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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 화두삼매

기자명 법보신문

새벽에 나갔던 크고 작은 배들이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침 항구는 생기로 넘치고 있다. 대형 크레인이 연육교 공사로 눈부신 아침 햇살에 커다란 이빨을 드러내고 철판으로 된 다리를 물어서 올리고 있다. 삼라만상이 근원으로 돌아가는 시절에 법신은 이처럼 인연을 따라서 힘차게 작용을 드러내고 새 길을 만들어 내고 있다.

조사들은 불법을 물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제시해 주었는데 이것이 조사선의 천칠백 공안이다. 그러나 깨닫지 못하면 비수처럼 다가와서 의정으로 가슴에 꽂히게 되는데 이렇게 맺힌 것을 간화선에서는 화두라고 한다. 화두는 마치 독화살을 맞은 것처럼 의정이 실핏줄까지 흘러가서 일체 심식이 죽어 다하지 않으면 다시 살아날 수가 없도록 장치되어진 일구이다. 그래서 오직 일체 사량분별을 떠난 맛없는 활구가 아니면 다시 사중부활하지 못한다. 그런데 화두에 아직 뜻이 남아 있으면 화두삼매가 세상의 어떠한 즐거움을 능가하므로 일체 업력을 녹여버리지만 한없이 맑아서 성품과 구별이 되지 않는 무의식을 마지막 통과하지 못하면 평생 화두를 타파하지 못하여 묶이게 된다.

화두는 반드시 타파되어 사라지고 결국에는 무심과 영원히 함께 하는 것이므로 평생 들어서는 안된다. 다만 돈오하고 나서 아직 원통하지 못하여 무심인 화두로써 보임하게 되면 화두삼매를 이루어 일체 업력을 녹이고 일체종지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자칫하면 화두삼매를 벗어나지 못하여 묶이게 되니 태고선사도 승묘경계라고 하여 극도로 배격하였다. 이것은 아직 화두에 뜻이 남아 있는 참의 사구를 벗어나지 못한 결과이니 선정에 치우쳐서 구경의 지혜를 장애하고 활발하게 경계를 잡아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참으로 지극한 화두삼매는 보통 사람들은 경험할 수 없는 고매한 경계지만 여기에 머물러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 화두를 타파하지 못하는 것은 마치 고시생이 평생 고시원을 나오지 못한 것과 같아서 지극한 선병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극한 화두삼매에 노니는 수행자는 드물며 지해 또한 특출하기 때문에 보조지눌 선사는 간화결의론에서 인정해야한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벗어나야 한다는 양자의 입장을 끝까지 떨치지는 못했다.

화두는 한 번 일체 견해가 무너지고 지극한 대정삼매를 성취하지 않으면 절대로 타파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화두의 사명은 중생의 업식이 다해야 함께 사라지는 운명으로 본래 장치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성철선사는 돈오돈수를 주장하면서 반드시 오매일여를 거쳐야 돈오라고 한 것은 점수돈오로써 육조의 돈오사상과는 배치된 것이다. 돈오이전의 점수는 아직 미혹 속에 있기 때문에 참다운 수행이 아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돈오를 해야 비로소 참다운 수행불행이 되고 자연스럽게 오매일여를 성취한 온전한 수행이 된다. 지금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일으켜 길을 잃고 방황 하고 있다. 그러나 말년의 병중에서도 시자에게 똑같다고 말한 것은 오매일여를 성취하여 끝까지 수행을 점검하므로 써 후학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었으니 참으로 수행의 귀감이 되어주신 것이다.

오랜만에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선종의 본산인 조계사에서 있었던 간화선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 동안 선의 대중화에 온몸으로 모범을 보이며 선방 대중들을 외호하는데 앞장 서 오던 안국선원 선원장 수불 스님과 벽송사 선원장 월암 스님의 열정에 넘치는 발표가 있었다. 모처럼 많은 대중들이 모인 현장에서 간화선에 대한 열기와 기대를 확인했으며 자정이 넘도록 활발한 토론이 있어서 많은 탁마를 하며 참으로 뿌듯한 시간을 보냈다.

지는 해가 꼭지 빠진 홍시처럼 구름에 걸려 있다.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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