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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문 명강의]『티베트승려가 된 히피 의사』저자 툽뗀갸초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윤회의 수레바퀴 아래서 모든 중생은 내 어머니다

오늘은 제가 33년 동안 수행자로 살아오면서 수행하고 배운 것을 여러분과 함께 하고자 합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티베트 불교의 정수를 담고 있는 『람림(보리도차제대론)』입니다. 우리가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어떤 단계를 밟으며 수행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가야할 길을 자세하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팔만사천 부처님 가르침의 요체가 아주 간명하게 다 담겨 있는 것입니다.

불법을 수행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첫 단계는 제대로 된 스승과 올바른 관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스승은 대승의 수행자이고 모든 경전을 두루 섭렵하고 불교 가르침의 요체를 깊이 통찰한 수행자여야 합니다. 또한 스승의 삶의 방식이 그 가르침과 괘를 같이해야 합니다. 스승의 마음에는 부를 축적하거나, 권력을 얻거나, 명성을 얻겠다는 마음이 조금도 없어야 하고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근기에 맞게 가르침을 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 스승은 불법을 가르치는데 열정을 가져야 하고 제자에 대한 사랑과 자비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 자격을 두루 갖춘 스승을 찾고 그 분을 스승으로 모시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에서부터 불법의 수행은 시작합니다.

일단 좋은 스승을 만나 인연을 맺게 되면 실제 불법을 수행하는 단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우리가 윤회의 수레바퀴에 갇혀있는 까닭은 선하지 않은 행위 때문이며 이러한 행위는 무명, 탐, 진, 치, 자만심 같은 선하지 않은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우리 대부분의 마음은 선하지 않은 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부처님의 마음은 온전하고 순수한 선한 행위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거기에는 선하지 않은 것이라고는 없습니다. 실제로 불법을 수행한다는 의미는 선한 마음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고 선하지 않은 마음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는 과정입니다.

『람림』에서는 수행하려는 마음을 일으키는 사람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누는데 그 첫 단계는 하사도로 이러한 유형에서는 무상에 대한 철저한 자각과 죽음이 얼마나 임박해있는가를 자각하는데서 수행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죽을 때 최소한 지옥이나 아귀, 축생 같은 삼악도에는 태어나지 않고 행복한 세상에 태어나고 싶다는 최소한의 동기는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불법을 수행하는데 있어 가장 단순한 동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삼악도에 태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삼보에 진실하게 귀의하는 힘이 됩니다. 한 편에는 죽음과 내생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한 편에는 삼보를 믿는 마음이 있을 때 이 한 쌍의 마음이 삼보에게 귀의하는 힘이 됩니다. 귀의한다는 의미는 부처님이 제시하신 안전한 길로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또한 부처님이 보여주신 그 길을 따라가야겠다는 발심이기도 합니다.

죽음에 대한 자각이 수행의 시작

우리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삼보에 귀의하는 굳건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이것은 매우 큰 공덕이 되고 다음 생에 행복한 세상에 태어나는 업의 힘이 됩니다. 삼보에 귀의함과 동시에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다짐하게 됩니다.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것은 세상의 어떤 다른 신이나 대상에게 귀의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에 귀의한다는 것은 다른 존재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승가에 귀의하겠다는 것은 이생의 즐거움만 추구하자는 나쁜 친구들의 꼬임에 빠지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삼보에 귀의하고 다음 생에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고자 한다면 열 가지 선한행위를 잘 닦고 열 가지 선하지 않은 행위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생의 중생들은 삼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행복한 세상에 태어나겠다는 마음 때문에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기독교에서도 발견 되는데요, 기독교도들의 목적도 천국에 태어나고 지옥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 기독교 신자들이 예수의 가르침을 잘 따르면 천국에 태어날 수 있겠지요. 그러나 천국에 태어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천국에 태어나더라도 우리 안에는 여전히 무명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 생의 인연이 다하면 다음 생에는 삼악도에 태어날 가능성이 남아있습니다. 불교의 독특한 점은 열반의 증득에 있습니다. 윤회에서 완전히 해탈하고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보여줬다는데 불교의 특징이 있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중사도인데 이는 조금 더 높은 단계의 동기입니다. 윤회의 사슬을 벗어나서 열반을 증득하겠다는 마음입니다. 이 단계에서 사람들은 부처님의 마음을 공부해서 열반 증득을 이루고자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윤회의 사슬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이때 공부의 핵심은 사성제에 대한 깊은 고찰입니다. 고통에 대한 깊은 성찰, 고통의 원인이 되는 번뇌와 업에 대한 성찰, 십이연기의 측면에서 업에 대한 고찰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사람들이 해탈을 추구하도록 하기 위해 바라제목차를 가르치셨습니다. 재가자는 재가자를 위한 오계를, 출가자는 출가자를 위한 바라제목차를 수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지계를 바탕으로 우리는 더 높은 단계의 세 가지 수행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것이 계정혜 삼학입니다. 삼학을 잘 닦음으로써 우리는 열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수행하는 이가 중사도의 단계에서 열반을 얻더라도 그것은 개인적인 차원의 열반입니다. 비록 마음속에 자비심은 갖고 있지만 다른 중생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중생을 구할 수 있는 힘은 오직 석가모니 부처님에게만 있다는 것을 알고, 모든 중생을 구하겠다는 자비심을 내어 부처가 되길 서원하게 되는 것이 상사도의 단계입니다. 이 단계의 중생들을 위해 석가모니 부처님은 보살의 길을 가르치셨습니다. 보살이 되는 길의 첫 단계는 우리 마음속에서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 보리심은 커다란 자비심에서 나오는 것으로 중생을 위해서 가능한 빨리 깨달음을 이뤄야겠다는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은 24시간 우리 마음속에 있어야 합니다.

