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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묵 스님의 풍경소리]

기자명 법보신문

나눔 소홀히 하면 자신도 무관심의 대상 돼
작은 마음 모아서 이웃의 겨울나기 도울 때

예전 시골에선 가을걷이가 끝나고 나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땔감을 마련해 쌓아놓은 것이 큰일이었다. 지금은 숲들이 다 우거지고 나무를 때는 집도 드물기에 나무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 시절에는 산에 나무도 적었을 뿐더러 시골에선 거의 나무를 연료로 사용했기에 힘든 일이었다.

근 십여 리까지 가서 해 와야 했고, 간혹 면의 삼림계원에게 들키면 크게 혼이 나기도 하면서 겨우살이로 땔감을 준비해야 했기에 연탄 때는 집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이제 절 집에서조차 이런 일은 옛일로 묻혔다. 예전에는 스님들이 산에 올라가 나무를 해서 동안거를 준비했다고 하는데 이젠 산중에서도 거의 석유나 전기보일러, 가스를 사용하기에 나뭇짐 멜 일이 없다. 그저 더러 선방에 장작을 때는 곳이 있고 통도사 같은 경우처럼 무쇠 가마솥에 장작불로 밥을 짓기도 해서 약간의 울력을 하기도 하지만 재미삼아 할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근래 들어 석유 값이 치솟고 살림살이가 힘들어 지면서 시골에서는 나무를 때는 집이 다시 늘어나는 듯하다. 얼마 전에 포행 길에서 할머니가 나무토막 몇 개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며 ‘이전 시골에선 땔감을 준비하기 힘든 집엔 동네 사람들이 하루 날을 받아 울력해서 그런 집을 살피곤 했었는데’하는 생각도 나서 한 짐 해다 줄 수 있으면 싶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겨울나기가 힘든 분들이 참 많이 있음이 보인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 값이 몇 십억 하는 세상이지만 아직도 우리 곁에는 몸도 마음도 추운 분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각자 살기가 바쁘고 힘든 세상이 된 탓인지 서로 간에 나누는 온정이 많이 없어진 듯하다. 나눔과 베풀기를 소홀히 하고 정을 거두면 결국 자신 또한 무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힘든 상황에 맞이해도 손 내밀 곳이 없게 됨에도 말이다.
『생경(生經)』이라는 부처님 경전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부처님께서 병든 비구에게 가셔서 물으셨다. “병이 들었는데, 약이나 잠자리를 돌보아 주는 사람이 있느냐?”

비구가 말씀 올리길, “고독하게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고 약도 없습니다. 또 집도 워낙 멀리 떠나 있는 처지기에 부모·친척·동반자 등 돌보아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세존께서 다시 물으셨다. “네가 건강하던 시절, 병자를 돌보든가 병세를 묻든가 한 일이 있느냐?” “없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건강할 때에 남의 질병을 돌보지도 않았고 병세를 묻지도 않았으니 누가 너를 돌보아 주겠느냐. 선악은 대립함이 있고 죄복(罪福)에는 과보(果報)가 있게 마련이니, 은혜는 주고받는데서 생기고 의로움은 소원(疎遠)함에서 끊어지니라.”
부처님의 말씀은 일차적으로 자신이 지금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보살펴주지 않는 것에 대해 자신이 그런 업을 쌓아온 것에 기인함을 알고 원망을 쉬고 스스로 참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다. 그리고 돌려 한걸음 더 나아가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그런 복업을 쌓지 않으면 결국 위에 비구와 같이 아무도 돌보아 주는 이가 없는 처지가 됨을 말씀하시는 거라고 본다.

통도사에서는 현 주지 스님의 부임 이후 성금과 나눔돼지저금통, 구룡지에 모인 돈 등을 모아 관공서를 통해 돕기도 하고, 주변 초등학교에 결식아동이 없도록 애쓰며, 자비원에서는 반찬을 만들어 주변 독거노인들에게 나누어 주는 등의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주변에 따스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찬바람이 이는 시절 우리의 작은 맘이나마 하나로 모아 함께 겨우살이를 준비했으면 한다.
 
정묵 스님 mani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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