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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의 생명을 위한 변명] 목숨과 참회

기자명 법보신문

유기견 161마리 죽음 수사당국 소극 대처
폭력적 반생명 태도에 대한 안일한 인식

지난 3월 13일 오전 부천의 한 사설유기견보호소에서 끔찍한 화재가 발생했다. 유기견 161마리가 참혹하게 떼죽음을 당했는데, 이 일로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많은 국민들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당일 화재를 진압한 119 조사관의 말에 따르면 화인은 화목보일러의 과열이나 전기누전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화재당일은? 비좁은 공간에 난로를 피울 만큼 날씨가 춥지 않았고, 실내에 있던 단 한 동물도 탈출하여 생존하지 못하였으며, 보호소 소장이 사고 후 연락이 두절됐다.

여러 정황 때문에 동물보호단체의 회원들은 단순 사고가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의혹의 시선을 갖고 화재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였다. 더욱이 화재가 발생한 지 나흘이 지나도록 현장조사도 하지 않는 등 수사당국과 소방당국의 초동대처가 아주 실망스러운 것으로 드러나 분노를 더했는데, 사람의 목숨이었다면 이렇게 대처했겠느냐는 것이었다.

3월 17일 수사당국과 소방당국, 행정당국, 동물보호단체의 관계자와 언론사 기자들, 그리고 당시 화재현장에 유일하게 있었던 보호소 소장 김모 씨가 참석하여 현장감식이 이루어졌다. 수사당국은 사설보호소운영자 김모 씨를 조사도 하지 않고 피해자로 간주하고 있다가 현장감식 당일 날에야 비로소 신병을 확보하고 참고인진술을 받았다.

방화가능성 등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이날 김모 씨의 화재현장 진술은 큰 주목을 끌었다. 왜 한 마리도 구해내지 못했는가, 왜 161마리의 개들은 생존본능에 따라 탈출하지 못했는가, 화재 이후 왜 연락이 두절되었는가, 여러 의혹들은 이날 현장감식에서도 해소되지 않은 채 공은 수사당국으로 넘어갔다. 화재현장의 수거물은 국과수에 보내진 상태이다.

이제 누구도 수사에 개입할 수 없는 노릇, 결과는 기다려봐야 한다. 그러나 개의 죽음이라고 해서 개 취급 당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개의 목숨이나 사람의 목숨이나 풀 한 포기나 생명가치의 저울에 달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점에서 사람의 목숨을 대하듯 화재원인에 대한 한 점 의혹 없는 수사를 당부한다.

필요하면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 김모 씨와 김모 씨의 주변 지인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해야 한다. 또한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일부단체가 김모 씨를 동물학대자로 규정하고 메일로 전하는 등 출판물 등에 의한 특수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무자비한 공격이 감행되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한다. 명백한 황색저널리즘식 태도이다. 반생명적인 태도는 어떤 명분이든 폭력적이다.

법정 스님 다비식 다음날 송광사를 찾았다. 스님의 마지막 남긴 말이 남아 있다. “어리석은 탓으로 제가 저지른 허물은 앞으로도 계속 참회하겠습니다.”

이 세상에는 참회하기를 거부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참회란 은폐된 양심을 스스로 들어내거나 들추어내야 가능한 일이다. 진실을 밝혀야 한다. 사실 이번 화재참사의 근본원인은 정부의 미흡한 유기동물보호정책에 있다. 편의에 의해 장난감처럼 키워지다 버려진 동물들은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일부 개인들의 부담이 되거나, 자격 없는 자들의 에니멀 호딩(animal hoarding, 필요이상의 동물사육)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정호 동물보호단체 카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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