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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현실 신랄하게 비판한 개혁론자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10.03.13 15:01
  • 댓글 0

‘법정 스님의 불교혁신론’ 김광식 동국대 연구교수
승가교육·명예욕·사이비승 등 지적
“과감한 개혁 없다면 불교는 질식”

 
법정 스님은 불법에서 이탈한 불교계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법정 스님은 불교지성인이었다. 불교지성이라 함은 불교수행자로서, 불교 사상으로 불교계 내외의 문제를 성찰하고, 그를 공론화시키고 나아가서는 개혁하려한 의식을 말한다. 여기에서 법정 스님은 불교혁신론자이었다.

그런데 스님이 발간한 저서에는 불교가 바른 길로 가야 한다는 소신에서 불교의 현실을 비판했던 내용이 많다. 그 내용은 풍자, 비유, 직설 등으로 서술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불교가 본연의 길로 가야 한다는 애정어린 발원이 있다. 불교신도, 불교계 밖의 국민들은 법정 스님의 이런 측면에 대해 생경스러울 수 있다. 스님은 불교 소재로 다양한 글쓰기, 즉 문서포교, 전법을 하면서도 그 내면에는 이 같은 불교혁신에 대한 염원을 감출 수 없었다.

승가교육·사이비승 등 지적

이와 같은 전제에서 법정 스님이 1964년 10월의 「대한불교」에 3회로 나누어 기고한 ‘부처님 전상서(前上書)’에 나타난 불교혁신의 내용과 성격을 소개한다. 법정 스님의 불교혁신의 이해는 후일을 기다려야 하지만 이 기고문은 스님의 불교혁신관을 대변한다. 이 기고문은 스님이 해인사, 송광사의 선원에서 수행을 하던 시절에 기고한 것이다. 이 글은 부처님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의 글이어서 간결한 문장, 호소력 있는 내용, 현실에서 제기한 생동감 등이 어우러져 당시 불교인들의 심금을 울린 명문장이다.

이제 그 내용을 대별하여 소개하겠다. 이 기고문은 신문 지상에 게재되었기에 지면의 제약으로 스님의 입장, 논리, 대안을 충분하게 제시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 글에는 법정 스님이 불교계, 스님, 신도, 사찰 등에 대한 관찰이 날카로웠음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런 글을 쓰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열정, 불교사랑, 자기비판이 용솟음치고 있다. 먼저 그 소제목을 제시하면 ‘서장’, ‘교육의 혁신’, ‘어설픈 화신들’, ‘잘못된 너무나 잘못된’, ‘황색의자’, ‘희사함을 치워라’, ‘극락여행권’, ‘불사의 정체’, ‘어서 이 혼탁을’ 등이다.

법정 스님은 ‘서장’에서 자신이 이러한 글을 쓰고, 기고할 수밖에 없음을 우선 부처님에게 참회를 하였다. 그렇지만 당시 불교계, 스님들의 행태가 불법에서 이탈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그를 개선하여 불교 미래의 건강을 위해 불교계를 우선 진단해야 함을 제시하였다. 스님은 당시 불교가 부처님의 이름을 파는, 무위도식 하는, 사회로부터 불신을 받고, 나목 같은 군상들로 채워진 사찰이라고 분석하였다.

그 이후에는 ‘서장’에서 진단한 불교현실을 낱낱이 분석하였다. ‘교육의 장’에서는 당시 3대사업의 하나로 지칭된 교육이 제대로 이해, 정착되지 못함을 준열하게 비판했다. 교육은 인재불사의 핵심이지만 당시 강원, 선원은 도량 장식 정도로 간주되고, 방법론과 계획성이 부재한, 전근대적인 유물의 반복으로, 1인 강사에 의해 구현된다고 보았다. 이 같은 교육은 종교, 불교의 근본에서 볼 때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진단하였다.

