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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묵 스님의 풍경 소리]

기자명 법보신문

한결같은 삶은 자기만 고집하는 삶 아닌
자신 내려놓고 진실을 믿는 울림있는 삶

출가 수행자라 하지만 곡절 많은 세상을 품고 살아가면서 수행자로서의 향기를 잃지 않고 한결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일견 그리 사는 것이 참으로 당연한 일인데 무슨 쉽고 어려움을 따져 말하느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당연한 일이 현실에서는 쉽지만은 않기에 살아갈수록 그런 삶을 살아내시는 분들이 더욱 존경스럽다. 그런데 그 쉽지 않은 모습을 일전에 입적하신 법정 큰스님께서 보여주셨다.

송광사에 방부를 들였을 때 아쉽게도 스님은 한 달 여전에 불일암을 떠나 강원도 산골에 들어가셨다. 연세가 많아질수록 외로움 때문에라도 대부분 대중처소에 들어와 노년을 회향하는 법인데 스님은 반대로 글에서의 말씀처럼 외로움을 벗하러 오두막살이를 택하셨다.

처음 불일암에 올라갔을 적 다가온 느낌은 스님의 글에서 느껴진 그대로였다. 단출하고 정갈하며 어느 한 구석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차곡차곡 쌓여진 장작더미는 그저 나무를 재어 놓은 것이 아닌 올곧은 법문이었다. 그 후 몇 번 불일암에 오셨을 때 강원 도반끼리 찾아뵈었는데 늘 그 모습이셨다. 스님을 뵈면서 대중들 모두 속히 늘 가까이 모실 수 있기를 희망했고 몇 해 지나면 큰 절로 다시 돌아오시겠지 하였지만 노구로 불편한 산골 오두막에서 삶을 회향하셨다. 당신 말씀처럼 맑고 향기나는 모습이셨다.

우리도 이런 삶 살기를 소망하면서도 스님처럼 올곧게 한결같은 모습으로 삶을 채워가기가 힘든 이유 중에 하나가 타인의 말에 요동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까닭에 불교에서 우리 삶을 뒤흔드는 8가지 번뇌를 팔풍(八風)이라고 하는데 그 중 훼손(毁), 명예(譽), 칭찬(稱), 비난(譏)이 말과 관련이 깊다. 보통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쉽게 휘둘리거나 상처받고 우쭐해서 일을 포기하거나 그르치기 일쑤다. 그러므로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살핌과 정진 그리고 나라는 마음과 내 것이라는 마음을 비워내지 않고는 이 번뇌를 이겨내기가 힘들다.

그런데 대부분은 자기 수행을     통해 이를 극복하려고 하지 않고 상대하지 않는 것을 능사로 삼으려 한다. 특히 자신에게 반하는 사람에겐 원망을 일으키고 멀리하려 한다. 개인이 이래서도 안 되지만 공적인 자리에 있는 분들은 자기를 정화하고 일깨우고 바로잡는 말이라 여기고 차별없이 아껴야 한다. 부처님에게조차 제바달다 같은 제자가 있었고 예수님에게도 가롯 유다 같은 제자가 있었는데 우리 같은 죄 많은 삶에서 자신을 반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는 것은 커다란 교만이라 여겨진다.

더욱이 그 사람이 자기 개인을 위해서나 상대를 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비난하고 반대하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염려에서 생각을 달리하기에 내는 말이라면 포용하고 감내해야 한다고 보는데 그것이 힘든 것 같다. 무지개가 한 가지 색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아름다운 꿈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중생은 어차피 근기와 바램과 성품이 제각각임을 인식하고 자기의 뜻과 색으로만 채우려 무리수를 두는 어리석은 우는 범하지 않았으면 한다.

부처님은 교단을 배반했을 뿐더러 심지어 몇 차례에 걸쳐 해치려고까지 한 제바달다와 부처님을 비난하며 떠났던 오백제자에게 조차도 미래세에 반드시 부처가 될 것이라는 수기를 내리셨다. 우리네 삶이야 성인의 발치에도 못 미치겠지만 흉내라도 내려 노력해 보았으면 한다.

한결같은 삶을 산다는 것. 그것은 자기만을 고집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을 내려놓고 내 것에 대한 비움과 모든 존재에 대한 존중과 겸허함 그리고 진실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통해 울림이 있는 삶이라 할 것이다. 

정묵 스님 mani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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