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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이 비불교적인 이유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0.05.17 15:25
  • 수정 2010.11.29 04:33
  • 댓글 0

장시기 동국대학교 교수

불교신문 5월 8일자에 실린 우봉규 논설위원의 ‘그리운 수월 스님’이라는 사설을 읽으면서 우봉규 논설위원은 아마도 고대 신라의 서라벌에서 태어났으면 원효 스님을 비난했을 것이고, 조선시대에 살았으면 왜군과 싸우는 서산대사를 공격했을 것이며, 일제 식민지 시대에 살았더라면 만해 한용운 스님을 일제 경찰에 고발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우봉규 논설위원이 원효, 서산, 그리고 만해 스님의 깨달음과 공덕, 불교의 역사성을 망각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우봉규 논설위원은 그 누구보다도 더 원효, 서산, 그리고 만해 스님을 존경한다고 말할 것이다. 문제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다.

우리의 불교사에서 큰스님들이 행한 당시대의 깨달음과 역사를 분명히 알고 있을 우봉규 논설위원이 ‘4대강 살리기 운동에 앞장 선 사람들’을 “환경과 생명을 기치로 내건 권력을 키워온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과거의 역사를 이해하면서 현실의 깨달음과 새로운 역사가 지니는 고난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이다. 그는 불교의 수행자가 반드시 지녀야만 하는 “세간 출세간 출출세간(世間 出世間 出出世間)”을 단지 “출세간”으로만 이해하여 이 시대의 큰스님들을 힐난한다.

더욱 큰 문제는 우봉규 논설위원이 과거 일제 식민지시대나 독재 개발시대의 논리와 사고로 21세기의 대한민국과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와 비전문가로 양분하는 그의 논리와는 달리 21세기의 대한민국과 세계는 결코 전문가의 시대가 아니라 수많은 정보가 넘쳐흐르는 인터넷 네트워크 정보화 시대이다.

소위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군사, 정치, 외교, 경제, 문화 등의 정보를 독점하여 그것을 자신들의 권력유지에 사용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따라서 정보화 시대에 필요한 것은 과거 제국주의와 독재권력에 봉사했던 정보독점의 전문가들이 아니라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살아있는 정보가 무엇이고, 어떤 정보들이 과거와 다른 새로움을 창조하고 생성시키느냐는 판단의 문제이다.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살아있는 정보를 판단하고, 어떤 것들이 권력의 충견들이 만드는 정보이고 또 어떤 것들이 과거와 다른 새로움을 창조하고 생성시키는 정보인가를 깨닫는 것이 21세기의 대한민국과 세계가 필요로 하는 지식이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과 깨달음의 근저에는 문명이니 개발이니 하는 인간적 이익이 아니라 생명과 자연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판단과 깨달음이 존재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문명과 개발의 이름으로 인간의 이익만을 모색했던 미국과 서구 유럽의 지식인들이 석가모니의 생명에 대한 말씀과 자연의 깨달음을 새로운 지식의 모태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과 자연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판단과 깨달음은 곧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생명이고 자연이라는 것이다. 생명이 예술이고, 자연이 하나의 예술품이라는 것이다.

 우봉규 논설위원의 글을 읽고 정말로 아연실색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강은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손을 보아주어야만 할 지역에 이르렀다”는 그의 판단이다. 마치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손봐주어야만 한다고 판단하는 것처럼 우봉규 논설위원은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근대의 제국주의 관점에서 인간과 자연을 판단하고 있다.

인간의 문명이 아무리 오만방자하더라도 그 어떤 인위적 힘도 자연을 손봐줄 수는 없다. 불교가 이 시대에도 그렇게 절실한 깨달음으로 오는 이유는 산과 강으로 대표되는 자연으로부터 항상 역행하는 인간이나 권력을 끊임없이 손봐주고 있다는 절대불변의 진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과 자연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수행하는 4대강 살리기에 앞장서고 권력에 대항하는 이 시대의 “출출세간” 원효, 서산, 그리고 만해 스님들에게 귀의하는 합장을 하며 글을 마친다.

장시기 동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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