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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묵 스님의 풍경소리]

기자명 법보신문

더이상 재<齋> 지내는 불교에 빠지면 희망 없어
진정한 의지처 되면 재정고민 저절로 해결

유명 기도처로 참배객이 많거나 관광객이 많은 관람료 사찰을 제외한 일반 사찰 대부분의 가장 큰 수입원은 아마도 재를 모시는 것이 것이다. 고정적인 수입원이 없고, 법회 때에 걷는 회비는 사실 그 법회를 유지하기도 벅차다. 그렇다고 타종교처럼 별도의 기부금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마다 서로 재를 유치하려고 하는 것이 한국불교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제 그것이 노골화되어 절과 재를 유치하는 사람이 약정을 맺고 신도들을 모아가는 경우도 풍문에 들린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산 중 깊은 절이 얼마나 궁핍했으면 그럴까 싶기도 하면서 이것이 사자충이 되어 우리 불교를 침식시키지 않을까 크게 우려되었다.

그런데 전 한국불교 전법의 표본이 되어야 할 곳에서 당연한듯 그와 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에 그저 망연할 뿐이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것은 그 사찰 주지 스님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재정적 적자를 극복하려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는 그 말씀은 곧 천도의식이 중생구제의 방편이 아니라, 절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돈벌이 방편이라고 인정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서울의 어느 교회는 2천억이 넘는 어마어마한 큰돈을 신도들과 약정을 맺어 조달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는데, 몇 십억 때문에 한국 불교의 자존심이고 얼굴이고 전법의 표준을 제시해야 임무를 지닌 곳에서 이를 방기하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싶다.

물론 그곳 소임 보는 분들의 고충도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이것은 아니다 싶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그렇게 야금야금 빼먹고 나면 뒤탈은 어찌 감당하시려고 그러는 것인지.
더 이상 재식(齋式)불교에 빠져서는 우리 불교에 희망이 없다. 그리고 필요 없이 장엄용 건물로 도량을 가득 채우는 것은 불교의 명을 갉아 먹는 일이다. 그리고 스님이 수행자가 아닌 그저 의식을 주관하는 성직자가 되고 도량이 수행과 교화하는 곳이 아닌 볼거리와 무슨 식장으로 전락된다면 이 땅에 불교의 존재 가치는 그저 조상의 문화유산만 지키는 것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에 송광사 현 방장이신 보성 큰스님께서 내신 작지만 아주 큰 법문집에 담긴 ‘밥통 깨는 얘기’란 말씀은 이런 우리에게 장군죽비가 되기에 인용해 볼까 한다.
“요즘 부처님 오신 날을 보면 꼭 아비 생일 팔아먹는 형국입니다. 불자들에게 사월초파일은 부모 생일과 같은 날입니다. 모두가 함께 즐겁게 지내면서 부처님 오신 참 뜻을 새겨야 합니다. 그리고 ‘부처님은 이러한 어른이다’하는 말을 들려줘야 합니다. 그런데 등 값이 얼마나 들어왔나 따지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어요. 이런 소리 하면 ‘저 노인네 남의 밥통 다 깨네’ 하고 야단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얘기는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큰스님 법문을 앞 글 내용과 연관 시켜 말한다면 아마 이렇지 않을까 싶다. “요즘 재는 부처님 소리 팔아먹고 사는 형국입니다. 그저 잿밥에나 관심들 있지…….”
지금 다소 힘들더라도 손쉬운 방법을 택하기보다 우선 상징이 되고 대표가 되는 절부터 정법을 고집했으면 한다. 공부와 수행, 기도와 정진 그리고 함께 함을 통해 불자들에게 환희심을 불러 일으켜주고, 진정한 의지처로 비추어진다면 굳이 재정적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불사를 하는 분들은 그 장엄한 불사를 통해 부처님을 찬탄하고 받들어 모시었던 것인지 아니면 기실은 그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세우려 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고, 그런 불사였다면 차라리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부처님 섬기는 일이 아닐까 한다.

정묵 스님 mani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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