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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를 말하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김성철 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학문적 열정과 현실인식 겸비한 체계불학자

불교에 심취해 치과의사서 불교학자의 길 선택
중론 등 번역·저술 다수…학문·신앙 소통 추구

학자들의 전공은 곧잘 ‘성역’에 비유되곤 한다. 박사학위라는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일단 전공이 정해지면 그 영역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수월치 않다. 영역이나 틀을 벗어나는 순간 따가운 시선을 감수해야 하거나 비난과 질시의 복판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런 면에서 전공이나 관례는 안식처인 동시에 올가미이기도 하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부 김성철(53) 교수는 「용수의 중관논리의 기원」(동국대, 1997)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대학에서도 중관학을 지도하는 명실상부한 ‘중관학자’다. 1993년 용수의 『중론』 역주를 시작으로 최고의 중관 개론서로 간주되던 무르띠의 『불교의 중심철학』(1995년)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1999년엔 중국 삼론종의 핵심 텍스트인 『회쟁론』, 『백론/십이문론』까지 꼼꼼히 역주함으로써 중관연구의 기틀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중론』을 모호하게 서술했던 몇몇 해설서들과 달리 그 내용과 의미를 낱낱이 풀이함으로써 새로운 중관학 입문서로 평가받는 『중론, 논리로부터의 해탈, 논리에 의한 해탈』(2004년)을 펴낸 대표적인 중관학자다.

그러나 김 교수는 여느 학자들과는 달리 전공의 틀에 구애받지 않는 퍽 자유로운 학자다. 오히려 우리 사회나 불교계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적극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불교학의 현실참여’라는 신념은 그의 학문적인 이력과 줄곧 궤를 같이해 왔다.

때론 “권력자의 도덕성을 비판하는 집단의 도덕성 역시 문제가 되며, 불교인들의 현실참여는 반드시 불교적이어야 한다.”(시민운동에 보내는 불교의 고언, 2000년)거나 “오늘날 불교교육 핵심은 불교의 궁극적 목표인 깨달음에 대한 것이 아니라 깨달음의 추구 이전에 요구되는 마음자세를 체득케 하는 실질적인 심성교육이다.”(비폭력 평화실현을 위한 현실적 과제, 2001년)라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 교수는 또 우리 학문의 종속성에 대한 혹독한 비판과 함께 새로운 학문방법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현대의 불교학 연구자들은 대부분 서구 인문주의의 최면에 빠져, ‘신앙적 불교 연구’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현대 불교학의 과제와 해결 방안, 2001년)는 질타와 더불어 티베트의 『보리도차제론』을 우리 현실에 맞춰 응용한 ‘체계불학’으로 불교학의 식민성 극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불교학의 실사구시, 2003)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티베트불교의 수행체계와 보살도’(2001년) 등 여러 논문을 통해 티베트불교가 새로운 한국불교를 위해 충분히 벤치마킹할 만한 필요가 있음을 거듭 강조하곤 했다.

김 교수는 특히 “우리의 삶 전체가 불교를 통해 해석되어야 하고 불교 역시 우리의 삶에 의해 해석돼야 한다”(재가불자교육의 체계화를 위한 시론, 2005년)는 취지 아래 새로운 재가불교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악성자본주의로 치닫는 지금의 현실을 방관하지 않고 차별과 불평등에 저항하는 것이 보살의 길”(불교NGO 활동에 대한 이론적 모색, 2007년)이라고 강조하는 등 그의 불교학은 늘 대중과 사회를 지향해 왔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20~30편의 불교 플래시를 만든 뛰어난 제작자인 동시에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조각을 하는 베테랑 조각가이기도 하다.

이렇듯 그의 열린 불교학과 여러 뛰어난 재능은 어쩌면 그가 불교학을 만나기까지의 긴 여정과 무관하지 않을 듯싶다. 고교시절 조각가와 미술평론가를 꿈꾸던 그가 미술학과 대신 서울대 치과대학에 입학한 것은 집안의 반대문제도 있었지만 순전히 다른 일을 겸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대학 입학 후엔 미술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는 동시에 미학과 철학 관련 서적을 섭렵해 나갔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서가에서 운허 스님 번역의 『능엄경』 중 ‘여래의 지견을 얻으면 생사의 미혹에서 벗어난다’는 부분을 읽고 경탄과 함께 평생 불교를 공부하기로 서원을 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1987년 동국대 대학원에 입학함으로써 치과의사라는 본업 외에 그토록 열망했던 불교학도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것이다.

만학이었던 그는 “공부를 하는데 있어 이해되지 않으면 진도를 나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무섭게 공부에 매달렸다. 이런 학문정신이 난해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중관 서적들을 꼼꼼히 번역하고 저술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의사의 길을 걷다 불교학을 시작한 것도 놀랍지만 김 교수가 속속 내놓는 연구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학문을 신심과 신행으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대단히 훌륭한 점이다.”(전 중앙승가대 총장 종범 스님) “온유하면서 부드러운 성격도 남다르지만 경전에 대한 정확한 해석과 실증적이고 논리적인 학문태도도 대단히 모범적이다. 다양한 분야에 두루 이해가 깊은 그는 단연 최고의 불교학자다.”(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전공분야인 인도불교에 머무르지 않고 동아시아까지 전공영역을 확대함으로써 동아시아불교 연구자들에게 학문적으로 큰 도움을 주는 탁월한 학자다.”(석길암 금강대 HK연구교수)

이런 김 교수는 얼마 전부터 인도불교를 넘어 동아시아불교로 그 연구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원효대사를 ‘해동성자’로 표현할 만큼 극찬을 받게 했던 대표적인 논쟁서 『판비량론』을 번역하고 일일이 분석한 역작 『원효의 판비량론 기초연구』를 펴냈는가 하면 오랜 세월 베일에 가려있던 고구려 출신의 고승이자 삼론학의 중흥조인 승랑(450~530?) 스님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로 “승랑 스님이 양무제의 황권확립을 위한 이데올로기 제공자였다”는 등 새롭고 놀라운 연구 성과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최근 자신의 체계불학을 바탕으로 기발한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내린 신개념의 불교개론서 『100문100답』을 펴낸 김 박사는 내년 말까지는 승랑 스님의 생애와 사상에 관한 단행본 집필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승랑 스님의 사상이 중국 천태종, 화엄종, 선종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음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동시에 승랑 스님의 중도불성 사상을 통해 간화선을 근본부터 새롭게 조명하겠다는 각오다.

물론 불교학자로서 불교의 사회참여 및 그 역할 정립을 위한 이론적인 체계 구축은 그의 평생의 원력이기도 하다.

■김성철 교수와의 Q&A

질문

답변

이유

닮고 싶은 학자

전 동국대 교수 법경 스님

열린 마음으로 늘 제자들을 감싸고

독려하는 자비롭고 청렴한 교육자

존경하는 인물

마르크스와 간디

시대의 아픔을 통찰하고

이를 해결하려 노력했던 이념가

꼭 읽혔으면 하는 저술

『중론, 논리로부터의 해탈, 논리에 의한 해탈』

중관사상의 정수를 담고자 했기에

중관 이외 관심 분야

인명학(논리학)

불교논리학 체계화가 곧 불교대중화

꼭 하고 싶은 일

승랑의 생애와 사상 조명

한국 선수행 정립에도 기여

추천하고 싶은 책

보리도차제론

모든 불자들의 신앙과 수행 지침서

늘 가슴에 새기는 구절

탄허 스님의 ‘천하에 진리는 하나뿐이고, 성인의 마음은 한결같다

(天下無二道 聖人無兩心)’ 

정직과 도덕성이 학문의 기본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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