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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를 말하다] 고려대 철학과 조성택 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원전 이해와 불교적 상상력 갖춘 인문학자

자기 문제의식과 관점으로 불교학 연구
새 대승기원 주장…불교학계 팔방미인

 

‘길은,
가면 뒤에 있다.
단 한 걸음도 생략할 수 없는 걸음으로
그러나 너와 나는
구만리 청천으로 걸어가고 있다.’


 

실상사 화림원과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12월 11일 서울 신정동에서 개최한 제13차 화엄광장에서 조성택(53·사진)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황지우 시인의 ‘마음의 지도 속 별자리’라는 시를 인용해 발제를 시작했다. 그는 “우리는 흔히 ‘길을 간다’고 하지만 새로운 길을 가는 사람에게 길은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면 뒤에 있는 것”이라며 “부처님의 삶에서 가장 위대한 순간은 정각(正覺)이 아니라 고행을 그만두었을 때”라고 했다. 마지막 남은 길인 고행의 길마저 버린 그 순간이 부처님 생애에 있어 가장 위대한 ‘결단의 순간’이라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날 신대승운동은 기왕의 전통을 오늘에 되살리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는 불교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불교 고유의 본체론적 담론을 의미하는 법(法)의 불교와 행위의 불교를 의미하는 업(業)의 불교가 분리돼야 하고 깨달음의 세계와 생활세계도 구별돼야 한다는 평소 그의 학문적 소신을 펼쳤다.

 

이날 조 교수가 밝힌 내용은 ‘신대승불교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의 발제였지만 그가 지향하는 바람직한 불교인의 길이기도 했다. 그에게 ‘불교적 삶’이란 불교적 가치만이 아니라 인류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공동선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맞닿아 있는 삶이다. 실제 조 교수의 삶과 학문의 영역은 여느 학자들과는 사뭇 다르다. 조 교수에게 학자의 길은 옛 문헌에 안주하는 차원을 넘어 동과 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소통하고 그 곳에서 시대적인 ‘의미’를 찾는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그동안 옳음이나 사회적 공공선에서 벗어나있을 경우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공사와 관련해 불교계가 환경지상주의의 흑백논리에 여전히 서있다는 지적, 황우석 옹호는 불교계의 콤플렉스로 불교계는 황우석 감싸기를 중단하라는 요구, 한국불교 최대 문제점은 깨달음 지상주의와 그 부산물인 깨달음의 신비화라는 날선 비판, 용산참사와 촛불집회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는 민의를 헤아리기보다 정략에 사로잡힌 오만한 권력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시국선언 참여 등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이런 그에게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길이 불교학자의 길이며, ‘민주사회’ ‘정의로운 사회’ ‘소수자가 배려 받는 사회’는 불국토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조 교수는 대승불교인들이 “불설(佛說)이 선설(善說)이 아니라 선설이 불설”이라고 선언했듯 우리도 단지 경전의 말씀만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여기는 불설에 대한 좁은 이해를 벗어나 우리 시대에 ‘유용하고 적절한’ 가르침은 다 불설이라는 의미로 이해하자고 제안한다. 전통을 버림으로써 진정한 전통을 지키고 불교를 버림으로써 진정한 불교를 실천하고자하는 불교적 상상력이 대승정신의 원천이었으며 ‘선설불설(善說佛說)’은 그 대승정신의 가장 구체적인 선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조 교수의 불교관은 학문적인 활동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열암 박종홍과 뇌허 김동화의 학문적 성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후 우리 자신의 문제의식과 관점으로 불교학을 비롯한 전통사상들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새로운 불교학 연구의 지평을 위하여) 또 초기불교의 연기론은 생태문제에 있어 어떤 직접적 대안이 될 수 없다(불교와 생태학:그 가능성과 한계)는 놀라운 지적을 하는가 하면 수행의 목표는 깨달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행복 증진에 있다(웰빙으로서의 불교-깨달음의 불교에서 행복의 불교로)고 선언한다.