‘어설픈 화신들’에서는 승가에 들어온 젊은 학인들이 사찰에서 진리 탐구를 할 수 없어서 사찰, 불교 밖에 나가서 배움을 채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진단하였다. 그런 결과로 세속의 업과 습을 극복하기 위해 입문한 학인들이 또다시 세속의 업과 습에 물들어 가고, 환속하는 현실이 적지 않음을 지적하였다. 이는 불교, 사찰에서 불법을 전수하지 못함을, 진리의 도량이 아님을, 불교의 인재양성을 할 수 없음을 비판한 것이다.

‘잘못된 너무나 잘못된’에서는 당시 풍미하였던 급조승, 사이비승을 고발하였다. 정상적인 수행,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이 이루어지기는커녕 불과 하룻밤 사이에 스님을 만드는 불교 현실을 지적하였다. 이는 수행, 교육이 전혀 없음을 지적한 것인데, 그 결과로 세간에서 승려는 사이비승, 가짜 승려라는 비판을 들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불교를 배우려는 학인들을 사찰의 노동력으로만 인식하고, 학력이 높은 입산자들을 배척하는 현실을 풍자하였다.

“과감한 개혁 없다면 불교는 질식”

‘황색의자’에서는 당시 승려들의 명예욕이 급증함을 고발한 내용이다. 기존 승려들이 단체 책임자, 주지, 권력 있는 소임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암투가 치열함을 지적하였다. 나아가서는 재산이 많은 사찰을 맡으려고 수많은 물의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희사금을 치워라’에서는 각 사찰의 법당 앞에 놓인 불전함의 문제를 지적하였다. 이는 부처님을 파는 호객행위라고 보면서, 그는 불교의 정법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보았다. ‘극락여행권’에서는 지금도 일부 사찰에서는 행해진, 당시에는 더욱 많았던 부적 판매를 꼬집고 있다. 이를 극락을 가기 위한 여행권으로 풍자한 스님은 그로 인해 불교가 미신과 같은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보았다.

‘불사의 정체’에서는 사찰에서 행해지는 기도, 법회, 불사 등이 불사(佛事)로 진행되지 않고, 불교의 일로 볼 수 없다는 불사(不事)로 전도됨을 고발하였다. 법정 스님은 불교사업의 일이 단순하게 스님들의 일용사(日用事)로 전락되어, 구도자의 양심으로는 수긍할 수 없게 되어, 신심이라는 미명하에 신도들의 재산을 수탈하는 지경까지 갔다고 보았다. 그래서 큰스님은 법력이 있는 스님에서 돈 많은 신도들을 많이 확보한 스님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독살이를 보라’에서는 대중이 원융살림을 하였던 사찰 공동체가 무너지고, 급기야는 토굴, 독살이 삶으로 전환되는 행태를 비판하였다. 여기에서 대중공사라는 전통이 사라지고, 세속의 권속관념이 팽배하고, 구도의 빛이 사라지며, 사명감도 내동댕이치게 되었다고 했다. ‘어서 이 혼탁을’에서는 앞서 지적한 불교 현실을 스스로 비판한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러나 이런 자기비판은 참된 참회이고, 자기반성이 없으면 미래를 바라볼 수 없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결론적으로 법정 스님은 불교의 건강을 담보하려면 구도자들이 무관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과감한 일대 개혁이 없이는 당신의 가르침이 이 땅에서는 영영 질식하고 말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라는 말에 나오듯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자신의 기고를 “지나치리만큼 무차별의 사격을 가한 것은 우리들이 당면한 오늘의 이 현실을 직시하자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법정 스님은 ‘부처님 전상서’에서 1960년대 전반기 불교가 처한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그는 저절로 스님의 불교혁신의 성격을 드러냈다. 이후 스님은 이 글에서 나온 불교혁신론을 다양한 변용의 모습으로 제기해 불법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여기서 나온 문제는 지금도 불교현장에서 끈질기게 제기되고 있어, 법정 스님의 불교혁신론은 보편성을 갖는다.

김광식 동국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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