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불만다라] 94. 신통을 경계한 이유
[천불만다라] 94. 신통을 경계한 이유
  • 법보신문
  • 승인 2009.12.2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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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기적은 사람 현혹할 뿐 아무 의미 없어

달처럼 깨끗하고
흐림 없이 맑고
쾌락이 일지 않게 다 없앤 사람
그를 나는 수행자라 부른다.                                  
                         - 『법구경』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부처님 당시 전생에 둥근 전단향을 보시한 공덕으로 배꼽 주위에 달 모양의 빛을 내는 바라문 청년 짠다바가 있었다. 청년의 아버지는 아들의 특이한 모습을 선전하여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며 순례 길에 올랐다. 그리고 부처님이 머물고 계시는 사왓티 성내에 도착하였다. 아침이면 많은 사람들이 공양물을 가지고 부처님을 참배하러 가는 무리를 발견하고 그들에게 짠다바의 신기한 모습을 설명했지만 아무도 믿으려하지 않았다.

이 부자(父子)는 부처님과 겨루어 보기위해서 부처님이 머무시는 곳으로 갔다고 한다. 부처님은 이들 부자의 마음을 이미 아시고 신통으로 짠다바의 배꼽주위 빛을 꺼버리셨다고 한다. 짠다바가 부처님께 다가가면 빛이 없어져 버리고 밖으로 나오면 다시 배꼽은 빛을 내곤했다. 이에 짠다바는 부처님의 신통을 배우기 위해서 부처님 교단에 출가하였다.

처음 출가의 목적은 단순히 자신보다 우월한 부처님의 신통을 배울 목적이었으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짠다바는 참다운 수행자의 마음을 갖게 되었고 드디어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 이제 짠다바는 배꼽주위의 빛을 발하는 정도의 신기한 모습의 주인공이 아니라, 깨달음을 성취한 진정한 수행자로서의 빛을 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짠다바는 그동안 자신의 배꼽에서 나는 빛을 구경하기 위하여 주위를 맴돌던 사람들에게 이제는 멀리 떠나라고 타일렀다. 이미 자신은 형상의 빛으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그러한 사람이 아니라고 선언하였다. 이러한 짠다바의 모습을 보시고 부처님께서는 ‘달처럼 깨끗하고 흐림 없이 맑고 쾌락이 일지 않게 다 없앤 사람’이라고 그를 칭찬하셨다고 한다.

이 세상에는 현상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사건이 많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의 주관 없이 맹목적으로 현상을 따라서 흘러가 버린다. ‘똥짐을 지고 장에 따라 간다’는 옛말이 있다. 시골에 장이 서고 많은 사람이 장터 쪽으로 걸어가니까 똥을 퍼서 짊어진 사람도 똥을 버릴 곳으로 가지 않고, 시장으로 따라가서 지나가는 사람마다 오물을 덮어쓰게 한 어리석은 사람을 풍자한 말이다.

가치관 없으면 현상에 현혹

삶에 대한 참다운 가치관이 없는 사람은 맹목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에 쉽게 현혹되어 버리고 만다. 부처님은 신통이니 기적이니 하는 것을 참으로 경계하신 분이다. 부처님이 신통과 기적을 부리지 못해서가 아니라, 타인이 갖고 있는 신통은 상대방을 현혹시킬 뿐,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단호히 말씀하시는 것이다. 이는 철저하게 자신의 내면을 향한 지혜 성찰로 진리에 나아가는 주인공이 되라는 가르침인 것이다.

이와 같이 철저하게 스스로를 진리에 매몰시킨 사람은 성자의 반열에 올라서 참다운 빛을 발하게 된다. 근심과 슬픔에서 오는 고통도 이미 떨쳐버렸고, 쾌락과 만족에서 오는 즐거움도 이미 그를 사로잡지 못한다. 슬픔과 즐거움의 양극단을 벗어난 성자(聖者)는 달빛처럼 깨끗하고 고요하기 이를 데 없는 맑은 기운을 갖게 된다. 이를 절대 평정(平靜)의 경지에 오른 성자라고 찬탄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쾌락의 욕망까지도 성자에게는 이미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렸다. 오직 달빛을 닮은 성자의 모습만이 모두를 감동시키고 있을 뿐이다.

『반야경』의 ‘정지(正智)를 이루어 마친 다음에 비로소 해탈을 얻는다.’는 경문을 해석하기 위하여 『지도론』 권3에는 바른 지혜에 거스르는 어리석은 이야기를 비유로 들고 있다. 부처님 당시 독신 수행자로서 명성을 얻었던 마칸디카 브라만이 죽자 그를 신봉하는 제자들이 마칸디카의 시신을 떼 메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이 시신을 쳐다보기만 하여도 바로 청정도(淸淨道)를 얻게 되고, 공경예배하면 최상의 공덕을 얻게 된다고 소리치며 다녔다. 그리하여 거리의 사람들은 마칸디카의 시신에 공양물을 올리느라 거리에는 큰 소동이 벌어졌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으신 부처님은 다음의 게송으로 어리석음을 깨우치셨다.
“어리석은 사람은 눈으로 보는 것으로 청정을 구하려하지만 이는 참으로 지혜 없는 일이며 진실한 길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마음속에 번뇌로 꽉 차 있는데 눈으로 시신을 보는 것만으로 청정도가 얻어질 것인가?”라고 부처님은 제자들을 가르치셨다.

내면에서 진리 구해야

이와 같이 부처님의 간곡한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는 허망한 것에 이끌려 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바깥세상의 사정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불교 내부에서도 헛된 속삭임에 많이 이끌려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욕망의 번뇌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한, 지혜로서 얻어지는 청정함에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짠다바는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신비한 현상을 떨쳐버리고 참다운 지혜를 완성함으로서 부처님으로부터 달빛처럼 빛나는 수행자라고 칭찬을 받았던 것이다.

『지도론』에는 덧붙여서 말하기를 “아라한과를 성취한 성자들이 부처님 주위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참다운 진리를 깨우쳐주신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 부처님을 항상 모시고 공경 예배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허상에 매달리지 않도록 진리를 가르치신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는 불자들이 많아지기를 발원한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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