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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버마 승복혁명 주도 아이샤리아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 사회
  • 입력 2009.12.30 19:13
  • 댓글 0

“2010년 버마 총선 겨냥 대규모 시위 준비”

태국을 중심으로 버마, 동티모르, 인도차이나, 아프가니스탄 등 아시아 분쟁지역을 20여 년간 취재해온 법보신문 정문태 태국 특파원이 최근 2007년 버마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버마승려동맹의 아이샤리아(Ashin Issariya) 스님을 인터뷰했다. 아이샤리아 스님은 정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버마 군부독재정권에서 자행되고 있는 스님들에 대한 탄압의 실상과 저항을 상세히 소개했다. 편집자


 
버마 군부독재의 탄압을 피해 타이-버마 국경도시 매솟에서 버마승려동맹을 이끌고 있는 아이샤리아 스님.

2년이 지났다. 십여만 승려와 시민이 군사정권에 맞서 거리로 뛰쳐나왔고, 군인들 총탄에 수백 명 사상자가 났고, 삼보마저 짓밟혔던 그 2007년 9월 버마는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 사이 버마에서 흘러나오는 소식들은 세계 최장기 군인독재국가 기록을 끝없이 이어갈 암울한 것들뿐이다. 민주화운동 상징인 아웅산 수지는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무늬만 정당인 민족민주동맹(NLD)은 요즘 1980~90대를 넘어선 늙은 지도부 교체를 놓고 내분 조짐마저 보인다. 국경 민족해방·민주혁명전선은 깃발만 날릴 뿐 전의를 상실한 지 오래다.

올해 2010년, 그 버마가 다시 한 번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1990년 총선에서 민족민주동맹의 압승을 불법으로 뒤집고 오늘까지 온 군인정권은 2008년 5월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15만 여명이 목숨을 잃은 대재앙 속에서 신헌법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강행해 92.4% 찬성 결과를 내놓고는 2010년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운동 진영과 민족민주동맹이 일찌감치 총선반대를 내걸면서 이미 도화선에 불은 붙었다. 그리고 마지막 뇌관을 때릴 동력으로 유일하게 전국 조직을 지닌 승려들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때맞춰 전국을 아우르는 버마승려동맹(All Burma Monks Alliance)은 총선반대투쟁을 선언했다.

2009년 12월 10일, 타이-버마 국경도시 매솟으로 킹제로(king zero) 스님을 찾아갔다. 본명인 아이샤리아보다 킹제로란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스님은 2007년 승복혁명을 이끌었던 버마승려동맹의 6인 지도부 가운데 한명이다.

스님이 만든 교육단체 ‘더 베스트 프렌드(The Best Friend)’ 사무실에 앉자마자, 2007년 10월 승복혁명 때 「법보신문」과 인터뷰를 했던 감비라 스님(Ashin Gambira) 소식부터 물었다.

 
버마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아이샤리아 스님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사진제공=The Best Friend

▷감비라 스님 소식 듣고 있나?
“2007년 10월 군인들한테 붙잡힌 뒤 68년형을 받고 지금 감옥에 갇혀있다.”

▷스님은 언제, 어떻게 타이로 넘어왔나?
“2008년 10월 21일 매솟에 닿았는데, 랭군을 떠나 뻬규(Pegu)와 빠안(Pa an) 거쳐 국경 먀와디(Myawaddy)를 넘기까지 한 두 주쯤 걸렸던 것 같다.”

▷스님이라 검문 뚫고 오는데 애먹었을 것 같다. 삭발한 머리를 감추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평복으로 바꿔 입고 모자를 썼다. 아는 사람에게 신분증 빌려 가짜 행세를 했다.”

▷왜 탈출했나? 버마 안쪽에서도 할 일이 많을 텐데?
“조직 재건하느라 1년쯤 숨어 다녔는데, 군인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가 싶더니 지난 해 10월 들어 결국 우리집에 들이닥쳤다. 2007년부터 각종 성명서에 킹제로란 뜻인 민 툰야(Min Thunya)란 필명으로 신분을 감춰 오다 1년 만에 탄로 난 셈이다. 감옥이 겁난 건 아니고, 내가 잡히면 조직과 동료들이 줄줄이 피해를 입을 게 뻔하다. 해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판에 도망치더라도 버마 내부와 선이 닿을 수 있는 타이 국경을 택한 것이다.”

▷2007년 시위 뒤 얼마나 많은 스님들이 빠져나왔나?
“정확히 알 순 없지만 타이 국경 쪽으로 나온 스님들이 200명쯤 된다. 그 가운데 100여 명은 미국으로 옮겨갔고, 여기 매솟에 나머지 100여명이 있다. 또 일부는 난민촌에 있다.”

