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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칼럼] 호화로운 평상·침구 쓰지 말라 ②

기자명 법보신문

호화로운 침구는 부처 생각을 잃게 해
사치-삿된 생각 버리는 게 수행자 본분

오달국사(悟達國師)는 당나라 지현법사(知玄法師)이다. 속성(俗姓)은 진(陳)이다. 경·율·론 삼학(三學)에 통달하여, 그 이름이 첫 번째로 손꼽혔다. 남긴 발자취가 매우 많았으며, 그런 까닭으로 세상에서 그를 진보살(陳菩薩)이라 불렀다.

나이가 어릴 때에 한 낯선 스님을 만났는데, 어디에 사는 스님인지 알 수 없었다. 그 스님은 대마풍(大麻瘋)이라는 나쁜 병이 있었는데 대중이 그를 싫어했다. 그러나 지현은 조금도 싫어함이 없이 간호했다. 헤어질 무렵 그 스님은 지현의 사람됨을 느끼고 축원하되, “앞으로 자네에게 어려움이 있거든 사천성 팽주 다룡산에 와서 두 그루 큰 소나무가 나란히 있는 곳에서 서로 만나자”고 했다.

뒤에 지현이 안국사에 살면서 도와 덕이 밝게 드러나거늘, 의종(懿宗)이 친히 법회에 참석했다가 침향으로 만든 보좌(寶座)를 하사(下賜) 했는데 높이가 2자 남짓했다. 희종(僖宗)은 또한 오달국사라는 호를 내리니, 두 임금의 공양이 융숭(隆崇)하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이때부터 홀연히 좌선 중에 보살이 내려와서 손으로 지현의 이마를 만지고 법을 설하여서 그를 편안하게 하였는데, 설법을 마치면 곧 사라졌다. 그 때 갑자기 한 구슬이 지현의 왼쪽 넓적다리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는데, 넓적다리가 불거지며 통증이 심했다.

그리고 드디어 인면창을 이루었다. 그 위에는 조착(晁錯)이라는 두 글자가 있었다. 눈썹과 눈, 입과 이를 모두 갖추어 매번 음식을 먹이면 입을 벌려 받아 삼키니, 사람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이름난 의사를 두루 불렀으나 팔짱만 끼고 있었다.

그 때, 옛날에 함께 살며 병을 간호해 주었던 스님의 말을 기억하고 마침내 산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날이 저물고 사방이 어두웠다. 두리번거리며 방황하다가 두 그루 소나무가 안개사이에 서 있음을 보고 그때의 약속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는데, 그 장소에 가 보니, 금과 보배로 찬란하게 장식한 높고 웅장하게 지은 누각이 있었다.

그때, 간병을 받았던 스님이 문 앞에 서 있다가 돌아보며 지현을 매우 기쁘게 영접하는지라. 하룻밤을 자면서 괴로운 병 이야기를 했다. 그 스님이 말하기를, “상심할 것 없도다. 바위 아래 샘이 있는데, 내일 아침에 가서 그 물로 씻으면 곧 나으리라”고 했다. 날이 밝아 안내하는 동자를 따라 샘에 이르렀다. 환부를 씻으려고 물을 움켜잡으니, 그 인면창이 말하기를 “아직 씻지 말라. 그대는 아는 것이 깊고 넓어서 고금(古今)을 잘 알리니, 일찍이 서한서(西漢書)에 원앙과 조착전을 읽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지현이 “읽었다”고 대답했다.

“이미 그것을 읽었을진대 어찌 원앙이 조착 죽인 것을 알지 못하는가? 그대는 그 때의 원앙이요, 나는 그때의 조착이로다. 그대가 임금의 총애 받음이 지나쳐서, 사치하고 명예와 이익을 구하는 마음이 일어나서 덕이 훼손될세. 그래서 그대를 해치게 되었다. 지금 가락가 존자가 삼매법수(三昧法水)로써 나를 씻으라 했으니, 이제부터는 다시는 그대와 더불어 원(寃)이 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오달이 그 말을 듣고 온 몸이 떨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혼이 몸에 머물지 않았다. 연거푸 물을 움켜서 인면창을 씻었다. 그 아픔이 골수에 사무쳤다. 기절했다가 다시 깨어나서 창(瘡)을 보니 씻은 듯이 낳아 있었다. 다시 가락가 존자를 뵙고자 절에 돌아왔으나, 보이지 않았다 한다.

어떤 식견이 있는 스님이 “요즈음 우리들이 사용하는 침구를 ‘이부자리’가 아니라 부처생각을 여의는 생각이 쉽게 남으로 이불(離佛)이라 한다”고 하는 말이 옳은지도 모른다.
 
철우 스님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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