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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들의 열정이 체코 불교 지켰다

기자명 법보신문
  • 해외
  • 입력 2009.11.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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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공산치하-벨벳 혁명까지

지리 홀바 교수 ‘체코 불교와 불교학’ 논문서 밝혀
교류 단절 속에서도 끈질긴 생명력…빠른 성장세

유럽의 여러 나라 가운데 불교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국가로 손꼽히는 체코의 불교사를 단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소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국제불교문화사상사학회(회장 송석구)가 최근 발간한 영문 학술지 「The Journal of Buddhist Thought & Culture」(IJBTC) 제13집에 수록된 논문 ‘제1차 세계대전과 1989년 벨벳혁명 사이의 체코 불교와 불교학(Buddhism and Buddhist Studies in the Czech Republic between the First World War and the “Velvet Revolution” of 1989)’에서는 근현대 격동의 역사를 건너온 체코에서 불교계와 불교학 연구가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보고 있다.

체코 과학학회의 동양학연구소 연구원이자 프라하에 위치하고 있는 짤즈대학 철학대 조교수인 지리 홀바(Jiri Holba) 교수의 이 논문에 따르면 체코에 최초로 불교가 소개된 시기는 1392년 경이지만 본격적으로 불교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것은 19세기 들어서다. 당시 체코에서 발간된 교육사전에는 붓다, 불교, 불자, 불교철학, 그리고 라마이즘 등의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하며 이것은 당시 체코의 유명한 작가와 시인 등 특정 문학 계급에서 불교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체코 내에서 불교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 시작된 것은 1904년 알로이스 랭(Alois Lang)이 효시를 이루며 1921년에는 빈센 레스니(Vincenc Lesny)가 ‘불교, 불교의 붓다와 빨리어 경’ 연구를 발표하며 체코 불교학 연구의 맥을 이어갔다.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후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이 탄생하면서 불교연구는 큰 성장을 보였다. 체코에서는 팔리어와 산스크리트어에 대한 연구가 인도학과 함께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20세기 상반기 체코에서 활동한 인도학의 두 거장 모리쯔 윈터니쯔(Moriz Winternitz)와 빈센 레스니에 의해 팔리어 법구경 등 원전이 번역되고 유럽의 불교학 연구 성과물들이 체코에 소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기독교적인 기반 위에서 불교에 접근하고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이들과 달리 불교신자로서 불교학에 접근한 최초의 인물은 신흥불교학자인 레오폴드 프로체즈카(Leopold Prochazka. 1879~1944) 박사다. 20세기 전반 붓다의 가르침을 체코어로 소개한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인 프로체즈카 박사는 불교의 교리를 비롯해 불교의 여러 개념들을 소개하는 여러 책을 발표했다. 특히 그는 체코슬로바키아에 불교센터를 세우고 스리랑카에서 출가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외국의 라디오 방송을 들은 혐의로 독일 게슈타포에 의해 1944년 체포당한 후 곧 사망해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벨벳 혁명으로 불리는 체코 혁명 이전까지 서구 학계와의 교류가 단절된 속에서 체코 불교학은 몇몇 학자들에 의해 근근이 이어졌지만 그 성과물만은 오늘날까지도 체코 불교학의 중요한 획으로 남아있다. 에곤 본디(Egon Bondy)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즈비넥 휘저(Zbynek Fiser. 1930~2007)나 이보 피저(Ivo Fiser. 1929~2004), 캐럴 워너(Karel Werner. 1925~) 등의 불교학자는 공산정권의 체제하에서 불교와 막시즘의 접점 모색, 팔리어 사전 및 팔리어 용어 색인집 등의 성과물을 발표함으로써 지금까지도 체코불교학의 초석이 되고 있다.

홀바 교수는 “체코에서의 불교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체코 혁명 이후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인해 불교학연구와 체코 불교는 크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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