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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 불자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기자명 법보신문
  • 사회
  • 입력 2010.07.14 16:13
  • 댓글 0

14일 조계사서 문수 스님 추모 생명평화 선언
“사회현안에 대규모 자발적 동참은 처음” 평가
“공사현장 릴레이 순례 등 실천 뒤따라야” 지적

5000여 스님들이 생명평화선언을 한데 이어 2만 명의 재가불자들이 한 목소리로 “4대강 사업 중단”을 강력히 촉구했다.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는 7월 14일 서울한강선원 문수 스님 분향소 앞에서 생명평화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4대강에서 반생명적 파괴행위가 중단될 때까지 불퇴전의 자세로 정진하겠다”고 천명했다.

2만 명의 불자들은 정토회,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에코붓다 대표들이 낭독한 선언문에서 “우리 어깨에 죽비를 내려친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에 화답하고, 생명평화의 권리를 파괴하고 짓밟는 모든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며 “1200만 불교도들은 오늘부터 4대강을 위해, 가난한 이웃들의 삶을 돌보는 조화로운 세상을 위해 자비무적의 정신으로 나서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또 국민들에게 “강의 생명들을 짓밟는 개발이익에 대한 욕망이 죽이는 4대강의 생명들은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살릴 수 있다”며 호소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한 수행자가 포크레인에 신음하는 생명의 목소리를 아파하며 목숨을 던졌다”며 “지금이라도 국민의 소리를 듣고 특정 구간 한 곳을 시범적으로 지정해 사업을 하고 그 영향을 면밀히 살펴 확산하라는 최소한의 합리적 대안을 외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번 생명평화선언에는 2만 명에 가까운 불자들이 직접 서명하고 동참의사를 밝혔다. 당초 선언은 1만 명을 목표로 추진했으나 1주일 동안 1만 6917명이 서명해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불교계의 사회참여 의식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동참대상도 정토회 7341명을 비롯해 불교환경연대 2143명, 불교여성개발원 1774명, 봉은사 1354명 등 교계 단체와 사찰의 회원 및 신도들이 고루 참여했다. 아직 서명이 진행 중인 사찰에서 서명 명단이 도착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2만 명은 넘을 것이라는 게 불교연대 정웅기 상황실장의 설명이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박광서 공동대표는 “종단 사태 때는 재가 지도자들이 중심이었으나 이렇게 불자들이 직접 서명을 하며 2만 명 규모로 동참한 것은 최근 유례가 없었다”며 “정토회 빈그릇운동 100만 명 서명에는 국민들도 다수 있었다. 이번 선언처럼 4대강 사업이라는 사회현안에 대해 불자들의 자발적 동참은 처음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향후 불교연대는 7월 17일 국민추모문화제를 여법하게 회향한 뒤, 문수 스님의 생명살림 원력을 이어갈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또 생명평화선언 동참 서명운동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생명평화선언은 종단의 각성을 요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운을 뗀 서울대 불이회 부회장 우희종 교수는 “전국 사찰의 신도들이 방생대신 4대강 현장을 방문하는 등의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며 “종단의 도움이 필요하며, 재가자와 스님 간의 긴밀한 협조도 중요하다. 구체적인 실천이 이뤄져야 생명살림 유지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다음은 선언문 전문.

 

모든 생명가진 것들의 평화로운 공존을 가르치신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 승가에 귀의합니다.

베트남의 틱쾅둑 스님이 독재정권의 압제에 항거하며 소신(燒身)한지 47년이 흐른 오늘, 우리는 자신의 몸을 살라 4대강의 뭇생명과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구하고자 하였던 한 젊은 수행자의 처연한 희생 앞에 섰습니다.

문수 스님!
당신의 소신공양은 자신의 육신을 던져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자 한 대자비심의 발로였음을 우리는 압니다. 향유를 끼얹고 몸을 스스로 태워 온 우주를 비추었던 희견보살의 소신공양이 그러하였을 것이며, 셀 수 없이 많은 전생에 자기 육신을 던져 다른 생명을 구하였던 석가모니 부처님의 보살행이 그러하였을 것입니다.

찢어지고 할퀴어져 속살을 드러낸 채 아우성치는 강의 신음에 스님이 그토록 아파하는 동안, 우리는 부끄럽게도 귀머거리와 장님이었습니다. 이토록 참혹하게 생명의 강이 파헤쳐지는지 몰랐고, 이 시대의 환경보살들이 얼마나 외롭게 분투하고 있는지도 외면하였습니다.

문수 스님!
고요하고도 자비로운 당신의 항거 앞에서 이제야 참회합니다. 인간의 삶이 얼마나 자연에 깊이 의존하는지를 모르고, 다른 생명을 가벼이 여겼던 우리 안의 무지를 참회합니다. 자연을 오직 수탈의 대상으로만 삼는 무분별한 개발 행위를 방치, 동조해온 우리 안의 무관심을 참회합니다. 무지한 국가지도자들에게 생명과 평화의 가치관을 조금이나마 심어주지 못한 우리의 무능력을 머리 숙여 참회합니다.

우리 불교도들은 이제 우리 안의 무지와 무관심, 무능력부터 떨치고 일어서려 합니다. 생명과 평화를 살리는 대장정에 망설임 없이 나서, 우리 어깨에 죽비를 내려친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에 화답하고자 합니다. 사람과 사람 아닌 모든 존재들은 평화롭게 공존할 권리가 있음을, 그 권리를 파괴하고 짓밟는 모든 행위에 대해 당당하고 단호하게 맞설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발겨두려 합니다. 우리 1천 2백만 불교도들은 금일부터 생명과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4대강을 위해, 가난한 이웃들의 삶을 돌보는 조화로운 세상을 위해 자비무적의 정신으로 나설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호소합니다!
오로지 개발이익만을 생각하는 무지와 탐욕으로 인해 환경파괴가 자행되었고, 이로 인해 인간의 건강에서부터 기후, 경제에 이르기까지 삶 전체가 파괴될 위험에 처한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도덕이나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의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우리 모두의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유독 한국사회에서는 구태의연한 대규모 환경파괴행위들이 전국토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바뀌었고,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인류와 지구에 대한 보편적 책임은 그만큼 더 커졌습니다. 그런데도 아름다운 우리 강과 강의 생명들을 이토록 무참히 짓밟으면서, 우리가 어떻게 선진화되고 세계화될 수 있겠습니까? 편협한 이기심, 개발이익에 대한 욕망으로 우리의 문화유산과 정신을 묻어가면서 어떻게 국민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애정만이 죽어가는 강의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조화로운 공존의 세상을 열어갈 수 있도록 국민 모두의 지혜와 용기를 모아 나갑시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호소합니다!
한 수행자가 포크레인에 신음하는 생명의 목소리를 아파하며 목숨을 던졌습니다. 제 목숨 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더 많은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기를 희생하였습니다. 대통령과 정부는 지금이라도 생명파괴를 염려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특정 구간 한 곳을 시범적으로 지정하여 사업을 집행하고 그 영향을 면밀히 평가한 후 확산여부를 결정하자는 국민 다수의 요구를, 최소한의 합리적 대안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십시오.

우리 불교도들은 금일로부터 문수 스님의 유지를 깊이 새겨, 4대강에서 반생명적 파괴행위가 중단되고, 생명 있는 모든 것들에게 평화가 올 때까지, 불퇴전의 자세로 정진해 나갈 것임을 시방세계에 고하는 바입니다.

2010. 7. 14
문수 스님 소신공양 추모, 4대강 개발 반대를 염원하는
재가불자 1만인 생명평화선언(1차) 동참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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