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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전 속 재가불자 신행생활[br]서울불교대학원대 김재성 교수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10.05.04 18:32
  • 댓글 0

“돈, 많이 벌어 잘쓰는 게 공덕”

재가자는 소유가 바람직
어려운 이웃에 베풀어야

상호배려가 행복의 비결
전문가 되려고 노력해야

붓다는 설법을 통해 적극적인 대중교화를 펼치셨습니다. 만나는 대중들이 누구이건 그들에게 가장 적합한 가르침으로 각자의 능력에 맞는 실천방법을 제시하고 각자 유익함과 행복을 경험하는 것을 도와주셨습니다. 그리고 원칙적으로는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향상에 이르도록 사람들을 지도하셨습니다. 또한 사회에 살고 있는 일반 재가자의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향상은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의 물질적인 조건에 달려있다는 것을 이해하셨습니다.

사람들이 가난에 빠져있고 배고픔과 빈곤에 의해 핍박당할 때 그들이 도덕적으로 사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통찰하셨던 것입니다. 따라서 붓다께서는 대중들이 적절한 일자리와 일에 합당한 보수가 주어진다면 나쁜 행동을 피할 수 있다고 보셨고, 위정자들은 백성들로 하여금 경제적인 안정을 얻게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임을 『꾸따단따경』 등 초기경전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재가자에게 결코 무소유나 가난한 삶을 살 것을 강조하지 않으셨습니다. 기독교에서 부자가 천국에 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지만 불교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붓다는 오히려 정당하게 그리고 부지런히 많이 벌어 재투자하고 자신과 이웃을 위해 재물을 잘 쓰는 것이 공덕임을 강조하셨습니다.

붓다께서는 또 『교계싱갈라경』에서 ‘여섯 방향에 대한 예배’를 통해 재가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붓다에 의해서 설명된 ‘여섯 방향에 대한 예배’의 수행은 사회 구성원들이 자애, 연민, 선의의 마음으로 서로 간의 의무와 책임을 실현할 때 사회가 유지된다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말하는 여섯 가지 기본적인 사회적 관계들은 부모와 자녀, 스승과 제자, 남편과 아내, 친구와 동료, 고용주와 고용인, 재가자와 종교 지도자 등으로 붓다께서는 이들이 각각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하는 세세한 항목들에 대해 설명하고 계십니다.

세상에서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 사이에 상호 돌봄의 정신은 사회를 결속시키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필수적인 지침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식은 부모에 대해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하고, 부모는 자식이 믿음, 보시, 지계, 지혜를 닦은 법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할 때 행복해질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 뿐 아니라 남편과 아내는 상호 애정과 존중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며 권한을 독차지 하지 말고 각각 맡은 모든 일에 숙련되고 열심히 할 것 등 제시합니다.

이 가운데에는 이혼율이 높은 시대에, 남편과 아내 사이의 사랑이 어떻게 유지되어야 현생은 물론 내생에도 다시 결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르침도 있습니다. 부부가 다음 생에 같이 만나려면 부부는 같은 믿음, 보시, 지계, 지혜를 닦으면 된다고 합니다. 금슬이 좋기로 유명한 부부 나꿀리삐따와 나꿀리마따에 대한 이 가르침은 재가신자들에게 세속의 욕망을 버리라는 가르침과는 거리가 있는 한 예로 볼 수 있습니다.

붓다께서는 세속의 욕구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그들 자신이 원하는 욕구의 대상을 얻어야하는지를 보여주려고 하셨습니다. 붓다께서는 주장한 요구는 윤리적인 원칙에 의해 욕구의 실현이 조절되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부모자식간이건 부부간이건 함께 행복하려면 믿음을 지니고, 보시를 행하며, 같은 윤리를 지키고, 지혜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붓다께서는 출가자에 대해 지극한 공경을 다할 것을 말씀하시지만 출가자답지 않은 분들에 대해서는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거나, 인사를 하지 않거나, 마중 나가 환영하지 않거나, 공양물을 보시하지 않는 행위로 불신(不信)을 표현할 수 있다고도 말씀하십니다. 실제로 성도 10년째 되던 해, 코삼비에서 한 비구가 저지른 사소한 잘못을 놓고 비구들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자 붓다께서는 코삼비를 떠났고 이에 마을 사람들이 분쟁을 한 비구대중에게 존경심을 표하지 않고 공양도 올리지 않았던 일도 있었습니다.

재가자가 출가자의 잘못을 불신할 수 있다는 가르침은 재가자의 입장에서 청정한 승가를 보호하는 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출가 대중에게는 출가자에게 맞는 올바른 생활을 하라는 충고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붓다께서는 자신을 유익하게 하는 실천과 남을 유익하게 하는 실천의 가치에 대해서도 설하셨습니다. 이 가운데 자신을 먼저 잘 갖추고 남을 지도할 때 후회가 없을 것이라고 하는 가르침이나, 자신이 진흙 속에 빠져있다면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을 꺼내주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가르침도 깊이 새겨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하는 자는 반드시 불방일, 마음챙김, 마음의 보호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초기경전에는 이러한 구체적인 내용으로 탐진치를 제어하는 일, 유익한 일을 알아 지니고, 5계를 지키는 일, 보시하는 일, 법을 연구해 그 의미를 이해하고 수행하는 일 등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현세와 내세 양자의 유익함을 얻는 공통점은 공덕을 짓는 일에 방일(放逸)하지 않음입니다.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정진하고 노력하는 일은 재가자가 현세와 내세에서 유익함과 행복을 얻는데 필수적인 동시에 붓다의 마지막 유훈이기도 하셨습니다. 늘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고 실천하며, 부지런히 노력해 각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고 나아가 많은 어려운 이들을 위해 베푸는 삶이 바로 초기경전에 나타난 바람직한 재가자의 삶인 것입니다.

정리=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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