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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살림과 모심] 무소유의 삶과 마무리

기자명 법보신문

법정 스님, 시대가 추구해야 할 삶의 표상
마지막 가는 길에서도 나무 등 생명 배려

“죽게 되면 말없이 죽을 것이지, 무슨 구구한 이유가 따를 것인가.” 법정 스님이 쓰신 책 『무소유』에서 ‘미리 쓴 유서’에 나오는 첫대목입니다. “사는 일이 곧 죽는 일이며, 생과 사는 결코 절연된 것이 아니라, 죽음이 언제 어디서 내 이름을 부를지라도 ‘네’하고 선뜻 털고 일어설 준비만 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법정 스님 당신이 말씀하신대로 선뜻 털고 입적하셨습니다.

오늘날 환경위기가 전 지구적으로 심화되면서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결국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하는 것을 진보로 생각해온 모든 사조와 이념들이 더 이상 진리가 아님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평화를 갈망하는 많은 사람들의 최종 결론은 소유를 토대로 욕망에 기반한 사회는 결국 인간끼리의 경쟁과 갈등, 대립과 분쟁, 전쟁을 야기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덜 쓰고 덜 소비하는 삶, 자발적인 가난, 주체적인 청빈 나아가 무소유의 삶이 궁극의 지향이며,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풍요의 삶을 중시하는 사회로 가지 않으면 인류에게 희망은 없다고 하는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과거에는 법정 스님 등 소수 눈 맑은 이만이 부처님의 말씀을 말하셨을 뿐이었습니다. 7~80년대 산업사회 성장과 발전을 구가할 때, 법정 스님은 그 시대를 거슬러 ‘무소유’를 말씀해오셨습니다. 그 시절 그저 몇몇 소수의 사람들에게 정신적 청량감을 주는 산중의 한 스님의 아름다운 글로만 인식했을 뿐, 구체적인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스님의 말씀이 큰 가르침이며 진리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어리석은 우리들에게는 2-30년의 세월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법정 스님은 당신의 글과 말씀처럼 조화로운 삶, 청빈한 삶, 무소유의 가르침을 삶으로 말해오셨습니다. 그래서 그 울림이 더욱 큽니다. 말과 소리가 무성한 시대, 침묵과 행동, 삶의 소리는 우레와 같이 들려옵니다. 『무소유』는 이미 200쇄 가까이 인쇄되어 한국인들의 뇌리에 현실은 어렵지만 우리가 돌아가야 할 궁극의 가치가 곧 ‘무소유’의 삶임을 깊이 심어주셨습니다. 법정 스님은 오래전부터 ‘맑고 향기롭게’라는 불교환경단체를 이끌면서 많은 활동을 해오셨지만, 스님의 말과 삶은 어떤 운동을 위한 언어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본래자리이며 그것이 결과적으로 환경적 삶, 평화를 위한 실천이 된다는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절대로 다비식 같은 것을 하지 말라. 이 몸뚱아리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소중한 나무들을 베지 말라. 내가 죽으면 강원도 오두막 앞에 내가 늘 좌선하던 커다란 넙적바위가 있으니 남아 있는 땔감 가져다가 그 위에 얹어 놓고 화장해 달라. 수의는 절대 만들지 말고, 내가 입던 옷을 입혀서 태워 달라. 그리고 타고 남은 재는 봄마다 나에게 아름다운 꽃 공양을 바치던 오두막 뜰의 철쭉나무 아래 뿌려 달라. 그것이 내가 꽃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이렇게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 생명에 대한 섬세한 연민과 배려의 마음이야말로 바로 무소유의 정신과 삶에서 나온 것입니다. 스님, 부디 육신을 버린 후 훨훨 날아 ‘어린왕자’가 사는 별나라, 하루에도 해지는 광경을 몇 번이고 볼 수 있고, 입국사증도 필요 없는 곳으로 돌아가소서. 

유정길 에코붓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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