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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안의 세상 책밖의 세상] 진리의 냇물은 흘러야 한다

기자명 법보신문

『사상의 자유의 역사』/존 B. 베리 지음/박홍규 옮김/바오출판사/2006

‘종교계 사립학교 안에서 당연한 듯이 억압당하고 있던 학생들의 종교와 신앙의 자유’를 주장하다 퇴학처분까지 받은 한 고등학생이 제기한 사건(?)이 6년 만에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았는데, 앞으로 이 일은 우리나라의 종교와 신앙 자유의 역사에서 기념이 될 것이다.

서양의 고전고대(classical antiquity)에는 비교적 사상의 자유가 확립되어 있었다. 물론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고 죽어가기도 하였지만 무오류(無誤謬)를 강제하는 성서가 없었으므로 “그 누구도 ‘천국’같은 것을 받아들이거나 무오류를 주장하는 권위 앞에 지성을 굴복시키도록 요구받지 않았다.” 그러나 기독교 공인 이래로 “이성이 속박되고 사상이 노예화되며 지식이 전혀 진보하지 못하였다.” 그들이 금지된 신앙이었을 적에는 관용을 주장했지만, 공인 이후 국가권력을 등에 업게 되자 이것을 버리고 철저한 불관용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기독교 공인 초기에 이미 기독교도들에게 “신에게 다다를 수 있는 길은 다양하다”며 종교 자유를 주장한 발렌스(Valens)라는 인물도 있었지만, 이런 주장이 통하기는 어려웠다. 성(聖) 아우구스티누스는 성서를 토대로 철저한 박해를 정당화하였는데, 그 근거는 루가복음에 나오는 ‘사람들을 억지로라도 데려다가 내 집을 채우도록 하라’는 구절이었다.(그가 과연 성인일까?) 이교도 탄압과 박해는 성직자들과 권력자들뿐 아니라 ‘카타르시스’를 갈망하는 대중에게서도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그래서 저자는 “이단에 대한 증오는 기독교의 배타적인 구원 교리에 의해 발생한 일종의 전염병균”이라고 본다.

16세기에, ‘성서에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묘사되어 있는 유대 지방이 사실은 비참한 불모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그리스 지리학자의 말을 믿었다는 이유로 화형당한 세르베투스(Michael Servetus)의 이야기는 종교의 악덕이 얼마나 깊었던지 잘 보여준다.

‘가톨릭의 잘못’을 지적하며 뒤집어엎겠다고 했던 루터와 칼뱅 등 프로테스탄트 지도자들도 기존 교회의 권위를 자신들이 해석한 성서의 권위로 대치했을 뿐 불관용의 정신에 관한 한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성서 해석 등에 있어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모든 이들을 자신의 땅에서 몰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박해가 종교의 불가피한 일부라면 그것은 재앙”이다. 따라서 이 재앙에서 벗어날 자유를 얻는 것은 완전한 사상의 자유로 가는 중요한 발걸음이다. 밀턴이 “진리의 냇물은 끊임없이 전진하여 흐르지 않으면 썩어서 순응과 전통의 더러운 엉덩이로 변한다”고 했듯이, “왜 그래야만 해?”라며 의심하지 않으면 썩게 된다. 때로 순응과 전통은 부패와 구습의 뒷모습일 뿐이다.

사상의 자유를 위한 싸움은 앞으로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늘 고민하고 생각과 의견을 쏟아내는데, 어느 시대 어떤 권력이든 그 새로운 사상을 싫어하고 억누르려 하기 때문이다. 

이병두 불교평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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