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우 스님의 계율 칼럼] 소임 사는 법
[철우 스님의 계율 칼럼] 소임 사는 법
  • 법보신문
  • 승인 2010.04.1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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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쓰는 물건 함부로 해선 안 돼
채소 한 잎도 소중히 여기는 게 수행

상주물(常住物)은 마땅히 아껴야 한다. 행호율의(行護律儀)에 이르기를, “상주물 등을 손괴(損壞) 했거든 마땅히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옛날에 양주(揚州) 백탑사(百塔寺)에 도창이라는 스님은 대중이 사용할 물건을 마음대로 함부로 주기도 하고 사용했다. 대낮에 잠깐 졸았는데, 저승사자가 홀연히 방에 들어와서 도창을 밖으로 끌어내어 그 머리를 끊으려고 했다. 도창은 놀라 울부짖으며 “목숨만 살려 달라”고 애원했는데, 저승사자가 소리 높이 꾸짖었다. “방안에 가득한 물자와 재물을 모두 스님들에게 돌려주면 너의 목숨을 살려주리라”고 했다.

도창은 머리를 조아려 말하되 “어찌 감히 명령을 어기겠습니까?”하고, 곧 종을 쳐 대중을 모으고 옷과 물건들을 나누어주고, 불상을 조성하고 대중에 공양을 베풀었다. 저승사자는 도창이 한 벌의 옷, 한 벌의 발우만 남기고 모두 나누어 주는 것을 보고 말없이 가버렸다. 도창이 이후로부터 부지런히 힘써 닦아 마침내 밝은 행을 이루었다고 했다. 책임 있는 이의 명령을 따라야 하고 어기면 안 된다. 채소를 씻을 적에는 맑은 물에 세 번 씻어야 한다. 물을 길을 때에는 먼저 손을 씻어라. 벌레가 있고 없는 것을 잘 살피되, 벌레가 있으면 촘촘한 헝겊으로 걸러서 써야 한다. 겨울에는 일찍 물을 뜨지 말고, 해 뜰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썩은 나무에는 벌레가 있는 까닭으로 불을 때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한다. 또한 생나무가지나 젖은 나뭇가지도 때지 말아야 한다. 마당을 쓸 적에는 바람을 거슬려 쓸면 못쓰고, 쓰레기를 문 뒤에 두면 못쓴다. 땅을 쓸면 다섯 가지 공덕을 얻는다. 첫째는 스스로 자기 마음의 때를 제거함이오. 둘째는 다른 이의 마음의 때를 제거해 줌이오. 셋째는 교만심을 제거함이오. 넷째는 마음을 조복 받음이오. 다섯째는 공덕을 더욱 길러서 선처(善處)에 태어남을 얻는다고 했다.

성실론(成實論)에 이르되, “한 염부제의 절 마당을 쓰는 것은 불지(佛地 : 법당)를 손바닥만큼 쓰는 것만 같지 못하다”고 했다. 속옷을 세탁하려거든 모름지기 이를 잡아 버리고 빨아야 한다. 여름에는 물그릇을 사용하고 난 뒤에 엎어 놓아야 하고, 제쳐놓으면 벌레가 생긴다. 여름에 벌레가 생기는 것은 때가 있는 것이 아니니, 그대로 놔두면 남은 물에는 벌레가 생긴다.

상의(上衣)를 세탁한 그릇에 발을 씻거나 속옷을 빨거나, 양말을 빨거나, 빨래하는데 사용하지 말며, 대나무 막대에 걸어 말릴 때에도 또한 서로 닿게 하지 말며, 입으로 물을 머금어 법복에 뿜지 말라. 만약 물을 머금어 법복에 뿌리거든 반드시 먼저 입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끓는 물을 땅에 버리면 안 된다. 중생을 상하게 하는 까닭이니, 또한 뜨거운 물을 뿌려 불을 끄지 말라. 쌀이나 채소나 과일을 함부로 버리면 못쓰니, 금생에 물건을 아끼지 아니하면 내생에 받아 수용할 수 없다.

옛날 어떤 수행자는 근세에 유명한 선지식을 찾아 그 회상에서 공부하려고 도반과 같이 길을 떠났다. 동구 밖에 이르렀는데, 채소 잎이 둥둥 떠내려 오고 있었다. 두 수행자는 “깨끗한 채소 잎이 저렇게 떠내려 오니, 무엇을 배울 것이 있겠는가?” 하고 돌아서려는데, 개울을 따라 내려오며 채소 잎을 줍는 이가 있었다. 두 명의 수행자는 그를 따라가 열심히 수행했다.

우리는 이름 있는 열대과일이나, 만난 여러 과일도 싫으면 냉장고 안에서 마를 때까지 두었다가 결국은 버려진다. 잘못임을 생각하여야 한다. 

철우 스님 조계종 계단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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