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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위한 변명] 사람 목숨이면 이렇게 하겠는가

기자명 법보신문

구제역 파동 무고한 가축 생명 앗아가
생매장 죽임 없도록 대책 마련 시급해

금년 1월 아이티 지진이 발생했다. 23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곧이어 발생한 칠레 지진으로는 약 500명이 숨졌다. 지난 14일에는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천여 명이 숨졌으며 브라질에서는 지난 5일부터 계속된 폭우와 산사태로 약 250명이 사망했다. 최근 발생한 아이슬란드의 화산 폭발은 유럽항공산업의 발목을 꽁꽁 붙잡았다. 쓰나미 앞에 21세기 인류는 속수무책이다.

얼마 전 대한민국을 휩쓸고 지나간 신종플루의 공포를 잊지 못할 것이다. 양성판정을 받은 5살 된 내 딸아이는 아무 탈 없이 지나갔지만 무고한 생명을 덧없이 앗아갔다. 대한민국은 신종플루 앞에 너무나 무기력했다.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의학이 발전한 21세기 인류는 전염병과 쓰나미를 경험하면서 무력한 존재임을 시인하고 있다. 신종플루와 AI(조류독감)가 결합 생성된 변종 바이러스 전염병이 돌면 어떻게 될까. 일각에선 AI(조류독감)의 10~40년 주기를 제시하며 인류 대재앙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80년 세계보건기구가 “지구상에서 자연 발생하는 천연두는 완전히 퇴치됐다”고 선언했고, 사람들은 인류가 그런 질병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쓰나미와 전염병 바이러스 앞에 떨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논란이 되었던 인간광우병,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 한국에선 발생하지 않았지만 출혈열을 일으키는 에볼라 바이러스, 조류의 피를 빤 모기를 통해 인체에 전염돼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등 전염병 바이러스는 언제 어느 때든 우리 곁을 찾아 올 준비가 되어 있다. 괴물이다.

이 괴물이 지금 한반도에 나타났다. 지난 4월 8일 시작된 법정전염병 1종인 구제역이 강화를 강타해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 20일 내륙 김포를 습격한 것이다. 강화에서만 지금까지 모두 2만 9669마리의 소, 돼지가 살처분 됐다. 김포에서는 소 188마리와 사슴 8마리가 당일 살처분 됐다. 피해액만 450억 원에 달해 이미 올 1월 경기 포천에서 발생한 구제역 사태의 전체 피해액 425억 원을 넘어섰다. 이날 충남 보령에서도 음성판정이 나긴했으나 구제역발생 신고가 접수되었다. 방역시스템의 붕괴를 알리는 전조였다.

이번 O형 구제역은 전파력이 아주 강해 해풍을 타면 250km, 육풍으로도 60km까지가 감염지역인데, 방역당국이 관리지역 방역펜스를 20km로 정한 것은 구제역의 내륙습격을 용인한 꼴이 되었다. 또한, 당국은 부정하고 있으나 영국의학저널에 따르면 구제역은 엄밀한 의미의 의학적 판단으로 인수공통전염병에 해당된다고 한다. 1960년 영국에서 인간에게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적도 있다.

지금 강화에서는 자신이 키우던 소를 모두 살처분 당한 5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람이 죽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당국은 리스크커뮤니케이션을 즉각 가동해야 한다. 이해관계자가 함께 공론의 장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감염되지 않은 무고한 소, 돼지들이 생매장 살처분 당하지 않도록 강한 조치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 목숨이면 이렇게 하겠는가. 

정호 동물보호단체 카라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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