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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 칼럼] 법문 듣는 법

기자명 법보신문

법문 듣는 것은 도를 얻는 힘
듣고 생각하고 실천에 옮겨야

법문 듣기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법은 도를 돕는 힘이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들어야 한다. 사바세계의 진실한 가르침의 체(體)는 깨끗한 소리를 듣는데 있다. 삼마지(三摩地)를 얻으려면 실로 법을 듣는 것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만약 법사가 법좌(法座)에 올라 경론(經論)과 요의법(了義法)을 강설(講說)하거든 반드시 마음을 비워 자세히 듣고, 설법하는 이를 부모와 스승같이 생각하며, 법을 들을 적에는 주린 자가 밥을 받는 것과 같이, 목마른 자가 마실 것을 생각하는 것과 같이 해야 한다.

포살법회나, 사부대중 법회나, 의식(儀式)이 있으면 모이는 곳에 들어가라는 ‘패’가 걸린다. 패가 걸리면 미리 들어가고, 시작하는 법고가 울릴 때까지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 의복을 단정하게 정돈해야 한다. 의복을 입고 걸을 때는 반듯하게 보면서 바로 나아가야 한다.

의복을 단정히 하면 위의가 엄숙하고, 반듯하게 보이면 마음이 단정하다. 바로 나아가면 표정이 바르니, 앉을 때는 단정히 해야 하고, 차례를 따라야 한다. 앉을 때에 반드시 단정하고 엄하게 하는 것은 신업(身業)이 엄숙하게 하려 함이요, 잡된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구업(口業)이 엄숙하게 하려 함이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나누면 못쓴다. 큰기침을 하면 대중에 방해가 되므로 조심하여야 한다.

법문을 들을 때에 듣고는 생각하고, 생각하고는 닦아 실천해야 한다. 말 구절만 기억하여 이야기꺼리로 삼으면 못쓴다. 듣고는 생각하고, 생각하고는 닦아 실천하는 것은 곧 세 가지 지혜이다. 하나도 빠지면 옳지 않다. 만약 듣고 생각하지 아니하면 마치 사람이 밭을 갈아 종자를 뿌리지 않는 것과 같음이요, 만약 생각하고 닦지 않으면 종자를 뿌리고,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지 않아서 마침내 결실이 없는 것과 같다. 배우고 생각지 아니하면 곧 잊어버리는 것이요, 생각하고서 배우지 않으면 곧 위태롭다.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여 귀로 듣고 입으로 흘리면 못쓴다. 나이 어린 사미로 계를 가지는 힘이 견고하지 못하면 율을 더 배울 것이요, 미리부터 분에 맞지 않는 강론에 갈 것이 아니다.

귀로 듣고 입으로 나온다는 것은 예로부터 “군자의 배움은 귀로 듣고 마음에 새기며, 몸으로 실천하고, 조용하게 움직여 나타냄이다. 소인의 배움은 귀로 들어서 입으로 나오니, 귀와 입의 사이가 사촌(四寸)이다. 어찌 족히 일곱 척의 몸이 아름답겠는가?”라고 하니, 알지 못함을 아는 척 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속여서 진실치 못하다. 귀로 들어 입으로 말하는 것은 깨달을 기회가 없으니, 이는 곧 다른 이를 속이는 것이다.

배우는 사람이 네 가지 일에 떨어짐이 있으니, 첫째는 배우되 방편을 알지 못하면 스승과 벗을 가벼이 업신여기며, 둘째는 글을 배우는 것에만 특히 열중하고 도력이 없으면 명예와 이익을 탐하고, 사람들이 공경해 줄 것을 바람이오. 셋째는 배우는 스승 모시기를 부지런히 하지 아니하고, 헛되이 꾸미고 아만만 높이 성취함이오. 넷째는 기꺼이 도를 배우나, 도리어 다른 술법으로 부처님의 깊은 경전에 비유하고 도와 같다고 말함이다.

옛 스님들은 법문 듣는 것을 즐겨하셨다. 법사가 아랫사람이라도 상관하지 않고 대중들 속에 섞여 들었다. 어린 법사가 대중 속에 섞여 있는 선지식을 보고 긴장하지만 법문 하는 법을 배우는 어린 법사를 무언의 말씀으로 가르치는 교육방법이었다.

법문을 많이 듣는 선업(善業)을 쌓으면 훗날 내가 법을 말할 때에 청중(聽衆)이 많고, 들으면 청중들이 이근(耳根)이 밝아져서 잘 알아들어 좋은 과보를 이룬다.

철우 스님 조계종 계단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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