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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불교문화재 해설 ‘엉망’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10.02.01 10:44
  • 댓글 0

“무섭고 기이, 막대기 같은 모양” 황당한 표현
“가슴이 빈약…자비심과 거리멀다” 성보 모독
신대현 사찰硏 대표, 본지·‘불교문화’에 밝혀

 

국보 제221호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 사진에서 알 수 있듯 문수동자상의 왼손 수인은 엄지와 중지가 서로 맞닿을 듯하지만 문화재청 홈페이지에는 엄지와 검지가 맞닿을 듯하다고 잘못 설명하고 있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불교문화재에 대한 해설 중 엉터리 서술들이 있는가 하면 불교문화재를 왜곡하는 표현들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국가문화재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선양해야할 문화재청이 불상을 무섭고 기이하다거나 자비로움이 사라졌다는 등 다분히 주관적이고 선입견에 근거한 표현을 쓰고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신대현 사찰문화연구원 대표는 월간 「불교문화」 2월호에 불교문화재에 대한 문화재청의 일부 잘못된 표현을 지적한데 이어 1월 28일 본지에 보다 상세한 오류의 내용을 공개했다. 신 대표에 따르면 종교적 관점은 차치하고서라도 불상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하, 설명의 불일치, 부적합한 표현, 불교용어에 대한 이해부족 등 사례가 대단히 많아 문화재청을 찾는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불교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국보 제221호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의 경우 수인(手印)에 대한 설명으로 문화재청 홈페이지에는 “왼손은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거의 맞닿을 듯 표현했다”고 서술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검지가 아니라 가운데 손가락인 중지와 맞닿을 듯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사진〉 또 보물 제547-1호로 지정된 추사 김정희의 보리수나무 열매로 만든 염주는 ‘보리(菩提)염주’가 아닌 ‘보제(菩提)염주’로 명시돼 있어 불교용어에 대한 이해부족의 단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불상이 예배의 대상이란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생뚱맞거나 부적절한 표현들이다. 성적인 감각을 자극한다는 사전적 의미의 ‘관능적’이나 이와 유사한 ‘감각적’이라는 표현(국보 제81호 감산사 석조미륵보살입상,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상)으로 불상을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감각적이고 관능적이라는 말은 인도 굽타 불상 중 신체 일부를 의도적으로 드러내놓은 작품에 사용하기는 해도 적어도 우리나라 불상에 적용할 수 있는 표현은 전혀 아니라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또 “얼굴에 비해 몸이 매우 길어 전체적으로 막대기 모양을 띤다”(국보 제186호 양평금동여래입상), “근엄하고 무서운 인상을 보여주고 있다”(보물 제98호 충주 단호사 철불좌상·보물 제41호 실상사철제여래좌상), “살찐 신체는 인체의 조형적 특징이 무시된 채 기이함을 보인다”(보물 제406호 덕주사마애불), “기이한 느낌을 주지만 관촉사 보살보다는 덜하다”(보물 제217호 대조사석조미륵보살입상)는 표현들도 곧잘 나온다. 그러나 신앙의 최고 대상인 불상을 ‘막대기 모양’으로 비유하는 것은 불상의 종교성을 모독하는 저급한 표현이며, 불상을 무섭다거나 기이하다고 표현하는 것도 심각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미술양식 용어로도 사용되지 않는 표현인 “해이해인 모습”(보물 제116호 영주석교리석불상)을 굳이 쓰고 있어 종교성이 해이해졌다는 의미로 왜곡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가 하면 “무척 빈약하게 만들고 있다.…가슴도 빈약하다”(보물 제174호 장곡사철조비로자나불좌상부석조대좌)는 표현들도 등장한다. 조각기법이나 불상에 대한 인식이 시대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에도 애써 국가의 보물에 대해 빈약하다는 부정적인 표현을 쓴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해설문안에 주관적이고 정확하지 않은 개인적 의견을 서술한 곳도 상당수에 이른다. 심지어 “자비로운 모습과는 거리가 먼 인상”(보물 제378호 거창상동석조관음입상), “자비로운 미소가 사라졌다”(보물 제431호 관봉석조여래좌상), “자비로움이 줄어들고 관념적으로 변해간다”(보물 제332호 춘궁리철조석가여래좌상)는 표현들까지 버젓이 나오고 있다. 해설 문안을 작성한 사람이 불상에서 자비로움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일반적이고 객관적 표현으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불교의 교리와 이념 자체에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밖에도 보물 제415호 기림사건칠보살좌상 경우 일반설명에선 “전반적으로 얼굴 모습이나 체구는 비만한 편이나 손과 발이 작게 만들어져 비례감이 떨어진다”고 했으나, 전문설명에선 “조각수법도 훌륭하고 조성연대도 명확한 매우 귀중한 유물이다”라고 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대현 대표는 “이런 부정확한 내용이 국가기관의 홈페이지에 버젓이 실려 이를 읽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문화재청이 이를 체계적으로 재검토하고 불교계의 의견을 수렴해 잘못된 불교문화재에 대한 설명을 조속히 바꾸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지난 2001년 1월부터 홈페이지(www.cha.go.kr)를 통해 국보나 보물 등 지정문화재에 대한 해설과 사진을 제공하고 있으며, 매주 3만5000여 명이 이곳을 찾고 있다.

■불교문화재 잘못된 해설 대표 사례

문화재 명칭             

지정번호

해설 내용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

국보 제221호

수인(手印) 잘못 표기

감산사 석조미륵보살입상

국보 제81호

감각적이고 관능적이다

양평 금동여래입상

국보 제186호

전체적으로 막대기 모양

단호사 철불좌상

보물 제98호

근엄하면서도 괴이한 인상

예천 동본동석조여래입상

보물 제427호

부피감 없는 둔중한 신체

청룡사 석조비로자나불좌상

보물 제425호

움츠러들고 생동감 없는 체구

실상사 철제여래좌상

보물 제41호

근엄하고 무서운 인상

영주석교리석불상

보물 제116호

어색하고 해이해진 모습

장곡사철조불좌상부석조대좌

보물 제174호

당당하지 못하고 가슴도 빈약

대조사석조미륵보살입상

보물 제217호

기이하지만 관촉사보다 덜해

춘궁리철조석가여래좌상

보물 제322호

자비로움 줄고 관념적 변해

거창상동석조관음입상

보물 제378호

자비로움과 거리가 먼 인상

덕주사마애불

보물 제406호

살찐 신체는…기이함 보여

관봉석조여래좌상

보물 제431호

자비로운 미소 사라진 표정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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