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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 칼럼] 대중생활 하는 법 ②

기자명 법보신문

운력 땐 먼저 나서고 삿된 욕심은 버려야
하심과 인욕, 대중생활서 지켜야 할 근본

경에 이르되 “결우(結友)는 어질지 아니하면 벗하지 말고, 성인(聖人)이 아니면 따르지 아니 한다. 이런 까닭으로 어진 사람은 세 가지 두려운 것이 있다. 나쁜 스승, 나쁜 벗, 나쁜 술법이다. 능히 바른 가르침을 장애하고 삿된 가르침에 인도 되나니, 일찍 뉘우치면 착함이나 만약 돌이킬 줄 모르면 살아도 조금도 이익됨이 없고 죽어서 긴 슬픔만 있다”고 했다.

대중 생활하면서 걸식할 때, 나이 어린 사미와 동반(同伴)하지 못한다. 세 가지 옷(가사) 중에 한 가지도 빼 먹으면 못쓴다. 옷을 많이 만들어 가지면 못쓴다. 남는 것은 남을 주어야 한다. 사치하고 호사스런 띠나, 총채나 장식품을 만들어 몸을 단장하여 아는 이들의 웃음거리가 되면 못쓴다. 색이 있는 옷이나 속인과 같은 옷을 입거나 장식품을 가지면 안 된다. 부정한 손으로 가사(만의)를 입어서도 안 되고 불전에 들어갈 때에는 모름지기 대님을 쳐야 하며, 풀어 헤치고 돌아다니면 안 된다. 부질없이 다니면 못쓴다. 말을 많이 하면 못쓴다.

대중이 운력하는 것을 보면서, 꾀부리고 혼자만 편안하려 해서도 안 되고 상주물인 대나무, 꽃나무, 꽃, 과일, 채소, 음식 등이나 온갖 기구를 내 것으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정부나 관청에서 하는 일을 잘하고 못한다거나, 속인들의 옳고 그른 것을 말하면 못쓴다.
자기를 말할 적에는 이름 두 자를 불러야 하고 ‘나’라든가 ‘소승’ 이라 하면 못쓴다.

율에 이르기를, “인욕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섯 가지 허물이 있으니, 첫째는 흉하고 악함이 늘어남이오. 둘째는 일이 있은 뒤에 후회함이오. 셋째는 다분히 사람에게 사랑 받지 못함이오. 넷째는 나쁜 소리를 유포함이오. 다섯째는 죽어서 악도에 떨어짐”이라고 했다.
작은 일을 다투거나 고집하면 못쓰고, 그냥 둘 수 없는 큰일이면 좋은 마음과 화평한 기분으로 사리대로 말할 것이며, 그래도 듣지 않거든 그만두고 갈지언정 성내고 큰 소리하면 점잖은 중이라 할 수 없다. 일찍이 대중의 소금을 한 움큼을 넣어 음식을 만들어 먹고, 소금 사용한 것을 잊었다. 얼마 되지 않아 뜻과 같이 삼매를 행해도 보현·관음보살이 보이지 않았다.

뒤에 『방등경(方等經)』으로 참법(懺法)을 하다가 홀연히 소금이 보이거늘 3년 동안 계산을 해 보았더니, 이자가 불어나서 무려 수십 곡(斛)에 이르렀다. 곧 옷을 팔아 소금을 사서 대중에게 갚으니 그 소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또 수양제(隋煬帝) 2년에 도명(道明)이라는 스님이 죽었다. 한 방에서 같이 살던 현서(玄緖)라는 스님이 저녁에 들판을 지나다가, 홀연히 절이 보여서 들어갔다. 그곳에서 죽은 도명을 만났는데, 평소 때와 조금도 다름없었다. 공양시간이 되어 대중스님들이 먹는 죽을 보니 모두 피 빛이요, 온 몸이 불타고 있었다. 현서가 놀라 도명에게 물었다. 도명이 “이곳은 지옥이니, 내가 살았을 때 대중이 사용하는 나무 한 묶음을 몰래 훔쳐 불을 지펴 옷을 물들이고 나서 잊어버리고 갚지 않았더니, 이곳에 와서 1년 동안 발을 태우는 죄를 받는다”고 했다.

도명의 옷을 걷어 무릎을 보니 아래가 검게 타 있었다. 그리고 말하되 “그대에게 바라노니, 나를 위해서 나무 백 묶음을 사서 대중에게 갚고 『법화경』 한 부를 베껴 주면 내가 고통을 면할 수 있겠다”고 했다. 현서가 허락하고 절로 돌아와 그가 말한 대로 했다. 그 뒤 다시 그곳을 찾았더니 고요하고 보이지 않았다. 지혜로운 이가 이것을 들으면 누가 섬뜩하지 않겠는가? 

철우 스님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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