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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각 스님의 의혹 부풀린 기자회견

기자명 법보신문

[기자칼럼]권오영 기자
몇몇 언론사만 불러 일방 변명…본지 제외
잘못 감추기 급급…일부 사실조차도 ‘왜곡’

기자회견은 새로운 사실을 알리거나 잘못 알려진 사실에 대해 해명하는 자리다. 특히 취재원이 언론에 대한 반론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이기도 하다.

며칠 전 해인사 주지 선각 스님이 비밀리에(?)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개 기자회견은 출입기자단의 간사를 통해 모든 언론사에 장소와 시간 등을 전달하는 게 관례지만 선각 스님은  몇몇 언론으로 한정했다. 그 동안 해인사 주지 선각 스님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보도해 온 본지에조차 기자회견 사실을 감췄다. 

선각 스님은 대장경 엑스포를 핑계로 전통사찰의 ‘옥토’를 매각하겠다고 승인을 요청하는가 하면 무리한 납골 사업을 진행하다 해인사 고불암 무량수전이 경매에 신청되고, 개인 명의로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자신이 주지로 있는 해인사에 되팔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수년 전 교계와 지역주민,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됐던 ‘가야산 골프장’ 재추진과 관련해 “해인사 주지 스님이 묵인했다”는 관련 업체 증언이 나와 비판의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본지는 이 같은 사실에 대해 수많은 관련 자료와 관련자 증언 등을 확인한 뒤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선각 스님에게 수차례에 걸쳐 반론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 했지만 이를 철저히 회피했다. 전화를 받지 않거나, 힘들게 연락이 돼도 불쾌한 반응을 보이며 대화를 거부하기 일쑤였다. 그랬던 선각 스님이 직접 상경해 본지를 제외한 채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이 순수하게만 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도 선각 스님은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변명으로 일관했다. 

“종무회의선 매각승인만 불허했을 뿐”

한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 선각 스님은 대장경천년 엑스포 주차장 토지 처분과 관련해 “32대 집행부에서 이 토지에 대해 무상임대 하라고 종무회의에서 결정했다. 무상으로 준다는 발상은 현장실사도 해보지 않은 탁상행정이요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자 또 다른 삼보정재의 유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무원 32대 집행부가 종무회의에서 매각 승인을 불허했을 뿐 무상임대를 결의한 사실이 없다. 당시 종무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해인사의 토지 매각 승인요청이 접수되자 총무원은 감사국 등을 통해 2차례 이상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합천군이 해인사의 토지에 대해 엑스포 행사기간 동안 임대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 종무회의에서 매각 승인을 불허한 뒤 임대 방안을 고려하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무상임대’는 총무원과 해인사, 합천군 실무자간의 논의 과정에서 나왔던 방안 중의 하나였다. 엑스포 사업 예정지에는 해인사 뿐 아니라 일반 개인이 소유한 부동산도 포함돼 있다. 당시 합천군은 개인 소유의 땅은 수용하되 총무원이 매각 승인을 불허할 경우 해인사 땅은 임대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포 이후 개인 소유의 땅을 해인사에 되팔 수 있도록 하겠다는 협의까지 진행됐다. 이럴 경우 듬성듬성 개인 소유의 땅이 포함돼 있어 활용하기 어려운 해인사 토지가 깔끔하게 정리돼 향후 이용가치가 더욱 커질 수 있다. 더구나 행사기간 동안 주차장 등으로 활용될 경우 자연스럽게 형질변경이 이뤄져 향후 활용 방안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또 합천군이 행사를 위해 형질변경을 진행하는 것이어서 이에 따른 제반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이 같은 조건이 성사된다면 해인사나 합천군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때문에 총무원은 해인사에 필요하다면 45여일의 행사기간 동안 무상으로 임대해 주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따라서 “탁상 행정이니 삼보정재 유실”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선각 스님은 “가치 없는 땅을 비싸게 보상받아 가치 있는 땅을 사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땅의 가치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전통사찰의 토지를 관리하는 주지 스님의 노력 여부에 따라 황무지가 옥토로 바뀔 수 있고, 옥토도 황무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율장에서 사찰이나 그 토지 등은 현재 출가한 비구 뿐 아니라 미래에 출가할 비구들도 포함되는 사방승가(四方僧家)의 재산으로 함부로 처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굳이 율장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찰의 토지는 수많은 시주자들의 발원과 염원이 담긴 정재로 마련됐다. 이런 토지에 대해 누가 감히 ‘가치 없는 땅’이라고 폄하하고 함부로 재단해 매각을 운운할 수 있을까.

해인사 임회, ‘조주연수원’ 적정 가격 따져 봤나

선각 스님은 또 개인 소유의 조주연수원을 자신이 주지로 있는 해인사에 되판 것과 관련해 “해인사의 오랜 숙원을 풀었으면 박수 받을 일이지 조사받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예산이 부족하다며 해인사 승가대학 등에 지원되던 교육지원 예산도 대폭 삭감하는 등 재정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남아 있던 토지처분금 11억 원과 사중 자금 14억 원 등 총 25억 원을 들여 자신이 소유한 부동산을 해인사가 매입하도록 한 일이 과연 박수 받을 일인지는 따져봐야 할 노릇이다.

