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추회요 강설]미혹·깨달음 모두 공…말과 논리로 드러낼 수 없어
[명추회요 강설]미혹·깨달음 모두 공…말과 논리로 드러낼 수 없어
  • 법보신문
  • 승인 2010.05.1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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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발자국. 일지 이홍기 作. 개인 소장.

“도를 닦아서 얻게 된다면
조작이니 참다운 도 아니요
만약 본디 있는 것이라면
온갖 수행이 쓸데없는 짓”

“본인 눈 뜨면 그 자리에
부처님의 세상이 드러나”

18. 오늘부터 부처님 세상에 있기에

經云. 舍利弗問 何故 諸賢復發此言 從今日始 不以佛爲聖師. 諸比丘報曰 從今日始 自在其地 不在他鄕 自歸於己 不歸他人 以爲師主 不用他師 是以 故往 不以佛爲聖師. 乃至於是 世尊 讚諸比丘 善哉善哉 其於諸法 無所得者 乃爲眞得. 此乃但可自知 方見眞實. 所以 千聖拱手 作計校不成.

경에서 말하였다. 사리불이 “오늘부터 여러분은 왜 ‘부처님을 성스런 스승으로 삼지 않겠다.’ 말합니까?” 묻자, 모든 비구들이 “저희들은 오늘부터 부처님 세상에 있기에 다른 곳에 있지 않으며, 스스로 자신에게 귀의하지 다른 사람에게 귀의하지 않아, 이것으로 스승을 삼고 다른 스승을 모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일부러 부처님을 찾아가 성스런 스승을 삼지는 않겠다.’는 것입니다.”고 대답하였다.

이에 세존께서 비구들을 찬탄하시며 “참으로 좋은 말이다. 온갖 법에서 ‘얻을 바 없는 사람이 참으로 부처님 세상을 얻은 것’이니라.” 칭찬하셨으니, 이는 오직 스스로 알 수 있어야만 진실을 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자리에서는 어떤 성인도 할 일이 없고 어떤 논리도 용납하지 않는다.

강설) 비구들이 오늘부터 ‘부처님 세상에 있다.’는 것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말이다. 여기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은 ‘자신의 성품에 있는 부처님[自性佛]’을 보았다는 것이고, 이 부처님께 귀의하여 바깥으로 다른 스승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기에 부처님께서는 이 비구들을 칭찬할 수밖에 없다. ‘부처님 세상에 있다는 것’은 ‘바깥 온갖 법에서 얻을 바 없음을 깨친 것’이다.

또 다른 맥락에서 성철 큰스님의 1982년 석가탄신일 법어 중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요,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려고 오셨습니다.”라고 말한 것도 같은 의미라 볼 수 있겠다. 본인이 눈만 뜨면 그 자리에 부처님의 세상이 드러나는 것이다.

19. 집착을 깨는 방편

若言無師自證者 卽墮自然之計 執從他解者 仍涉因緣之門. 且大道之性 非是自然 亦非因緣 云何開示 而乖道體.

문 : ‘스승이 없이 저절로 도를 증득한다.’ 말한다면 곧 ‘저절로 도가 이루어진다는 생각’에 떨어지고, ‘다른 사람의 가르침에서 도를 깨닫는 것’이라 집착하면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어 도에 들어가는 것’인데, 대도(大道)의 성품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과 인연을 맺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니, 어떻게 가르쳐도 도의 바탕과 어긋나지 않겠습니까?

爲破他求故 說須自證 爲執自解故 從他印可. 若當親省之時 迷悟悉空 自他俱絶 非限量之所及 豈言論之能詮. 所以 牛頭初祖云 夫道者 若一人得之 道卽不遍 若衆人得之 道卽有窮. 若各各有之 道卽有數 若總共有之 方便卽空. 若修行得之 造作非眞 若本自有之 萬行虛設. 何以故 離一切限量分別故 明知 說自說他 言得言失者. 若約聖敎則 是隨世語言 破執方便 若依意解 盡是限量分別 不出情塵. 但不執敎以徇情則 方見性而達道.

답 : 이는 ‘다른 사람을 찾아가 도를 얻겠다는 생각’을 깨뜨리기 위하여 ‘반드시 스스로 증득해야 할 것’을 설한 것이며, ‘자신의 앎에 집착하고 있는 사람’을 위하여 ‘선지식의 인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도를 몸소 깨달을 때 미혹과 깨달음이 다 공(空)이어서 자타(自他)의 분별이 다 끊어지면 생각할 수 있는 곳이 아닌데, 어찌 말과 논리로 이 자리를 드러낼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우두종(牛頭宗) 초조(初祖) 법융 스님은 “한 사람만 도를 얻는다면 도는 보편적이지 않고, 여러 사람이 얻는 것이라면 도는 도를 얻는 사람 수만큼 있게 된다.”라고 말하였다.

