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가 말을 걸다] ⑬ ‘인생은 아름다워’

기자명 법보신문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장면.

평소 말수가 적으셨습니다. 일을 마치면 꼭 집에서 저녁을 드셨습니다. 자식들에게 따듯한 말보다는 야단이 우선이셨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이었던가요. 모두가 큰 아들의 생일을 잊고 있었을 때, 아버지는 퇴근길에 케익을 사오셨습니다. 웬 케익이냐며 모두가 의아해했습니다. “큰 아들 생일이잖아.” 이 한마디는 가족들의 마음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켰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얼마 전 허리를 다치셔서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고향의 병원에서 뵈었습니다. 걱정 하지 말라며 어서 서울로 올라가 직장 생활 열심히 하란 말씀 뿐이셨습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들은 어머니의 말씀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많이 약해지셨다. 평생 가족만 보고 일만 하시던 분이 일을 못하게 되니 힘들어하신다.” 그 동안 아버지의 헌신적인 노력에 울고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왔다는 사실이 고마웠습니다.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이 맹위를 떨치던 1930년대 말. 또 한 명의 아버지가 가족에게 행복 바이러스를 전합니다. 순수하고 맑은 인생관을 가진 귀도는 운명처럼 초등학교 교사 도라를 만납니다. 그에게 끌린 도라는 그와 결혼해 아들 조슈아와 행복한 가정을 꾸립니다. 그러나 조슈아의 생일잔치가 있던 날, 독일의 유태인 말살 정책이 따라 귀도와 도라, 조슈아는 포로수용소로 끌려갑니다.

남편과 아들을 사랑하는 도라는 유태인이 아니면서도 자원하여 그들의 뒤를 따르지요. 귀도는 수용소에 도착한 순간부터, 조슈아에게 자신들이 처한 현실이 실은 하나의 신나는 놀이이자 게임이라고 속삭입니다. 귀도는 자신들이 특별히 선발된 사람이라며 1,000점을 제일 먼저 따는 사람이 1등상으로 진짜 탱크를 받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두 사람은 아슬아슬한 위기를 셀 수 없이 넘기며 끝까지 살아남지만, 아내를 구하려던 귀도는 독일군에 발각돼 죽음을 맞습니다. 그럼에도 귀도는 마지막 순간까지 숨어있는 조슈아에게 밝은 모습을 보입니다.

마침내 독일이 패망하고, 미군의 탱크를 타고 고향으로 향하던 조슈아는 도라와 재회하며 순진무구한 웃음을 보입니다. 훗날 이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회상하는 조슈아의 독백은 아버지의 사랑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희생이었는지 깨닫게 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의 문화가 사랑의 힘을 평범한 일상으로 전락시켜버린 듯 합니다. 점점 한 식탁에서 식구들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기가 힘이 듭니다. 식구란 말은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이며 가족의 다른 말입니다. 한 식탁에서 소소한 자신의 일상들을 얘기하곤 했던 풍경이 낯설어 지는 요즘 아버지, 어머니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라도 건넨 적이 있는지 되돌아볼 일입니다.

어쩌면 인간의 진정한 용기는 사랑으로부터 시작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이 먼저 손을 내밀면 많은 것이 바뀌지 않을까요. 손을 내미는 용기가 바로 사랑입니다. “아버지, 어머니. 당신들이 있어 행복하게 잘 자랐습니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