 소설은 고대시대부터 내려온 신화, 서사시 등의 이야기에 기원을 두고 있다. 그리고 한 마디로 규정하기는 어려우나 소설의 한 부류로 분류할 수 있는 불교소설은 일반적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토대로 하여 불교의 사상을 담고 있으면서 일반적인 소설의 형태를 취하는 창작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우리 역사에서 불교소설은 조선시대 소설이 생겨나면서 함께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대표적 작품으로 김만중의 『구운몽』이 손꼽히고 있다.
이 소설은 8선녀를 희롱한 죄로 인간 세상에 유배돼 태어난 양소유가 이 세상에서 영화롭게 살다가 만년에 인생무상을 느끼던 중 스님의 설법을 듣고 크게 깨달아 불교에 귀의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작품 성격에 대한 여러 해설이 따르기는 하나 그 중에서도 불교적 인생관을 지닌 양소유의 삶을 통해 불교적 깨달음을 전하는데 핵심이 있다는 견해가 주를 이루고 있어 대표적 불교소설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김만중의 『구운몽』 이전에 이미 불교소설의 기운이 싹텄고 그 가운데는 작자가 밝혀진 부분도 있어 불교소설의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간다. 이와 관련 사재동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는 15세기 국문불서에 수록된 『안락국태자전』, 『목련전』, 『선우태자전』, 『왕랑반혼전』 등을 소설로 규정했고 많은 국문학자들 역시 여기에 동의하고 있다. 따라서 불교소설의 태동기 역시 15세기로 보고 있다.

한글이 창제된 이후 15세기에 한글불서의 찬역과 간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형성된 이 한글소설들의 유형은 대부분 완벽한 소설로 보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으나, 한글소설 형성기의 작품으로서 갖는 그 가치와 역할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인정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재동 교수가 제시했던 작품들은 한문표기 시절부터 이어져온 계보가 확실해 불교소설의 발전양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그 가운데 『왕랑반혼전』은 작자를 보우로 보면서 최초의 한글소설로까지 불리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이 곧 최초의 불교소설이 되는 셈이다. 『왕랑반혼전(王郞返魂傳)』은 고려시대부터의 전승 계통이 분명하게 밝혀져 있으며 조선 중기 보우가 지은 불교소설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 고전 불교소설 ‘구운몽’

‘염불공덕’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의 한문 원전은 14세기 초에 간행된 『불설아미타경』에 처음 나타나고 있고, 이것이 문학적으로 윤색돼 보우(普雨) 스님이 중생들의 극락왕생을 권장하기 위해 지은 책 『권념요록(勸念要錄)』에 국·한 대역의 형태로 실렸다.
이 작품은 한문본과 국문본 두 가지가 전해지고 있고 현존하는 최고본은 1637년 화엄사에서 간행한 『권념요록』으로, 서문 다음에 단락별로 토를 단 한문과 국문으로 된 본문을 싣고 있다.

조선시대 고전소설로 분류되고 있는 이 작품의 내용은 불교를 믿지 않던 왕사궤라는 인물이 10년 전에 죽은 아내가 꿈에 나타나 염불을 열심히 하라고 권하자 이를 따라 염불에 정성을 다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결과 훗날 사자(使者)에게 잡혀 염라대왕에게 끌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염라대왕이 부인과 함께 환생하게 했고 이후 독실한 불교신자가 되어 행복하게 살다가 극락왕생 했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때문에 불교로의 귀의와 윤회사상을 강조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왕랑반혼전』은 염불을 권하는 불교설화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등장인물의 성격이 설화적 차원을 넘어 개성화되었기 때문에 소설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작품은 작자 미상으로 알려지다가 『권념요록』의 서문을 고증한 결과, 16세기 중엽 보우가 쓴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근래 나타난 1304년 간행 『불설아미타경』에 『왕랑전』이 수록돼 있어, 『왕랑전』의 한문 원작은 14세기 이전의 작품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보우는 전대의 『왕랑전』을 윤색해 한글로 옮겼고, 그렇게 보우가 윤문해서 옮긴 『왕랑전』이 『권념요록』에 실린 것이다.

국문학자들은 한문을 발판으로 삼아 형성된 국문소설 『왕랑반혼전』을 불교소설로서 문학사적 위상이 독특한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작자가 승려 보우(1509~1565)라는 점을 들어 최초의 한글 소설을 『홍길동전』이 아니라 『왕랑반혼전』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신라 향가와 한국 설화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기고 2009년 3월 별세한 황패강 전 단국대 명예교수는 이 작품을 16세기 보우의 작품으로 보고 “이것이 최고(最古)의 국문소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왕랑반혼전』에 이어 비슷한 시기 작성된 불교소설 중 대표적 작품이 『안락국태자전』이다. 14세기 이전에 창작된 『안락국태자경』을 국문화 한 것으로 한글소설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 작품은 16세기를 거치면서 『안락국전』으로 변화 발전돼 국문소설로 공인 받고 있다.

