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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心淸心] 신도증은 5천원?

기자명 법보신문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어린 학생들을 모아 불교학교를 진행한다.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 여름 성경학교라고 하는 교회 프로그램에 여러 번 참가했던 기억이 새롭다. 많은 사람들이 불교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어린이 포교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다. 요사이 포교원을 중심으로 어린이포교에 남다른 열의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직도 단위사찰에서는 포교 열의가 불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 포교원에서 어린이 신도증을 발급하기로 했다고 자료를 보내왔다.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어 자세히 보니 발급비용이 5,000원이라고 한다. 물론 성인들의 절반금액이니 어린이라 많은 배려를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과연 어린이들이 (비록 작은 금액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5천원을 지불하고 신도증을 소지할 필요성을 얼마나 느낄까?

포교현장의 상황은 참으로 열악하다. 합창단을 운영하다보니 매월 소액의 단비를 내지 못해 참가를 힘겨워하는 경우도 있다. 지휘자, 반주자, 트레이너의 보시금은 물론 모두 사찰에서 부담하고, 수시로 발생하는 소모품까지도 사찰의 지원 없이는 마련하지 못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필용성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도 없는 어린이 신도증 발급비용을 부담하라고 하면 과연 시골의 어린불자들이 어떻게 생각 할까? 물론 부모님들이 자식을 위해 신도증을 소지하도록 유도 할 수 있겠지만 안타까운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난생 처음 조계사에 갔을 때였다. 입구 어디쯤에서 소책자가 있어 무심코 한권을 집었더니 지키고 있던 사람이 “2천원입니다” 라고 말했다. 제목을 보니 ‘불교기초교리’였다. 갑자기 의아한 생각이 나서 불교 알리는 책 아니냐고 했더니 그래도 돈은 받는다고 했다. 정말 작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참으로 오랜 생에 선연이 깊어서인지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 ‘공짜로 주지 않는 걸보니 뭔가 가치 있는 내용이 있겠거니’하고 구입해서 읽었다. 물론 그 책으로 인해 불교를 알게 되었고 지금은 출가까지 했으니 작은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처음 어떤 단체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따스한 마음으로 친절을 베풀 때 어쩌면 그 집단 전체에 호감을 갖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교회에 처음 가보면 성경책과 찬송가뿐만 아니라 여러 소식지와 신앙심을 일구기에 알맞은 서적들을 전해주며 선교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을 쉽게 접하게 된다. 그에 비해 어린불자들에게 조계종에 소속되어있다는 신도증을 만들어주면서 비용을 부담시키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요즘 삼호운동(三好運動)을 열심히 전개하고 있다. 신구의(身口意)를 잘 닦아 스스로 복을 받고 가정을 화목하게 만들고 나아가 우리 사회를 행복한 사회로 만들자는 운동이다. 하지만 나부터 쉽지가 않다. 항상 좋게 생각하는 힘을 기르려고 하면서 오늘도 애정과 사랑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어 불평만 늘어놓고 말았으니 말이다.

좋게 생각하고 싶다. 서귀포 밀감집 아이들이나 부담될 뿐 누가 요즘 자식을 위해 쓰는 5천원을 부담스러워하겠는가? 아니다. 어쩌면 어릴 때부터 철저히 보시와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인과법을 열심히 학습시켜야 좋은 불자로 거듭나게 될 것 아니겠는가? 제주에 사는 삶이 정말 덥게 느껴진다. 세상이 온통 덥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삼복을 달구는 햇살 때문 일게다. 내일은 좀 시원해질 건가?

약천사 주지 성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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