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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心淸心] 스님과 상담가의 차이

기자명 법보신문

연기법은 일체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가르침이다. 너와 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은 너의 문제가 곧 내 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세상의 문제가 곧 내 문제라는 말이기도 한 것이다. 나의 내면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외적으로 투영되어 나올 수가 없다. 내가 목격하는 모든 문제는 그것이 제3자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인식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와 관계된 문제이며 나아가 바로 ‘내 문제’라는 것이다.

그 모든 세상의 문제가 나에게서 나왔다는 말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도 나라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우리는 어떤 사람이 문제나 고민을 가지고 올 때 그 고민을 들어 주고 답을 내려 주지만, 우리 마음에는 그것이 ‘네 잘못’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것은 ‘너의 문제’이고 나는 그 문제를 상담해 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것은 그의 문제이기도 한 동시에 ‘나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왜 그런가? 세상은 완전히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왜 하필이면 그 사람이 나에게 상담을 하려 왔겠는가? 나와의 공유된 업연이,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때때로 스님들께 상담을 하고 온 신도님들 중에는 특별히 스님께서 답을 주신 것은 없는 데, 다녀오고 났더니 문제가 풀리기 시작한다거나, 병으로 아파하던 환자가 스님을 친견하고 났더니 낫기 시작한다거나 하는 가피를 경험했다고 하기도 한다.

그것은 왜 가능한가? 스님과 심리상담가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상담가들은 상대방의 문제를 상대방의 문제로 보고 상대방이 어떻게 치유를 하면 될지를 알려주는데 반해, 수행자의 방식은 상대방이 가져 온 문제를 상대방 문제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그것이 바로 내 문제라고 생각함으로써 내가 닦아야 할 수행의 재료라고 받아들인다. 그래서 수행자는 상담을 하면서 자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본다. 분명한 것은 상대방 문제의 원인은 내 안에도 있다는 사실이고, 그렇기에 내 안에 있는 그 원인을 닦고 비움으로써 상대방과 연결되어 있는 공업이 함께 닦여지면서 상대방과의 문제가 풀리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바로 불교 의식이나 법회에서 행하는 축원의 비밀이다. 스님들이 축원을 해 준다고
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물론 가장 직접적이고 빠른 방법은 자기 자신이 직접 닦는 것이겠지만 나와 인연 맺은 스님께서 마음을 비우고, 온전히 깨어있는 정신으로 나의 이름을 불러주고 축원을 해 준다면 스님의 법력이 법계를 울리고 나와 연결되어진 내 안의 업도 함께 변화를 맞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내가 만나는 모든 경계, 사건, 문제, 사람들은 사실은 온전히 내 문제며 내 책임이다. 상대를 탓할 일은 없다. 상대를 바꾸려고 애쓰지 말라. 내가 그 문제를 인식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그것은 내 문제요, 내 숙제다. 심지어 정치, 경제, 사회, 부정부패들, 환경, 가정, 자식, 남편문제 등 이 모든 문제들은 사실 내 안에서 벌어지는 ‘내 문제’다. 내 문제가 풀리고 나면 내가 사는 세상이 청정해진다. 심청정 국토청정이라는 유마경의 말씀이 바로 이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깨닫고 보니 이 세상은 본래부터 깨달아 있었다고 하셨다. 부처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특별히 구제해야 할 중생은 없다. 내가 깨달음을 얻는 순간, 이 우주는 동시에 함께 깨어난다. 내 업장을 닦고 소멸시키는 순간, 이 우주도 함께 어둠을 닦아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문제를 바깥으로 돌리지 말고, 내 문제로 보고 나 자신을 닦으라.

운학사 주지 법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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