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가 말을 걸다] ⑫ ‘스트레인저 댄 픽션’

기자명 법보신문

하루하루가 빛나는 사랑의 선물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의 한 장면.

삶은 죽음이 있어서 더 빛납니다. 그러나 우리는 쉽게 그 사실을 잊고 삽니다. 언제 무슨 일로 먼저 맞이할 수도 있지만 아직 죽음이라는 삶의 과정이 쉽게 다가오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요. 삶이 유한하다는 진리가 삶을 더 풍부하게 해 줄 수 있습니다.

매일 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해롤드 크릭이라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물론 자신이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은 모릅니다. 그는 숫자에 아주 민감하고 정확합니다. 양치질하는 횟수와 넥타이를 매는 공식, 출근 버스를 타러 가는 곳까지의 발걸음 숫자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반복된 일상을 살아온 것입니다. 그는 국세청에서 일합니다. 미납세자들에게 세금을 걷는 일을 하지요. 이런 일상을 그는 행복해하지 않습니다.

그런 그에게 작은 변화가 찾아옵니다. 어떤 여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자신의 행동을 그대로 묘사하고, 그의 마음 상태를 정확히 짚어내지요. 일상의 변화에 그는 쉽게 적응하지 못합니다. 그러다 그 목소리가 죽음을 암시할 때 그는 혼돈에 빠집니다. 그리고 자신이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소설 속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확신합니다. 그에게 닥친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지요. 결국 죽기 전 자신이 해보고 싶은 일들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토록 배우고 싶었던 기타를 사서 배우고, 숫자를 세지 않습니다.

첫 눈에 반한 안나 파스칼에게 사랑을 고백하지요. 그 사랑으로 그는 모든 것이 변합니다. 그렇게 틀에 박힌 삶을 벗어던진 그는 자신의 삶이 희극이라고 믿습니다. 허나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게 된 그는 곧 삶이 비극임을 알고 덤덤히 받아들입니다. 한 편의 소설 같은 삶에 그는 만족한 것입니다. 작은 변화에서 오는 행복을 누렸다는 안도감일지도 모릅니다.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우리가 두려움과 절망, 어쩔 수 없는 비극적 일상에서 용기를 잃어 갈 때 무엇이 떠오르는 지요. ‘스트레인저 댄 픽션’에는 소설 같은 삶이 결국 소설이 아니라는 말을 역설적으로 가르쳐 줍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손길, 작은 격려, 사랑스러운 포옹, 위안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넌지시 건넵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다 큰 자신에게도 “차 조심하라”는 부모님 말씀, 힘들 때 “기운내”라는 격려와 사랑하는 이의 포옹은 우리에게 큰 행복입니다. 익숙해진 탓에 그 가치를 쉽게 생각하진 않았는지요. 나태주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일상이 하루하루 빛날 수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삶의 과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오래 그리고 자세히 일상에서 놓친 것들을 봐야 합니다. 일상적으로 자신이 건네는 말과 행동도 진심을 담아야 합니다. 늘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이 행복을 전하기 마련입니다. 하루하루 빛나는 삶을 사는 것은 자기 몫이겠지요.

“우리 세대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인간이 자기 마음자세를 바꿈으로써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