 

뿐만 아니다. 조 교수는 세계 불교학계의 핵심쟁점들에 대한 독특한 견해도 속속 내놓았다. 붓다를 찾아서 늘 울고 다니는 상제보살(常啼菩薩)의 얘기를 통해 대승불교의 기원이 무불시대 붓다 찾기에 있다(대승의 역사적 기원과 불교적 상상력)고 피력하는가 하면, 최초의 경전 편찬은 문자의 영향으로 초기불교와 대승불교가 동시대 이루어졌고 초기불교와 대승은 그저 ‘기억’방식의 차이일 뿐이라고 주장해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초기불교사 재구성에 관한 검토)

 

 

이렇듯 조 교수의 불교학은 철저한 텍스트 이해를 토대로 접근하되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요컨대 불교적 상상력을 동원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불교에 숨결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역사학, 사회학, 문학, 철학 등 인문학 전반에 두루 밝은 해박함은 그의 주장이 불교학계를 넘어 인문학계에서도 소통 가능토록 하는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학문의 보편적인 시각에서 불교를 당당히 말하는 학자다. 불교원전언어에 대한 이해 능력도 뛰어나지만 고착화된 관념에 대해 늘 고민하고 새롭게 밝히려고 하는 점이 무엇보다 돋보인다. 그는 분명 불교학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학문적으로 대단히 깐깐하고 원칙에 충실하다. 대충하는 법이 없다. 조성택 교수의 글을 믿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정영근 서울산업대 교수) “미국에서 불교학을 배웠음에도 서구 연구 방법론의 관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불교학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명하고 있다. 한국 불교학을 인문학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려는 대단히 열정적인 학자다.”(조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조 교수가 불교학을 ‘업’으로 삼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해병대에서 장교로 제대할 무렵 늘 보며 무심히 지나치던 대형지도 속 인도가 홀연히 눈에 들어왔다. 이후 인도로 떠나기 전 인도를 알기 위해 들어간 동국대대학원에서 불교를 접하고 미국 UC버클리대에서 대승불교 기원을 규명하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기에 이르렀다. 1995년 미국 스토니부룩 뉴욕주립대 교수로 임용된 뒤 2000여 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한 강의평가에서 1위로 뽑힐 정도로 그의 강의는 탁월했다. 고려대 철학과 강단에 선 뒤에도 조 교수의 강의는 명성이 자자했다. 심지어 인터넷 강의를 듣고 고려대 대학원에 입학하는 학생들까지 있었다.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학단장,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 등을 역임하고 현재 민족문화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는 조 교수. 그는 “종교적 그리고 철학적인 접근방식이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불교에 대한 더 나은 이해를 위해 서로 보완적인 관점을 제공해 준다”며 “불교학은 가장 종합적이고 행복한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조성택 교수와의 Q&A

질문    

답변    

이유

닮고 싶은 학자

아라마키 노리토시

폭넓은 안목과 자유로운 상상력

로버트 지멜로

종교학적 시각으로 불교학 연구

그레고리 쇼펜

세밀한 연구로 거대한 그림 제시

존경하는 인물

원효

세간과 초세간을 아우르는 불교 실천,

‘토종학문’의 모델

꼭 읽혔으면 하는

자신의 저술

불교의 역사적 이해

(근간)

불교사에 대한 새로운 견해 제시

꼭 하고 싶은 일

『대승기신론』 번역

불교해석학적 지평에서 ‘지금’의

의미 반영한 번역과 해석

좋은 불교개론서 저술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보편적인

언어로 불교 소개

신대승운동 참여

우리시대 새로운 불교 모색

추천하고 싶은 책

빈 서판

인간의 본성에 대한 놀라운 탐구

제국 그 사이의 한국

역사연구 방법론 측면에서 대단히 좋은 책

가까운 학문적 도반

안성두·김성철 교수

오랜 벗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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