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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 승가교육의 유감

기자명 법보신문

누군가가 우리들에게 ‘어떻게 사는 삶이 훌륭한 삶이냐?’는 질문을 해오면 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수행자와 학자의 차이를 구분하는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학자는 간단한 문제를 길고 복잡하게 답하는 사람이고, 수행자는 복잡한 질문에 더없이 간략하게 답한다고 한다.

언젠가 달라이라마 존자께서는 이 질문에 ‘배우고 가르치는 삶이다’라고 간결히 답하셨다. 사실 답은 간결하지만 불교적으로 보면 가장 정확하고 바람직한 인생의 지침이 아닐 수 없다. 대승보살은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젊은 친구들에게 이 말을 하려면 꼭 해설이 필요하다.

대승보살은 항상 더 높은 진리를 구하기 위해 배우고 학습하여 자신을 연마하면서 자신이 가진 지식을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어 중생을 교화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삶이 대승 불자들의 가장 바람직한 삶임에는 변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누구나 이렇게 간결하고 쉽게 말하기란 쉽지 않다. 간략한 한마디의 답을 듣기만 해도 귀의심이 절로 일어난다.

조계종에서는 승가의 기본교육으로 강원이 있다. 4년간의 교육을 마치면 구족계를 받아 그야말로 정식 승려가 될 수 있다. 4년 동안 합숙생활을 하면서 교육을 받는데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은 함께 생활하며 가르치고 교육받고도 스님들의 사상에 변화를 주지 못하는 현실이다.

함께 강원을 졸업한 도반들 중에 강원을 졸업하고 남방으로 가서 수행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다양한 수행 체계를 몸소 익히고 체험하는 일은 훌륭한 지도자적 위치의 승려로 거듭나기 위한 좋은 경험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길을 나서는 스님들 중에 간화선과 대승불교를 못 마땅히 여기는 맘을 품고 떠나는 경우가 많은 것이 문제다.

처음 발심하여 출가 할 때야 온전한 대승사상과 간화선 수행의 압도적 우위를 알 수 없겠지만 강원 4년 동안 대승경전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간화선사상을 중심으로 편재된 교재로 교육시키고도 온전히 그 사상에 물들여서 가르친 사상을 주창하는 열열한 승려로 변화시키지 못하는 현실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물론 옛 경전을 볼 수 있도록 한문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상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어떻게 올바른 교육기관이라 할 수 있겠는가?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승가전통을 유지하며 보다 효율적으로 종단이 지향하는 일괄된 사상으로 초발심 출가자들을 물들일 수 없다면 교육자와 피교육자 모두 각고의 반성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대중을 이끌어 나아가야 하는 스님들이 대승의 위대한 사상과 거듭 진보하여 확립된 간화선 수행의 불타는 선구자가 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불자들의 가슴 가슴을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으로 불타게 할 수 있을까?

변화해야 할 것이다. 교육원장이 새로 바뀌고 많은 변화를 모색하자 우려의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의 승가교육 체계로 승려의 의식을 전환시켜 우리 불교가 지향하는 인재로 거듭나게 하지 못할 바에는 한번쯤 큰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4년을 합숙하며 훈육하고 가르치고도 그 교육 지향점으로 조금도 좌표이동을 시키지 못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기본 교육기관이라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최소한 강원을 졸업하면 불타는 대승의 신봉자요, 확고한 간화선 수행자로 거듭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승가교육이 바뀌고, 스님들이 바뀌어서 우리 불자들이 바뀐다면 우리 불교는 반드시 인류가 바라는 온전한 대승의 연화장 세계로 변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약천사 주지 성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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