▷버마 내부 스님들의 움직임은 어떤가? 조직을 다시 만들었다는 소문도 있다.
“2007년 시위 때보다 지금 승려 조직이 더 강하다. 언제든 들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군인들이 스님과 사원을 더 옥죄고 있다고 들었다. 정치와 먼 우 냐니싸(U Nyanissa), 우 투잉갈라(U Thumingala) 같이 이름난 스님들의 설법마저 금지했고, 군사정권의 지원을 받아온 최고승가위원회(Burmese State Sangha Nayaka Committee)는 스님들에게 정치 불개입 서명도 받고 있다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그 때문에 군인과 승려들 사이에 긴장이 아주 높은 상태다. 스님 5명 이상이 모일 수도 없는 판이니, 많은 승려들이 평복으로 변장해서 숨어 다니며 조직을 꾸리고들 있다. 2010년 총선 거부가 목표다. 2007년보다 더 강한 조직, 더 큰 시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버마 안팎 조직들과 손잡아야 할 텐데, 타이-버마 국경 민족해방·민주혁명 단체들과 교섭은 하고 있는가?
“그게 쉽지 않다. 여기 와서 보니 국경단체들이 너무 외국에 기대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우리 승려들 전략은 어떻게든 버마 안으로 파고들자는 건데, 이 대목에서 서로 의견이 엇갈린다.”

▷국경단체들을 만나보니 스님들을 피하는 눈치다. 전략 차이라기보다 스님들이 불자를 깔보는 고압적 태도 탓도 있는 것 같다. 2007년 승려시위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이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이 사람 잡아먹나?(웃음) 다 그런 것은 아니고, 서로 통하는 이들도 많다. 그리고 어쨌든 같이 가야한다. 목표가 하나니까.”

▷그런데 왜 스님은 절에서 나와 사가에 머무나? 여기 매솟에만 해도 버마 절이 다섯 군데나 있다. 버마불교에서는 그런 걸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절에 살아야 맞다. 사실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타이 절도 버마 절도 모두 안 된다니 어쩔 수 없었다. 특히 버마 절들은 국경 넘어 버마를 오가면서 일을 하는데 우리 같은 승려를 받아들이면 버마 당국과 관계가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한다. 타이 정부쪽에서도 압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한 버마 절에 소지품 갖다 놓고 여기 사무실 오가는 처지다.”

▷시간 내줘 고맙다. 아무튼 건강 잘 챙기고 안전 문제도 신경 쓰길 바란다. 여기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총질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올해의 활동을 기대하겠다.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우리 버마를, 우리 승려를 지켜봐 달라.

정문태 특파원 newscnx@hotmail.com


감비라 스님은 현재
68년형 선고…고문 후유증에 시달려

승복혁명으로 한창 달아올랐던 2007년 10월, 감비라 스님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오늘, 그 스님은 삼도르 바르타(Ashin Samdor Bartha)라는 본명보다 오히려 감비라라는 별명으로 더 널리 세상에 알려져 있다.

버마승려동맹을 조직해 2007년 9월 승복혁명을 이끌었던 6인 지도부 가운데 한명인 감비라 스님은 그해 10월 군인들에게 붙잡혀 국가모독죄, 출입국관리법위반죄, 불법단체조직죄, 전자법위반죄 같은 희한한 죄목 아래 68년 형을 받았다. 특히 군사법정이 나라 밖으로 나간 적도 없는 그이에게 「법보신문」과 같은 외국 언론이나 인권단체들과 접촉했다며 출입국관리법을 적용했다. 이는 곧 일그러진 버마의 현실이기도 했다.

어처구니없는 죄목 뿐 아니라, 심지어 군인들이 감비라 스님의 승복을 강제로 벗기고 형법을 들이댔다는 사실을 눈여겨 볼만하다. 불교국가인 버마에서 ‘누구도 승려의 승복을 벗길 수 없고 형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전통적인 불법(佛法)마저 짓밟은 것이다.

모진 수모를 겪은 감비라 스님은 그러나 군사정권의 법을 인정할 수 없다는 변호인들의 항소 권유를 뿌리쳤다. 그리고 2008년 군사법정이 5년을 깎아 현재 63년 형기를 안고 오지 중에 오지인 인디아와 국경을 맞댄 사가잉주 까레 형무소 독방에 갇혀있다. 감비라 스님이 랭군 인세인 형무소에서 까레 형무소로 이감된 건 수갑을 거부했고 한편으로는 형무소에서 최고실권자인 국가평화개발평의회(SPDC) 의장 탄 쉐장군(Gen. Than Shwe)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괘씸죄에 걸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님은 현재 고문 후유증으로 신경계통과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지만 치료마저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한 달에 한번 허용된 가족 면회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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