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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법문 명강의] 민주당 추미애 국회의원

기자명 법보신문

서민복지 가로챈 4대강 사업 녹색 성장 위장한 탐욕-집착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현상을 볼 때면 탄소를 배출시키는 지금까지의 경제성장방식을 개선해야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됩니다.

특히 특정지역의 환경오염이 지구 반대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세계가 하나의 목표를 갖고 협력하지 않으면,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음을 실감합니다. 대통령이 나라를 이끌려면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세계화의 흐름에 발맞추고 때로는 더 큰 고난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잘못된 비전은 생명파괴 불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까 합니다. 군대에 경상도 출신 소대장이 있었습니다. 적군과의 총격전이 벌어지자 소대장이 부하군인들에게 외쳤습니다. “퍼뜩 쑤그리!” 그러자 이 말을 알아들은 경상도 출신군인들이 재빨리 몸을 숙였고 이들 옆에 있던 타 지역 출신 군인 몇몇들도 얼떨결에 경상도 출신 군인들을 따라 몸을 숙여 목숨을 구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투리를 못 알아들은 상당수의 군인들은 그만 적의 총에 맞고 말았습니다. 다시 총격전이 이어져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자 경상도 출신 소대장이 또 외쳤습니다. “아까맨치로!” 그러자 역시나 이 말을 알아듣지 못한 군인들이 또다시 총을 맞고 말았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도자가 세계적으로 화두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사투리로 잘못 해석해 버리면 엉터리 비전을 제시한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이 바로 4대강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 선진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외치고 있는데 그것을 지도자가 4대강 사업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경상도 출신 소대장이 전국의 군인들을 향해 ‘퍼뜩 쑤구리’ ‘아까 맨치로’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꼴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수많은 생명들이 피해를 입는 것입니다.

4대강 사업은 한 마디로 탐욕과 집착의 상징입니다 부처님이 가장 경계하셨던 탐욕과 집착, 개인이 삿된 마음으로 탐욕을 부려 그릇된 집착을 하는 것입니다. 특히 세계가 함께 추구하는 저탄소 녹색성장과 비슷해 보이도록 그럴듯하게 포장을 했지만 실상은 잘못 번역을 한 것입니다. 이것은 잘못된 비전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낙동강 주변에 살았습니다. 칠곡이 제 친정인데 전두환 대통령 시절 경북도청 토목과에 근무하던 제 사촌오빠는 매일 낙동강에 가서 살았습니다. 당시에도 낙동강에서는 홍수예방사업이 진행됐습니다. IMF 때도 실직자들을 고용하고 놀고 있는 중장비를 사용하기 위해 낙동강 준설작업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낙동강 본류에서는 홍수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낙동강의 홍수 대부분은 낙동강 본류가 아닌 지천의 상류 쪽에서 일어납니다. 낙동강 본류의 홍수예방사업은 이미 97% 가량 완료된 상태입니다. 그런데 요즘 방송을 보면 어떻습니까. 4대강 사업은 홍수예방, 수질개선, 일자리창출의 일석삼조 사업이라고 선전하는데 저는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홍수예방사업은 지금보다 훨씬 이전인 전두환 정권 때부터도 열심히 이뤄졌습니다. 사실 모든 통치자는 치수사업, 홍수예방사업을 합니다. 그럼에도 현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또 다시 홍수예방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그래야만 바로 예산을 투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 재정법에 재해 예방사업에 대해서는 절차를 거치지 않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어서 국회심의나 사전환경성평가 등을 피할 수 있습니다.

22조원 투입에 서민복지 우선 타격

두 번째로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낙동강은 지난 몇 년 동안 많이 가물었습니다. 농수는 물론 식수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그러니 4대강에 ‘보’라는 작은 댐을 만들어 강물을 가두자는 것인데 낙동강 주변에는 공단이 많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나오는 물을 가둬서 물 양을 늘린다고 해도 마실 물을 확보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표면에 흐르는 물외에도 강바닥 아래로 흐르는 물이 더 많습니다. 강바닥 모래 아래로 흐르는 물이 적지 않은데 모래가 정수기처럼 이물질을 걸러내기 때문에 지금도 그 물들을 모아서 식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의 모래를 다 파버리면 마실 물마저도 없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썩은 물만 잔뜩 가둬놓는 꼴입니다.