『람림』에서는 어떻게 보리심을 기를 것인가에 대해 보리심을 개발하는 두 가지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대승의 길에서 일곱 가지 인과법을 통해서 보리심을 갖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나와 남을 평등하게 바라보고 나와 남을 교환하는 방법입니다. 일곱 가지 인과법으로 보리심을 닦는 첫 번째 단계는 차별심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비록 동물이라도 차별하지 않고 나와 평등하게 바라보는 것입니다. 동물이라도 가족처럼 여기는 차별 없는 마음을 바탕으로 모든 존재를 내 과거 어느 생의 어머니였다는 마음으로 바라보는 단계로 나아갑니다.

용수보살께서는 숙생에 내 어머니의 수만큼 흙을 쌓는다면 그 흙은 세상을 다 덮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윤회 속에서 태어나기 시작한 것은 도저히 알 수 없는 머나먼 과거부터였습니다. 그 수많은 생애 동안 있었던 우리의 어머니들은 지금 바로 여러분 곁에 있는 수많은 존재들입니다. 이 단계가 되면 나와 남, 아는 이와 모르는 이 등 모든 존재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고 모두가 나의 어머니로 보이게 됩니다. 그러면 어머니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셨던 한량없는 사랑을 생각하게 됩니다.

차별심부터 없애야 보살의 길

그러므로 이 단계가 되면 모든 중생을 어머니로 보게 되고 그 사랑과 자애로움을 갚아야 된다는 마음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에 따라 우리 마음은 보리심을 향해 점점 더 성숙하게 됩니다. 숙생의 어머니였던 이 모든 중생이 베푼 사랑을 생각한다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모든 중생에 대해 똑같이 사랑하는 마음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 다음은 그런 사랑의 마음이 커다란 자비심으로 바뀌는 단계입니다. 수많은 어머니들이 윤회의 수레바퀴 안에서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가를 바라보는 마음입니다. 그런 대자비의 마음에서 우린 어떤 특별한 생각을 일으키게 되는데 그것은 보편적인 책임에 관한 것입니다. 이것은 모든 어머니들인 모든 존재를 고통에서 건지는 것은 나의 책임이라는 생각입니다.

그 다음은 커다란 발심이 일어나는 단계인데요, 지금은 내게 중생을 구할 능력이 없으니 부처가 돼서 이 중생을 구하겠다는 발심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보리심이고 보살의 길의 시작입니다. 보살의 길에 들어서면 우리는 마음을 열심히 닦아야 하는데 실상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지혜의 힘과 깊은 집중의 힘을 길러야 합니다. 그리고 부처가 되기 위해서는 한량없는 지혜와 공덕을 쌓아야 합니다. 한량없는 지혜와 공덕을 쌓기 위해서는 삼아승지겁이라는 무한한 세월이 필요합니다. 삼아승지겁이라는 표현은 헤아릴 수 없이 긴 세월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윤회에서 헤매던 시간에 비교하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기도 합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람림』에 담겨있는 수행의 단계에 대해 여러분께 말씀드렸습니다. 이제 전 호주로 돌아갈 것이고 남은 것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이 법문은 10월 11일부터 30일까지 20일간의 일정으로 방한한 툽뗀 갸초 스님이 10월 29일 서울 석촌동 불광교육원에서 열린 특별초청 법회에서 설한 법문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툽뗀 갸초 스님은

1943년 호주에서 태어났다. 영국에서 의학공부하고 5년간 의사로 활동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더스 강 등을 여행하던 스님은 네팔 카트만두에서 라마 예셰와 라마 조파 린포체를 만나 불교에 귀의, 1975년 네팔 카트만두 코판 사원에서 사미계를, 1977년 인도 다람살라에서 비구계를 받았다. 1990년 호주 유일의 승가 교육 기관인 툽뗀 쉐드럽(Thubten Shedrup) 사원을 창립한 스님은 전 세계를 돌며 불교와 명상을 지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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