만약 사람들이 저마다 도가 있다면 도는 사람 수만큼 있게 되고, 사람들 모두 함께 도를 갖고 있다면 도를 얻기 위한 방편은 부질없다. 만약 도를 닦아서 얻는다면 이는 조작이니 참다운 도가 아니요, 만약 본디 있는 것이라면 온갖 수행이 다 쓸데없는 짓이다. 왜냐하면 도란 중생의 온갖 시비분별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니, ‘나’와 ‘남’ ‘득’과 ‘실’을 말하는 것에 그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성인의 가르침을 기준 하면 세상의 언어에 따라 집착을 깨는 방편이 되지만, 중생의 알음알이에 의지하면 모두가 다 분별이니 번뇌를 벗어나지 못한다. 오직 가르침에 집착하는 알음알이만 따르지 않는다면 바야흐로 견성이어 도에 통달할 것이다.

강설) 명추회요 7회분 <15. 중도라 하는 것>의 앞 단락에서 ‘단견에 대한 반박’을 하고, 그 다음 단락에서는 ‘상견에 대한 반박’을 하며 단견과 상견 모두가 끊어진 곳에 있는 ‘중도’를 논하였다. 이 단락에 나오는 문답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서 도를 찾아야겠다는 생각’과 ‘자신의 앎에 집착하는 모습’ 두 가지 모두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한 곳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 그 자체가 중도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우두종은 중국 선종의 하나로서 제4조 도신(道信)의 문하 법융(法融) 선사를 종조(宗祖)로 한다. 모든 것이 다 공성(空性)에서 나온다는 일체개공(一切皆空)을 종지로 삼았다.

初心學人 悟入此宗 信解圓通 有何勝力.

문 : 처음 배우는 사람이 이 종지를 깨달아 믿는 앎이 오롯하면 어떤 뛰어난 힘이 있습니까?
若正解圓明 決定信入 有超劫之功 獲頓成之力. 雖在生死 常入涅槃 恆處塵勞 長居淨刹 現具肉眼 而開慧眼之光明 匪易凡心 便同佛心之知見. 如太子具王儀之相 迦陵超衆鳥之音 將師子筋爲琴絃 餘音斷絶 以善見藥而治病 衆患潛消 若那羅箭之功 勢穿鐵鼓 似金剛鎚之力擬碎金山

답 : 밝고 오롯한 앎으로 올바르게 확실하게 믿는다면 세월을 뛰어넘는 공(功)이 있어 단숨에 부처님이 될 힘을 얻는다. 생사 속에 있더라도 늘 열반에 들어가고, 번뇌 속에 있더라도 언제나 깨끗한 부처님의 국토에 머문다. 현재 육안(肉眼)을 갖추고 있어도 혜안(慧眼)의 광명을 열고, 범부의 마음에서 바로 부처님의 지견과 같아진다.

이는 왕의 위의를 갖추고 있는 황태자 모습과 같고, 뭇 새들의 노래 소리보다 뛰어난 가릉빈가의 노래 소리와 같다. 사자의 힘줄로 거문고 줄을 삼으니 다른 악기의 줄이 끊어지고, 만병통치약으로 병을 치료하니 온갖 근심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세상의 수호신이 쏜 화살의 공력이 쇠북을 뚫고, 금강의 쇠망치로 무쇠로 된 산을 부수는 것과 같다.

則煩惱塵勞 不待斷而自滅 菩提妙果 弗假修而自圓 乃至 等冤親 和諍論 齊凡聖 泯自他 一去來 印同異 融延促 混中邊. 世出世間 不可稱不可量 不可說不可說之力 莫能過者 亦名佛力 亦名般若力 亦名大乘力 亦名法力 亦名無住力.

곧 티끌번뇌를 끊으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없어지고, 깨달음의 오묘한 결실로 따로 수행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오롯하다. 원수나 친한 이가 평등해지고, 서로 옳다거나 그르다고 주장하는 논쟁이 사라진다. 범부와 성인이 같아지고, ‘나’와 ‘남’이라는 차별이 없어진다. 가고 옴이 하나이면서 같고 다름을 인증한다. 늘리거나 줄이는 것도 한 자리에 녹아있고, 옳다거나 틀리다는 견해도 하나로 섞여있다.

세간과 출세간에서 무어라 부를 수 없고 헤아릴 수 없으며 말할 수도 없는 힘이니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를 또한 부처님의 힘, 반야의 힘, 대승의 힘, 법의 힘, 집착이 없는 힘이라 부르기도 한다.

所以 先德 釋云 無住力持者 則大劫不離一念. 又云 色平等是佛力 色旣平等 則唯心義成. 故知 觀心之門 理無過者 最尊最貴 絶妙絶倫 有刹那成佛之功 頓截苦輪之力.

그러므로 옛 스님께서는 이를 풀이하여 “집착 없는 힘을 지닌 사람은 영원한 세월도 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였고, 또 “모든 현상계가 평등한 것이 부처님의 힘이요, 모든 현상계가 이미 차별이 없다면 ‘모든 게 오직 마음이라는 이치’가 성립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알아야 한다. 마음을 보는 데에서 이치에 허물이 없는 사람이 가장 존귀하고 절묘하며 절륜하니, 이 사람에게 찰나에 성불하는 공력과 단숨에 윤회의 고통을 끊는 힘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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