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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희 보살의 수행일기] 16. 수행일기의 유익함-1

기자명 법보신문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대처법 확인 가능
기간 정해 점검하면 늘 깨어있을 수 있어

부부는 7000생의 인연이 있어야 하고, 자식은 9000생의 연이 있어야 하며, 도반은 12000생이 연이 있어야 만날 수 있다고 했던가. 아난이 좋은 도반들과 함께 있는 것이 너무 기뻐 부처님께 “세존이시여! 도반은 공부의 반인 것 같습니다”라고 그 감동을 말씀드렸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도반이 공부의 전부이다”고 하셨다.

도반들과 함께 정진해 간다는 것은 말할 수 없이 큰 힘이고 참으로 유익함이 많은 것 같다. 100일의 일정을 정해놓고 집중수행을 먼저 출발한 사람, 그 뒤를 따르는 도반들, 남들이 열심히 이어가는 수행일기를 보고 “저렇게 할 수도 있구나”하고 지켜보다가 이어오는 안전형 도반들이 있다.

우리가 아무 계획 없이 사노라면 100일간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사라졌는지, 그 후유증은 어떠했는지, 냉정하게 점검해볼 여유도 없이 또다시 밀려오는 더 큰 일들에 흡수되면서 지나간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도 잊고 하루하루 뒤범벅이 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삶인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일정한 기한을 정해놓고 깨어있어 보라. 그것은 일주일이든 한달이든 100일이든 자신이 정할 수 있는 기간이면 된다. 얼마나 자신에게 다사다난한 일들이 부딪히게 되는지를, 그리고 그때마다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체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무더운 지난여름 100일 간의 주력수행을 계획하고 맨 먼저 출발한 도반들이 있었다. 기대했던 대로 가장 힘을 갖추고 출발한 세심선 보살님은 평소 주변에 걸릴 일이 거의 없이 말 그대로 밥 먹고 공부만 하면 된다. 절집 같은 분위기에 자제분은 서울에서 공부하고, 남편만 출근하면 무엇 하나 눈앞에 방해받을 일이 없다. 설사 남편이 있다고 하여도 이 댁의 거사님처럼 공부하는데 협조적인 분도 드물 만큼 부인이 집중수행을 한다하면 먼저 좋아서 필요한 것들을 다 준비해주고 기도가 끝날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매일 능엄주 108독 이상을 마치고 방에서 나온 부인을 보고 “충성!”하고 거수경례를 할 정도이니까.

그런데 집중수행 40여일 쯤 이르러 친정아버님이 큰 수술을 받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병원에서 아버님의 병수발을 들다가 유행병인 이질에 감염되어 여러 날 고생을 하였다. 그러나 몸으로 부딪히고 밖에서 일어난 일들이 아무리 큰일이라고 해도 그 힘과 파장이 안에서 일어난 일만 못한 것 같다. 아버님이 한고비 넘기고 보름을 넘게 지속되던 설사도 멈추고 주력수행을 60여일 할 무렵, 아뢰야식 속에 오랜 세월 저장되어 있는 복병들이 밖으로 분출되며 그 힘은 감당하기가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108독 열심히 했습니다. 3일 연속 마음속 감정들이 폭발적으로 튀어나와 컨트롤하기 정말 힘들었습니다. ‘능엄주를 왜 해야만 하는가’ 라는 생각까지 들면서 나를 더욱 힘들게 했습니다. 친정의 아픈 기억들, 시댁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생생히 보여질 때면, ‘마음과 몸이 능엄주에 절이고 또 절이다 보면 끝이 있겠지’하고 스스로 위로하며 했습니다.

부정적 감정들과 능엄주가 뒤섞이며 토네이도처럼 치밀고 올라와 다라니를 하고는 있지만 더 크게 치고 올라오는 감정에 능엄주는 노예가 되어 돌아가고 있음을 어느 고비에서 알아차렸습니다. 알아차린 그 순간 모든 것들이 태풍 뒤의 고요함과 깨끗함처럼 마음이 자리를 잡으면서 참으로 평온하게 능엄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들이 기존에 보아 왔던 것들과 다르게 보였습니다. 스스로 전도된 삶을 살아왔음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분은 수행일기를 썼기 때문에 이렇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강선희 보살 phad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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