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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 둘러싸고 美-中 대립 점입가경

기자명 법보신문
  • 해외
  • 입력 2010.02.09 13:40
  • 댓글 0

오바마 “달라이 면담” 선언에 중국 ‘발끈’
양국 날선 대립에 티베트 특사 訪中 허사

달라이라마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그러는 사이 중국을 방문한 달라이라마의 특사는 성과 대신 중국으로부터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만 듣고 돌아왔다. 지구촌 초강대국의 신경전 속에서 15개월 만에 이뤄진 티베트와 중국의 대화는 빛이 바랬다.

지난달 미국 백악관 마이크 해머 대변인이 오바마 대통령의 달라이라마 면담 가능성을 밝힌데 대해 중국 정부는 “양국 관계가 강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엄포에 가까운 경고를 했다. 미국 측은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이 달라이라마를 만나겠다는 의지를 중국 정부에 분명하게 밝힌바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을 재차 확인하는 수준이었지만 중국 측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격양돼 있었다. 중국에 있어 달라이라마 문제는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중국의 반응에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달라이라마와 오바마 대통령의 만남을 기정 사실화했다. 빌 버튼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일 오바마 대통령의 종전 입장을 재차 상기시키며 “그렇게 할 계획”이라고 못 박아 버렸다. 대변인은 “달라이라마는 국제적으로 존경받는 종교ㆍ문화 지도자이며, 대통령은 그런 자격을 갖춘 달라이라마를 만나려는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구체적인 면담 시기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달라이라마의 미국 방문이 오는 2월 17일부터 24일까지로 예정돼 있는 만큼 이 기간 중 오바마 대통령과의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는 각계의 추정이 쏟아졌다.

중국외교부는 곧바로 “어떤 이름과 형식으로든 달라이라마를 만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성명을 통해 “중-미 관계에 해가 되지 않도록 관련 사안들을 주의 깊고 적절하게 처리하라고 촉구해왔다”면서 미국을 향해 경고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 중국이 달라이라마를 가운데 놓고 불과 며칠 사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고 있지만 그 원인을 살펴보면 달라이라마나 티베트 자체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은 달라이라마가 지난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달라이라마를 만나지 않기도 했다. 중국과의 관계가 불편해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런 태도 변화는 미국과 중국 사이가 올해 초부터 계속 삐거덕 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나 애플사 등 중국에 진출한 미국 굴지 기업들의 활동에 대해 중국 정부가 잇따라 간섭하려 들자 미국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곧바로 반격에 나서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을 전격 승인함으로써 중국의 허를 찔렀고 곧이어 달라이라마 면담 가능성을 거론하며 중국의 자존심에 정면타를 날린 것이다. 이후 양국은 날선 대립각을 세우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이 같은 대립이 티베트 입장에서는 그리 환영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이처럼 격해지기 이전인 1월 26일 티베트는 특사 2명을 중국에 파견했다. 15개월 만에 재기된 중국과의 공식 대화를 위해서였다. 중국의 입장이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도 오랜만에 다시 열린 대화의 장에 혹시나 하는 기대가 모아진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특사단이 돌아간 2월 2일 중국 신화통신은 “달라이라마의 특사에게 중국의 주권과 영토에 대해서는 회담의 여지가 조금도 없으며 달라이라마가 주장하는 티베트 자치는 중국의 헌법을 위반한 내용이라고 말했다”며 “티베트의 독립이든 변형된 독립이든, 폭력이든 비폭력이든, 티베트 문제를 국제화시키거나 반 중국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노력은 결코 활로를 찾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이즈음 되면 티베트 특사와 중국 측의 만남이 매우 고압적인 경고의 자리였음을 짐작케 한다.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던 켈상 걀체는 그러나 귀국 후 경과보고에서 “티베트의 현실 이해에 관한 공동 연구를 제안했으며 이를 통해 양측은 논쟁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밝히며 애써 성과를 평가했다. 또 성명을 통해서도 “중국 측에 달라이라마를 분리주의자로 몰아세우는 근거 없는 비방을 중단하도록 촉구했다”고 강조했지만 이러한 목소리는 미국과 중국의 날선 대립 속에서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세계의 이목은 달라이라마와 오바마 대통령의 만남이 과연 성사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어느 수준에서 이뤄질 것인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이 정작 티베트 문제 해결에 과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달라이라마의 이후 행보 또한 어떻게 될지 세계 불자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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