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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칼럼] 때 아닌 때에 먹지 말라 ②

기자명 법보신문

쇠약한 환자 제외하곤 오후 불식해야
아귀 고통 알고 항상 자비 베풀라는 뜻

주굉 스님은 “옛날 어떤 큰스님은 옆방에서 오후에 밥 짓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불법이 쇠잔하는 것을 걱정하며 슬퍼하였다. 지금 사람들은 몸이 약하고 병이 많아서 자주 먹어야 할 이가 많아 이 계를 지킬 수 없으므로 옛 사람들은 저녁밥을 약석(藥石)이라 하여 병을 치료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옛날 법혜 선사(法慧禪師)는 업사(鄴寺)라는 곳에 머무셨다. 옆방의 비구 스님이 오후에 밥 짓는 냄새를 맡고 스스로 생각하되, “부처님 가신 때가 오래 되어서 사람들이 많이 계를 폐(廢)함이로다고 하며, 불법이 심히 쇠잔함을 슬퍼하시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을 흘려 옷깃을 적셨다. 지금 사람들은 옛 성현처럼 이미 법을 수호하는 마음이 없고 도리어 훼방하는 마음을 내어 부끄러움이 없으니 옳겠는가”라고 했다. 당나라 오은 법사(悟恩法師)의 자(字)는 수기(修己)니, 때에 의로운 호랑이라 불렀다. 평소에 하루 한 번 먹고 절을 떠나지 아니하며 재물을 모으지 아니했다.

새벽에 먼동이 틀 무렵에야 죽을 친히 잡숫더니 매양 포살 대중이 모이면 남몰래 눈물을 흘리셨다. 생각하건대 『대집경』에 ‘계행(戒行) 없는 비구가 염부제에 가득하다’ 한 것을 생각했음이다.

예전에는 돌로 침을 만들어 사용해 약석(藥石)이라 했다. 지금은 철을 많이 사용하나 그 근본이 본래는 돌이었으므로 약석이라 한다. 병이 있는 비구가 죽을 먹되 약을 먹는 것 같이 하며 몸에 돌 침을 놓는 것은 병을 낫게 하기 위한 까닭이다. 한갓 입과 배를 채우기 위하여 먹는 것이 아니다. 또 다섯 가지 돌로써 병을 치료하니, 또한 약석이요, 또 따뜻한 돌로 주린 배를 따뜻이 해서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으므로 또한 약석이다. 또 돌은 가히 먹는 물건이 아니니, 저녁밥을 먹는 것이 옳지 않는 것임에 비유한 것이다.

오분율(五分律)에 이르되, “때에 모든 비구가 토하고 싸는 약을 먹고, 때가 되어도 먹지 못하여 뱃속이 비었거늘, 의사가 먹을 것을 먹게 했다. 이를 본 모든 비구가 부처님께 말씀드리니, 부처님께서는 방아를 찧지 않은 곡식으로 물에 끓여 때 아닌 때 먹는 것을 허락했는데, 그래도 낫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허락하시되, 주머니에 곡식을 담아서 삶은 물을 먹게 하니, 또한 낫지 않았다. 부처님이 허락하시되, 주머니에 쌀을 담아서 끓인 즙을 먹게 하니, 점점 기운은 났으나 낫지 않았다. 부처님이 자비로 허락하시되, 쌀로 죽을 끓이되 주걱으로 그어서 글자가 이뤄지지 않게 해서 대중이 없는 장소에서 먹게 하고 병이 낫거든 마땅히 참회하라”고 했다.

또한 말씀하시되, “사람은 항상 병든 날을 생각하면 진심(塵心)은 잠깐 사이에 쉬고 사람은 항상 죽는 날을 생각하면 도 닦을 생각이 자연히 나거늘 도리어 저 애욕의 뿌리를 놓아버려서 스스로 고통의 근본이 더욱 길어나게 함이라”고 했다.

고승전에 이르되, “양산음(梁山陰) 운문사(雲門寺)에 석지순(釋智順)이라는 이는 질병이 심해서 먹지 못함이 여러 날이었다. 어느 날 날이 저물었다. 담화(曇和)는 순(順)이 곡기를 끊은 날이 오래임을 생각하고 반 홉의 쌀과 함께 여러 가지를 섞어 끓여 먹였다. 그러나 순은 목구멍으로부터 토해내고 물로 씻었다. 그리고 담화에게 말하되, ‘너는 영원히 운문을 나가고 다시 돌아오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주굉 스님 “반드시 부처님 법을 어기는 줄 알아서 크게 부끄러움을 내어야 하며, 아귀들의 고통을 생각하고 항상 자비로 제도하여야 하나니, 많이 먹지 말고 좋은 음식을 먹지 말고 마음 놓고 먹지 말아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아니하면 더욱 큰 죄를 받으리니, 슬프다 어찌 경계하지 아니하랴”고 했다. 

철우 스님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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