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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담마까야 사원 10만명 출가 의식 현장

기자명 법보신문

3만 5000여 태국 불자 수행자로 거듭나다

 
전국에서 모인 태국 불자 3만 5000여 명은 출가를 위해 방콕 담마까야 사원에서 출가에 앞서 삼배를 올렸다.

흰옷이 바람에 나부꼈다. 합장한 태국 남성들의 검게 그을린 피부색이 도드라졌다. 아무런 미동 없이 사원을 가득 메운 3만 5000여 명의 옷깃 사이를 경건한 침묵만이 휘감고 돌았다.

“둥! 둥! 둥!” 새벽 미명이 아직 남아있는 어둠을 밀어내고 거대한 황금 파고다가 위용을 드러내자, 의식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가 경내를 가로지르며 적막을 깨뜨렸다. 묘한 긴장감에 휩싸인 채 침묵을 지키던 3만 5000여 명의 태국 남성들이 일제히 몸을 낮춰 삼배를 올렸다. 붉은 태양빛을 배경으로 사원 끝과 끝으로 이어진 거대한 흰색의 물결이 넘실댔다.

지난 2월 6일 태국 방콕에 위치한 담마까야 사원에서 태국 불교 역사상 유래 없던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전국에서 모여든 성인 남자 3만 50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일제히 사미계를 수지하고 승려로 거듭나는 대규모 출가의식이 거행된 것. 순수와 청정을 상징하는 흰옷을 갖춰 입은 예비 스님 3만 5000여 명과 이들의 출가를 축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불자들로 1500㎡ 규모의 담마까야 사원이 빼곡하게 메워졌다.

이 행사는 부엌낫(Buat Nhak·출가의식)이라고 칭해지는 태국 전통의 불교적 관습이며 모든 남성이 거쳐야 할 통과 의례다. 이 관습에 따라 태국 남성들은 성인이 되면 일시적으로 출가, 최소 이틀 이상의 스님 생활을 거치게 된다.

태국 역사상 첫 대규모 수계법회

 
수계를 상징하는 노란 가사를 목에 거는 모습.

특히 이날 거행된 부엌낫은 기존 태국 불교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대규모 포교 프로젝트로 태국 국민들과 세계 불교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치러졌다. 기존의 부엌낫이 태국 내 3만여 개 사원에서 제각기 산발적으로 진행돼 온 반면, 이날은 전국 350여 사원에서 지난 1월 19일 각기 입제에 든 3만 5000여 명의 예비 수행자들이 담마까야 사원에 모여 일제히 출가의식을 거행한 것이다. 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최초의 합동 부엌낫인 셈이다.

이번 행사는 태국 정부와 담마까야 사원이 손을 잡고 태국 내에 확산되고 있는 불교 침체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기획한 ‘태국 성인남자 10만명 합동 수계 법회’의 첫 번째 법석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부엌낫은 점차 젊은 세대에 호응 받지 못하는 비합리적인 관습으로 변했고, 이 같은 인식이 곧 전체 출가자 수 급감과 불교의 전반적인 침체로 이어졌다는 자체 분석을 토대로, 부엌낫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것이다. 태국 정부와 담마까야 사원은 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1년간 총 3회에 걸쳐 10만명 출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오전 6시 30분 경, 역대 최대 규모의 부엌낫이 시작됐다. 수계법사인 프라담마 끼띠웡 스님과 담마자요 주지 스님 등 이날 출가의식을 지도할 큰스님들이 황금 파고다 앞에 마련된 법석에 올랐다.

부처님을 따르고자 발원하고, 계율을 받들어 청정한 수행자로 정진할 것을 서원한 3만 5000여 불자들의 눈에서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두 눈썹과 머리를 삭발하고 자만심과 성욕 등 세속의 욕망을 버리는 ‘수콴 낙’ 의식은 이미 마친 채였다. 이번 수계의식에는 갓 성인인 된 20대 청년 뿐 아니라 60~70대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동참했다.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닌,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자신의 가정과 나아가 국가의 안녕을 비는 자리로 마련됐기 때문이다.

또 한 번의 북소리가 예비 스님들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미동조차 없던 거대한 인파가 한발 한발 조심스레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만 불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3만 5000여 명의 예비 스님들은 합장을 하고 황금 파고다를 세 번 도는 순례로 본격적인 수계의식을 시작했다. 담마까야에 주석하고 있는 1500여 스님들은 이들을 위해 팔리어 경전을 힘찬 목소리로 독송했다.

“우카사 반타미 판테…사투사투 아누모타미(부처님 법에 따라 계율을 철저히 지키는 수행자로서의 삶을 서약합니다).” 곧이어 출가 서약이 시작됐다. 예비 스님들은 수계의식에서 요구되는 서약문을 팔리어로 읊으며, 승려가 지켜야 할 227개 계율의 의미를 되새기는 한편, 금욕와 오후 불식을 굳게 서약하고 살생과 술, 마약 등을 철저히 금하겠다는 맹세로 굳건히 마음을 다잡았다.

1년 간 10만 명 출가 예정

 
어린 불자도 진중하게 수계법회를 참관했다.

의식의 하이라이트는 흰옷을 입은 예비 스님들이 티칭 멍크, 즉 계를 내리고 계율을 전하는 스승들로부터 수계를 상징하는 노란 가사를 전해 받는 모습이었다. 각기 정해진 단상에서 수 백명의 스승들이 3만 5000여 명의 예비 스님들 한 명 한 명에게 수계를 내리고 가사를 목에 걸며 새롭게 거듭난 스님들을 축원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오후 4시, 각 사원별로 출가법요식을 봉행한 출가자들이 황금 파고다 앞에 다시 모였다. 흰옷을 벗고 주황색 가사로 갈아입은 스님들은 수계법사의 선창에 따라 승려가 지켜야 할 10계를 수지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출가의식을 회향했다.

이날 담마까야 사원의 초청으로 부엌낫 의식을 참관한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은 축사를 통해 “수만 명의 수행자가 49일간 불법에 귀의하고 나라의 안정과 행복을 기원하는 것은 큰 공덕”이라며 “오늘 계를 받은 수행자들의 공덕으로 태국에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충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가 의식을 기획·총괄한 담마까야 사원 부주지 프라바바나 스님은 “현재 태국의 출가자는 감소 추세이고, 이들을 가르칠 스승 스님들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번 대규모 부엌낫은 태국 정부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전국 각 사원의 스님들이 주축이 되어 3년 전부터 준비해왔으며, 이번 의식으로 출가자가 늘어 침체된 태국 불교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날 수계를 마친 3만 5000여 명의 사미들은 다시 출가 사찰로 돌아가 해제일인 3월 8일까지 수행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방콕=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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