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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희 보살의 수행 일기] 24.원인에서 원인을 없애기

기자명 법보신문

마음에서 마음보며 탐진치를 제거할 때
일어남 알아차리고 번뇌 생성 원인 소멸

마음을 안으로 모아 고요히 명상에 들면 마치 무의식에 저장된 모든 용량의 업이 드러난 듯 하다. 강한 것에서부터 미세한 것까지 복잡하게 펼쳐지는 망상 뿐 아니라 몸의 고통은 다리에서 허리를 타고 머리 꼭대기까지 그 수위가 강해지며 마음의 평정을 갖으려는데 더욱 곤란케 한다. 이것을 극복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수행을 멈출지 더 깊은 정진의 계기로 이어갈지 갈림길도 되지만, 항상 깨어 살아갈 것인지 흐릿한 영혼으로 남은 생을 살 것인지의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아나파나 호흡 명상은 이러한 고통을 정화하고 삼매의 힘을 기르는데 매우 빠른 효과가 있다. 이 호흡은 숨의 힘과 길이를 같게해서 40분에서 1시간 정도 쉬지 않고 호흡을 한 후 마지막에 길게 들이쉬고 참다가 몸을 풀어준다. 그런데 호흡을 하는 도중에 많은 고통이 따른다. 호흡이 깊게 들어가지 않아 목이 맵거나 허리가 잘려나가듯 아프기도 하고 발에 쥐가 나고 근육의 통증은 불쾌하리만큼 심하기도 하다. 거칠게 살아온 결과물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호흡을 하는 과정도 고통이 심하지만 호흡을 멈추고 그 고통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몸의 고통보다 더욱 심한 마음의 감정들을 볼 수 있다. 고통을 피하려하는 마음, 불쾌하고 짜증내는 마음, 더 이상 덮어두려는 마음 등 복잡한 갖가지의 감정들을 볼 수 있다. 싫은 것은 피하거나 덮어버리고 좋은 것만 골라 살아 온 욕망의 삶이 그대로 마음의 감정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큰 고통과 불쾌한 감정일지라도 마음을 모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 성질이 변하면서 사라진다. 몸과 마음의 모든 고통이 사라지고 조금 더 찬찬히 들여다보면 다시 일어나는 것들이 있다. 이때 생겨나는 것들을 알아차려 차단하는 힘이 있어야한다. 일어난 것에 어떠한 생각도 끼워 넣지 않고, 즉 끌려가거나 혐오하지 않고 지켜만 볼 수 있어야 한다. 생겨나고 변하면서 사라지는 과정을.

이렇게 지켜볼 때 몸과 마음은 정화되고 청정해지면서 따사롭고 포근한 부동의 에너지가 몸을 감싼다. 이때 마음은 저절로 자비로워지면서 마음에서 마음을 관찰해 간다. 탐욕이 있는 마음을 탐욕이 있는 마음 그대로 지켜보고 탐욕이 없는 마음을 탐욕이 없는 마음으로 지켜본다. 성냄이 있는 마음을 성냄이 있는 마음임을 관찰하며 성냄이 없는 마음을 성냄이 없는 마음 그대로 본다.

이렇게 마음에서 마음을 지켜볼 때 욕심과 성냄은 더 이상 생겨나지 못하고 마음은 보호된다. 마음을 이처럼 밀밀히 잘 단속해 갈 때 탐욕과 성냄이 일어나지 못하는 원인이 되어 같은 허물을 짓지 않게 됨으로써 또 다른 윤회의 수레바퀴에 들지 않는다. 이것이 결과에서 원인적인 요소를 말살하는 것이다. 이렇게 고요할 때라야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고 번뇌가 일어날 원인적 요소를 차단하기 때문에 번뇌의 대상과 접할 때 허물은 더 이상 짓지 않게 된다. 이것이 ‘원인에서 원인을 말살’하는 것이다.

보이는 것에서는 보이는 것만, 들리는 것에서는 오직 들리는 것만, 감각되어지는 것에서는 감각되어지는 것만, 생각되어지는 것에서는 생각되어지는 것만이 있어야 한다. 아나파나 호흡을 수행한 사람은 이렇게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불쾌한 감각에 대하여 집요한 마음집중을 함으로써 그의 마음은 정화해 왔고 흔들림 없고 자비스러운 마음을 길러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수행을 거치지 않고는 보이는 것에만 보도록 하는 것이 지극히 어렵다. 이치적으로 아는 것과 실천은 천지현격하기 때문이다. 수행하기 쉽고, 그 순서가 간단하며 결과는 급속히 이루어지는 수행은 참으로 많다.

강선희 보살 phad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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