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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relife와 조계종의 공신력

기자명 법보신문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 세계 72개국 2000여 명의 개업 변호사들을 회원으로 둔 국제 변호사 단체 환태평양변호사협회 회장직을 역임한 불자 변호사였다. 지진 참사로 신음하는 아이티 구호를 위해 조계종이 파견한 의료단이 구호를 가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지난 1월 29일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사회부장 혜경 스님 등은 아이티에 파견되는 의료봉사단과 함께 언론 앞에 현수막을 들고 활짝 웃어보였다. 현수막에는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 펼치는 구호 활동 때문인지 영문으로 ‘대한불교조계종 아이티 긴급구호 의료봉사단’을 썼다.

조계종이 영역한 아이티 긴급구호 의료봉사단의 영어 표기는 ‘Korean Buddhist Haiti Relife Medical Volunteers’였다. 알다시피 ‘relife’는 영어사전에도 없는 단어다. 구호라는 의미의 영어단어는 ‘relief’다. 언론들은 지면에 이 현수막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게재하며 조계종의 아이티 국제구호에 힘을 실었다. 구호활동에 임하는 불교 의료단의 모습을 보여주며 조계종의 국제구호 소식을 전했다.

사소한 실수이기에 바쁘게 일을 추진하다보니 철자 하나의 순서가 바뀐 것을 알아차리지 못 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현수막의 영어 철자 순서가 틀렸다고 해서 조계종의 아이티 구호의 의미가 퇴색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작은 실수이기는 하나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공신력과 위상이 실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의 작은 실수가 자꾸 목에 가시처럼 걸린다. 바쁘다는 핑계는 궁색하다. 한국불교를 대표해 아이티 국제구호에 나서는 조계종이 영어사전에도 없는 구호란 의미의 단어를 쓰며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주창하는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다. 현지에서 ‘relife’라 새긴 현수막이 외신 등 언론에 또 한 번 노출될 경우 자칫 국제적인 망신도 뒤따를 수 있다. 비록 영어 철자 하나가 뒤바뀐 것이지만 국제구호를 목적으로 현지에 봉사자나 의료단을 파견한 조계종의 공신력과 위상이 떨어질까 심히 걱정스럽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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