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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말을 걸다] ⑥ 존 터틀타웁 감독의 ‘쿨 러닝’

기자명 법보신문

시선에서 놓친 것들의 아름다움

 
1993년 개봉한 ‘쿨러닝’은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들의 실화를 그린 스포츠 영화다.

차마 몰랐던 사실을 접했을 땐 감동을 받곤 합니다. 일상 속 틈바구니에서 발견한 낯선 풍경들이 바로 그렇습니다. 바위틈에서 싱그러운 생명을 뽐내는 이름 모를 풀꽃들과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꽃을 피워낸 민들레를 만났을 때 어떤가요.

올림픽이라는 세계적 스포츠를 접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세계 선수들과 겨루는 국가대표를 열렬히 응원합니다. 그러나 금메달의 갯수로 순위를 정하는 모순적인 순위 매김에 현혹돼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만 열광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 볼 일입니다. 고된 연습의 시간을 온통 땀으로 보냈지만 메달과 인연이 닿지 않아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을 알고 나면 잠깐이나마 눈시울이 촉촉해지곤 합니다.

눈이라곤 상상도 할 수 없는 아프리카의 한 국가에서 겨울 스포츠에 참가했던 얘기 역시 우리에게 놀라움과 감동을 줍니다. 1993년 개봉한 ‘쿨 러닝’은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들의 실화로, 얼음은 구경도 못하는 열대의 나라 선수들이 어려움을 딛고 꿈을 펼치는 과정을 그린 스포츠 영화입니다.

자메이카의 100미터 육상 선수들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해 자국 예선전에서 어이없이 실패합니다. 그들은 굴하지 않고 동계 올림픽 종목인 4인승 봅슬레이 팀을 구성해 올림픽에 대한 열정을 다시 불태웁니다.

얼음도 없고 썰매도 없지만 바퀴 달린 가상 썰매로 연습해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지요. 그들은 헌 연습용 썰매로 짧은 훈련을 마친 후 다른 나라 선수들의 야유와 냉대에도 이들은 메달 후보로까지 부상합니다. 그러나 불행이도 낡은 썰매는 불의의 사고를 그들에게 안겨줍니다. 그럼에도 자메이카 선수들은 썰매를 어깨에 메고 결승선을 향합니다. 이를 지켜보던 선수들과 세계인들은 열렬한 박수로 그들을 맞습니다.

최근 한국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해 전체 5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제껏 참여했던 동계올림픽 성적 중 최고였습니다. 언론은 앞 다퉈 메달을 딴 선수들을 조명했습니다. 그 중 불자선수들도 여럿 있었습니다. 취재에 응했던 부모 중 몇몇은 서운하게 생각했습니다.

메달을 따니 관심을 갖는 현실에 그 동안의 마음고생이 떠올랐을지도 모릅니다. 허나 시선에서 놓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입니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이 46명이고 14개의 메달을 땄으니 32명은 그냥 그저 그런 선수들로 비춰질까 염려스럽습니다.

시인 장석주가 그랬듯 대추가 절로 붉어 질리는 없겠지요. 분명 그 안에는 태풍 몇 개와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가 있습니다. 무수히 흘린 땀으로 대추를 붉게 물들인 선수 모두에게 보낼 박수와 격려는 우리의 몫입니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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