그리고 『선우태자전』은 인도의 불경에도 여러 이본이 있고 중국에서도 『쌍은기』 등의 변문이 전해지고 있다. 고려에서 『선우태자경』이 유통됐고, 그것이 『석가보』에 편입된 후 『석보상절』과 『월인석보』 시기에 와서 『선우태자전』으로 정립됐다. 이 작품은 이후 16세기를 거치면서 윤색되고 보완되면서 『적성의전』으로 자리잡았다.

또 『목련전』은 고려시대인 12세기에 형성된 『목련경』에서 유래돼 15세기에 국문화 되었고, 16세기를 거치면서 한문 목련경과 병행해 목판이나 필사본으로 널리 유통되다가 『나복전』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어 『금우태자전』이 있다. 고려시대 『석가여래십지수행기』에 수록됐다가 15세기에 『금우태자전』으로 한글화되었다고 16세기를 지나면서 『금송아지전』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본래 불교소설로 출발한 이래 비불교적 요소가 대거 첨가되면서 불교적 색채를 많이 잃게 됐다.

‘등신불’은 현대 대표 불교소설

 
‘등신불’은 영화에 이어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어쨌든 한글소설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이들 초기 불교소설 중 『왕랑반혼전』이 연대와 작자를 알 수 있는 최초의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이 작품들에 이어 대표적 불교소설로 불리는 『구운몽』이 만들어졌고, 불교를 멸시하던 옹고집 영감이 독실한 불자로 변모해 가는 내용을 담은 『옹고집전』도 불교소설로 분류되고 있다. 『옹고집전』은 불교설화를 주제로 한 한글본 풍자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작자와 연대가 밝혀지지 않았다.

이처럼 조선 초 훈민정음이 창제 된 이후 간행됐던 불경의 번역본과 불경 속의 불전소설을 바탕으로 재창조된 불교소설은 본격적인 한글소설의 형성과 전개를 위한 밑바탕이 되었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불교소설은 이후 지속되는 불교탄압의 역사에서 그 빛을 잃게 됐고, 뚜렷한 작품으로서의 흔적을 보이지 못했다.

그리고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현대문학사에서 대표적인 불교소설로 인정받는 작품이 1961년 발표된 김동리의 『등신불』이다. 『등신불』은 주인공인 ‘나’가 일제강점기 학도병으로 끌려갔다가 살생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군대에서 탈출한 이후 중국 양자강 북쪽 정원사라는 절에서 등신불을 보게 되고, 원혜대사로부터 그 등신불에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삶과 비교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 작품을 두고 동국대 국문학과 장영우 교수는 「불교소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서 “불립문자, 교외별전이라는 선종의 비의를 성공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가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또 동국대 국어교육과 고재석 교수는 「한국현대문학사와 불교소설」에서 “김동리는 등신불에서 인간의 원초적 죄의식과 번뇌, 그리고 이에 대한 종교적 구원이라는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면서 “김동리가 그를 키워준 모든 근대사상의 근본적인 요소인 과학주의, 합리주의, 실증주의, 유물주의 등의 관념을 철저히 불신함으로써 어느 정도 불교의 정신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불교문학은 고통스러운 인간적 욕구와 그 인 인간적인 차원을 초극하려는 상념이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찬연한 불꽃의 세계로 불리고 있으나, 학자들 사이에서는 현대문학사에서 불교와 문학 사이에 상당한 단절이 생겼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만큼 제대로 된 불교소설이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교소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광수의 『원효대사』나 『이차돈의 사』, 박종화의 『다정불심』 등은 부처의 세계를 훌륭한 문학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호평을 받은 데 이어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최고 화제작은 김성동 ‘만다라’

 
작가가 승적을 박탈당할 정도로 불교계 안팎에서 화제를 불러모았던 ‘만다라’.

그리고 박경리의 『불신시대(1957)』, 최인훈의 『금오신화(1963)』, 하근찬의 『산울림(1964)』 등도 주목받는 불교소설 중 하나다. 그러나 『등신불』 이후 최고의 화제를 낳은 불교소설로 꼽히는 작품은 1979년 김성동이 쓴『만다라』라고 할 수 있다. 1975년 「주간종교」의 종교소설 현상모집에 ‘목탁조’라는 이름으로 응모해 당선된 후 작가가 장편으로 개작한 작품이 바로 『만다라』다. 당시 불교계가 이 작품이 불교를 악의적으로 비방하고 승려를 모독한 소설이라면서 승려였던 작가의 승적을 박탈하기까지 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현대 불교소설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고, 작가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의 반열에 서기도 했다.

세간의 화제를 한 몸에 받았던 『만다라』 이후 불교소설도 끊이지 않고 발표됐다. 그 가운데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한승원의 『아제 아제 바라아제』, 남지심의 『우담바라』, 최인호의 『길없는 길』, 성낙주의 『차크라바르틴』, 정찬주의 『산은 산 물은 물』과 『촛불 춤을 추어라』 등이 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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