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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저작권과 불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물의 하나인 바퀴를 어떤 바빌로니아의 귀족이 독점 생산하였다고 가정해보자. 그 귀족은 한 때 그 바퀴를 단 마차 위에서 영달을 누렸을 것이나, 인류의 대부분은 아직도 그 바퀴를 혐오하며 수레나 끌고 있을 것이다.

요즘 인터넷 서핑을 할수록 공허함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인터넷의 발견이 바퀴의 발명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바퀴 시대에는 없었던 정보 소유의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불과 2, 3년 전만해도 무료로 운영되던 컨텐츠들은 유료화 되기 시작했고 유익했던 개인 연구자들의 홈페이지는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는다. 마음대로 논문을 다운받았던 외국의 저널들은 불필요한 접속수를 막고 정보 매매율을 놓이기 위해 회원제나 유료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쓸만한 정보들이 방화벽 뒤로 숨는 동안 폭력적이고 비인륜적인 정보가 넘치기 시작했다.

몇 년 전만해도 집에서 박사논문들을 다운 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 자전거를 타고 대학 캠퍼스까지 들어가 그곳의 컴퓨터를 이용해야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앞으로 대학 컴퓨터도 학생증이 있어야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현실의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지리상이 인터넷 속에서 이식됨으로써 처음 인터넷에 기대했던 유토피아의 환상은 축소되었다. 반면 냅스터나 그누텔라, 또는 리눅스 같은 유토피아 방어군이 인터넷의 상업화를 부추기는 거대자본과 국지전을 벌이고 있다.

분쟁의 가운데에는 역시 돈과 권력이 있다. 대기업들은 인터넷을 정보분배의 활용가치보다는 시장을 점유할 유통망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무한경쟁과 그 경쟁에서 이기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독점의 형태는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으나, 여전히 그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 기술의 종속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인터넷은 이미 정보를 공유하는 유토피아적 가상 공동체에서 벗어나 통제불능의 시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불교계가 침묵하고 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아주 오래전에 인드라의 그물과 유리구슬로 은유하여 네트워크의 궁극적인 이상을 표방한 적이 있다. 그 이상적 세계관은 그러나 환상적인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이미 세계 속에 구현되어 있다. 자본주의의 체제에 길들여진 중생은 불교의 공동체적 이상 앞에서 자꾸 멈칫거리는 듯이 보인다. 인터넷에 불국토를 건설해야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불국토가 정보공유의 공동체임을 말하는 사람은 적다. 그 이유는 정보가 곧 재산임을 누구나 쉽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재산을 공유하는 운동은 불가능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보재산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까닭이 있다.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재산권은 대체로 지적 저작권에 대한 것이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그 저작권은 노동에 대한 댓가에 의한 정의라기 보다 창조성이나 고유성에 의해 결정된다. 이러한 법적 해석은 불교의 사상과 잘 호응하지 않는다. 불교에서 독존적이거나 독창적인 저작권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불교인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자신들의 컨텐츠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외치고 있으며, 저작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한다. 유감스러운 것은 불교인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은 언제나 사찰 속에만 머물고 있으며, 세상 속에서는 다른 규칙과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정보노동에 대한 가치를 완전히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 이상을 위하여 디지털 정보 공유에 대한 최소한의 도덕성을 발휘하자는 얘기다.

만일 불교적 이상을 인터넷의 가상 공간 속에서 구현하고자 한다면, 정보재산에 대한 불교적 이해가 정의되어야하고 그에 부합되는 실천이념이 시급히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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