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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의 생명을 위한 변명] 밥상이야기

기자명 법보신문

인간도 생명공동체의 한 구성원일 뿐
다른 종의 권리 보장 없는 미랜 암흑

생명위기의 시대이다. 사실 위기가 아닌 적은 없었다. 그러나 광우병쇠고기 파동 때 어둠을 밝힌 미네르바의 촛불이 산성에 갇히고, 수많은 블로거들이 구글로 이민을 떠나는 등 신토불이의 내적 평화가 깨지고 있다. 이 정부 하에서 탐욕스런 인간의 무한한 욕망은 인간 이외의 종에 대한 죽음과 죽임의 고리를 확대, 재생산하며 어둡고 질긴 그림자를 4대강과 서해바다, 동식물의 마음 저 깊숙한 자리까지 드리우고 있다. 이러한 생명위기의 엄중한 시대에 밥만 축내지 말고 밥상에서 이야기 좀 하자는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근대이성을 지배하고 있는 철학과 과학 심지어 종교의 태도에 대하여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고독하고 외로운 개별적 존재로 전락해 버린 사람을 포함한 생명의 권리를 인권의 확장을 뛰어넘어 생명권 보장의 동등한 차원으로 회복시키자. 인간 이외의 종에 대한 인간의 무제한한 권리를 되돌리지 않고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인권 이외에 동식물의 생명권도 보장되어야 한다. 모든 생명은 생명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호혜적 관계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인간이 스스로 성찰하고 매일매일 자각하는 생태적 존재로 거듭나야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런 밥맛 떨어지는 이야기를 좀 하자는 것이다.

“생명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든 성원이 그동안 하찮은 미물로 취급되었다 하더라도 ‘모든 생명은 동등하게 위대하다’는 것을 밥상에서 매번 확인하고, 밥 한 그릇의 경로도 추적해 보자. 소외되고 배제된 생명이 제자리를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탐욕과 무지의 죄를 저지른 인간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유일한 길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루 세끼 밥상에서 하자는 것이다. 오래된 미래처럼 보이나, 어린 시절 함께 살았던 백구의 기억을 되살려 개와 인간의 밥상공동체 이야기도 해 보고, 개가 사람과 사람 이외의 종과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매개존재라는 것도 꺼내보자. 개와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성찰과 진지한 논의 과정에 지금도 끔찍하게 자행되고 있는 개학대의 잔인한 역사도 들추어내보자는 것이다.

이 밥상 앞에서 우리가 얼마나 야만적인 존재인가를 확인해보고, “죽임의 역사가 근대이성이라는 두터운 업장으로부터 기록되었으며, 근대이성이 생명을 어떻게 대접했는지, 존재 자신, 그 내면, 사람 이외의 다른 종, 자연, 제도, 불멸의 영혼, 사랑, 한마디로 나와 너의 총체적 관계를 물질화함으로써 숨 쉬는 존재가 아니라 기계로 규정하고 억압했다는 사실, 존재와 그 관계의 질량을 눈금에 새기고, 생명체는 고체가 되어 그 가치는 저울로 평가된 체, 개시장에서 개는 10만원, 노동하는 인간은 노동시장에서 일당 10만 원짜리 상품으로 전락한 일그러진 생명이야기”를 밥상에서 해보자는 것이다.

밥맛이 나겠는가. 그럼 기꺼이 한 끼 굶자. 그러다 보면 풍요의 시대 포식자인 자신이 얼마나 배부른 존재인지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욕망은 끝이 없어 아낌없이 주는 나무만 찾아 헤매는 불구를 밥상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자타불이라는 부처님 말씀을 최근 무등산 문빈정사에서 사람을 구한 차오의 울부짖는 소리에 확연히 깨쳤다면, 차오의 울부짖음은 개 짖는 소리인가, 부처님 육성인가. 

정호 동물보호단체 카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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