선각 스님은 “조주연수원은 타종교인들이 기도원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매입을 시도해 왔다”며 “타종교의 진입을 방어하고 거창군 가북면에서 해인사로 연결되는 도로를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와 임회의 승인을 거쳐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조주연수원의 전신인 해인사 실버타운이 경영난으로 부도가 나자 일부 개신교인들이 당시 해인사 실버타운을 낙찰 받아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선각 스님이 최종 낙찰을 받았다. 따라서 선각 스님이 타종교인들에게 소유권을 팔지 않는 한 타종교가 진입하기란 쉽지 않다.

편법 동원 양도소득세도 안 내

매각 대금도 의문이 가는 대목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선각 스님은 “총 27억 2400만원이 소요된 조주연수원을 25억 원에 매각했으면 2억 원을 손해 본 셈”이라고 주장했다. 선각 스님이 해인총림의 방장 스님을 대신해 의사를 진행하는 해인총림 임회에서 조주연수원에 대한 적정 가격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 실사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부동산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선각 스님과 해인사는 조주연수원에 대해 16억 2500만원에 거래했다. 현행법에는 부동산 실거래가를 신고하도록 돼 있다. 실제 해인사가 선각 스님에게 25억 원에 주고 사 온 조주연수원을 왜 16억 2500만원으로 신고했을까.

선각 스님은 “경매낙찰가 10억 6000만원을 비롯해 건물리모델링 공사비 7억 3000만원, 등록취득세 5900만 원 등 18억 4900만원을 과세목록으로, 각종 집기 비품구입비 등 8억 7500만 원 등은 비과세 목록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현행법의 빈틈을 찾는 부동산중개업자들의 편법을 그대로 따른 셈이다. 줄어든 세금을 사중으로 회향한다면 박수 받을 일이지도 모르지만 종교인의 도덕성에 흠집이 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공사대금 연대보증 해놓고 고불암 피해 없다?

최근 경매 위기를 겪고 있는 고불암 무량수전과 관련해서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에 대한 최소한의 미안함조차 갖지 않았다. 오히려 선각 스님은 경매를 신청한 것에 대한 불쾌감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경매는 사실상 어렵고 고불암이나 해인사는 이번 사건으로 아무런 법적 피해를 입지 않는다”고 호언했다.

연 매출 150억 원 내외에 불과한 영세 건설업체가 수년 째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공사대금을 주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가 우선이다. 더구나 공사 계약 당시 해인사 고불암이 공사대금에 대한 지급 보증연대를 선 상황에서 해인사나 고불암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어떻게 호언할 수 있을까.

선각 스님은 수년 전 교계와 환경단체의 반대로 무산된 가야산 국립공원 내 골프장 건설이 최근 재추진되는 것과 관련해 더욱 황당한 주장을 이어갔다. 스님은 “산 너머에 골프장이 들어섬으로 해서 수행에 방해가 되고, 팔만대장경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증거만 들이대면 나 혼자라도 발 벗고 막겠다”며 “당시에도 환경단체들이 해인사와 무관한데 왜 나서느냐고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황당하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수년 전 해인사를 중심으로 ‘골프장 반대 범국민대책위’를 구성, 100만 명 서명운동까지 벌였던 일이 이유 없는 ‘생떼’에 불과하다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또 “(팔만대장경의 훼손을 우려하며) 사회적 공익이 우선돼야 한다”고 골프장 건설을 불허했던 당시 대법원의 판결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인지 자못 의심스럽다.

골프장으로 세계문화유산 해인사 알린다?

선각 스님은 한 발 더 나아가 “가야산 골프장 건설 이후 최경주 선수가 국제골프대회를 연다면 오히려 해인사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선각 스님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팔만대장경’보다 최경주 선수를 해인사를 알릴 수 있는 더 좋은 홍보수단으로 보고 있다는 말인가. 1700년 한국불교사에서 팔만대장경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성보 중의 성보로 꼽힌다. 골프장 건설로 자칫 이 성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로 수많은 불자와 환경단체, 일반 국민까지도 반대했던 사업을 팔만대장경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고 보존해야 할 해인사 주지 스님이 어떻게 골프장 건설을 옹호할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한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 선각 스님의 기자회견은 3시간 반이 넘는 장시간이 소요됐다. 이 시간 동안 스님은 자신의 과오에 대해 해명하고 진실을 밝혔어야 했다. 그러나 선각 스님의 기자회견은 진실은 고사하고 더 많은 의혹만 증폭시켰다.

선각 스님은 “해인사에서 오래 기억되는 수행자로 남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대장경 엑스포를 핑계로 전통사찰의 ‘옥토’를 매각하려는가 하면 개인 명의의 부동산을 자신이 주지로 있는 해인사에 되팔고 100만 명의 서명까지 받아가며 반대했던 골프장 건설까지 옹호하는 선각 스님이고 보면 어찌됐든 해인사에서 오래 기억되는 스님으로 남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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