세 번째는 일자리창출입니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으로 어떤 일자리가 생길까요. 우리 청년들 다 대학서 공부하고 자격증 잔뜩 따 놓았는데 4대강에서 무슨 일자리가 있을까요. 서울에 있는 대형 건설회사 몇 개가 노다지를 캔 것이지 나머지는 돈 구경할 일이 없습니다. 요즘 공사가 예전처럼 인력을 대량으로 동원하는 것도 아니고 설혹 인력을 동원하더라도 그런 일자리가 우리 청년들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사업을 위해 22조원을 투자합니다. 그럼 그 22조원이라는 예산은 어떻게 만들어집니까. 힘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정부예산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결식아동 급식지원비, 지방학교 교부금, 중소기업 고용지원비 등이 우선 삭감됩니다. 정권에 기여하지 못하고 대항할 수 없고 말 못하는 이들, 장애인, 아동, 청소년 등 서민복지예산이 우선 삭감되는 것입니다.

수치적 성장 아닌 상생공영 절실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이를 4대강 사업 추진의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 독일 캐나다 같은 나라는 국가부채가 GDP대비 60%가량 되는데 우리는 현재 36.9%니 낮은 수준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런 나라들의 국가부채 내역을 살펴보면 사회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사용된 부채입니다. 국가부채는 거둬들인 돈보다 지출한 비용이 많을 때 발생하는데 선진국들은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서 세금을 거두어 없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발생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세금을 비슷하게 거둬서 복지예산으로 쓰기보다는 공무원 인건비, 관공서 신축 등 서민에게 돌아가지 않는데 사용하는 것이 더 많습니다. 국가부채는 낮더라도 그 부채의 성격이 질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22조원이라는 비용은 미래에 여러분이, 여러분의 자손들이 내야할 세금을 담보로 사용하는 빚입니다. 그 독촉을 여러분에게 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함께 어울려서 잘 살라고 하셨습니다. 숫자상의 성장은 탐욕스러운 것입니다. 국가 경제가 몇% 성장하고 ‘747’이라는 비전을 아무리 제시한들 국민 가운데 몇 명만이 잘살고 나머지 95% 국민들의 삶이 여전히 힘들다면 그것은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납니다. 다 함께 잘 살라는 것은 계속 잘 살기 위함입니다.
기획재정부가 작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위 20%의 월 소득이 745만원 이상이라고합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비정규직이 포함돼 있는 하위 20%의 소득은 85만원이었습니다.

월 소득 85만원과 745만원의 차이. 이 속에서 상생공영이 되겠습니까. 서민, 교육, 복지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강한 나라가 됩니다. 부처님 가르침대로 결코 혼자서는 잘 먹고 잘 살수 없다는 것이 우리사회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내 이웃과 더불어 잘 사는 상생공영의 길만이 우리사회에 지속적인 발전과 안정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러한 철학과 비전이 절실한 시기입니다.

우리에게는 변화하는 세계 환경에 발맞춰 앞서나가면서 상생공영할 수 있는 비전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고, 깨달음과 조화로운 마음을 갖춘 불자들이 많아진다면 그 속에서 그런 비전을 갖춘 지도자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여러분 모두 성불하십시오.
 
정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1월 28일 동국대학교 정각원에서 열린 불교대강좌에서 추미애 의원이 ‘불교와 현대정치’를 주제로 강연한 내용을 요약 게재한 것입니다.


추미애 의원

1950년 대구 달성에서 출생했다. 경북여고,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 하고 1982년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춘천·인천·전주지법과 광주고법 판사를 거쳐 법무법인 아주 대표변호사, 15·16대 국회의원, 새천년민주당 최고위원, 17대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대통합민주신당), 17대 대통령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 광진 을구 18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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