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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 87. 수행자의 할 일

기자명 법보신문

풍랑 만난 배, 짐 버리듯 욕심 줄여야 평안

지혜로운 수행자가 처음 할 일은
감각을 지키고 만족할 줄 알고
계율에 따라 절제하고
맑고 부지런한 친구와 사귀는 일이다.             
                                            - 『법구경』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위의 게송은 900명의 도둑이 출가하여 비구가 되었고 그들을 가르치기 위하여 설하신 아홉 편의 게송 중 하나이다. 9백 명의 도둑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청아한 목소리로 잘 낭송하는 소나비구와 그의 어머니에게 감동하여 출가하였다고 한다.

잘못 뉘우치고 출가한 900 도둑

소나비구의 어머니는 법회 때, 출가한 아들 소나비구가 맑은 목소리로 게송을 잘 읊는 것에 매료되어서 집에 900명의 도둑이 들어서 귀중품을 다 갖고 간다는 전갈을 받고도 물건의 덧없음을 깨닫고 소나비구의 설법 듣는 것에 심취되어 있었다고 한다. 옆에서 도둑의 두목이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소나비구 어머니의 거룩한 모습에 감동하여 자신의 행위를 깊이 뉘우쳤다고 한다. 그래서 훔쳤던 물건을 도로 제자리에 갖다놓고 소나비구의 제자 되기를 간청하여 출가하였다는 이야기에 유래한다.

부처님께서는 많은 무리의 도둑들이 출가한 것을 지혜의 눈으로 관찰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아홉 편의 게송을 설하셨던 것이다. 물건을 훔치다가 물건의 가치 없음을 깨닫고 출가한 도둑의 제자들을 위하여 설하신 게송을 몇 편 더 살펴보자.

자비로운 생활을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는 수행자는 고요를 얻고 윤회가 멎은 축복 받은 대자유에 이르리라.

수행자여 배 안에 스며든 물을 퍼내라. 배가 가벼워 속력이 빨라질 것이다.
이와 같이 탐욕과 성냄을 끊어 버리면 그대는 마침내 대자유의 기슭에 닿게 되리라.

수행자들이여 명상하라. 되는 대로 지내지 말라. 마음을 욕정의 대상에 두지 말라.
방탕한 나머지 지옥에 떨어져 뜨거운 쇳덩이를 삼키며 괴로워 울부짖지 말라.

지혜가 없는 자에게는 깊은 명상이 없고 깊은 명상이 없는 자에게는 지혜 또한 없다.
지혜와 깊은 명상을 갖춘 사람은 절대 자유에 가까워진 것이다.

인기척 없는 빈집에 들어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바른 진리를 관찰하는 수행자는 인간을 초월한 기쁨을 누린다.

이 몸은 거짓으로 이루어진 것, 있다가 없어지는 것인 줄 알면 마음은 깨끗한 즐거움에 잠기어 절대 자유의 기쁨을 맛볼 것이다.

그리고 항상 친절 하라. 우정을 다하고 착한 일 하라.
그러면 기쁨이 넘쳐 괴로움을 말끔히 없애게 되리라.  (법정스님 번역)

9백 명이나 되는 도둑의 무리가 한꺼번에 출가한 것은 대단한 사건이었을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들의 출가가 일시적인 충동으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지혜의 눈으로 살피고 마음으로 보살피신 듯하다. 그리하여 설하신 게송이 위의 가르침이다.

부처님은 먼저 자비로울 것을 당부하시고 구멍 뚫린 배에 물이 차면 급기야는 침몰하고 말기 때문에 차오르는 물을 퍼내듯 탐욕과 성냄을 끊어 버리고 대자유의 편안한 기슭에 닿도록 정진할 것을 당부하신다. 또한 항상 들떠서 생활하던 습관을 버리고 명상으로 고요한 삶을 지켜나가도록, 그리하여 절대 초월의 경지에 머물러서 다시는 괴로움의 윤회에 얽매이지 않도록 가르치고 계시는 것이다.

용기있는 사람은 참회로 삶 바꿔

시작도 끝도 없어 보이는 망망한 바다 한 가운데서 큰 풍랑을 만났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의 삶은 거친 파도위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한 척의 배와도 같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바람의 방향을 잘 살피고 끝없는 노력으로 배를 움직여 나가야한다. 배가 앞으로 전진하기위해서는 불필요한 물건을 덜어버림으로써 배의 무게를 줄이는 지혜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어리석은 마음에서 끝없이 일으키는 탐욕은 배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장애물이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어떠한 위급상황이 닥치더라도 지혜로써 판단하고 탐욕을 줄임으로써 위험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라고 가르치고 계시는 것이다.

도둑의 무리가 출가를 하여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였다. 또 다시 거친 바람을 만나겠지만 이제는 지혜로써 판단하고 무욕(無欲)으로써 생사고해(生死苦海)를 건너갈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께 직접 가르침을 받았던 도둑들은 참으로 행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살아온 과거가 어떻다 할지라도 깊이 참회하고 참다움을 꿰뚫어 보고 삶의 궤도를 바꾼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용기 있는 사람들에게 자애로운 부처님의 가르침이 감싸주고 계시는 것이다. 과거의 어리석은 행위를 던져 버리고 충동으로부터 자신을 갈무리하는 행복한 도둑 수행자들의 일상이 보인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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