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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칼럼] 계율을 꽃 피우려 한 것은

기자명 법보신문

영산율원이 문 닫게 된 건 부덕의 소치
계율 연구 계속 돼 청정승가 되길 발원

몇 년 전 만해도 율원은 겨우 해인총림 한 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습의, 인례사가 없어서 종단 이름으로 모집 공고를 하였더니,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을 봐도 그 때의 사정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율원을 하는 것은 주위에서 생각하듯 명예와 이양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만 생각이 바르고 행이 바른 수행자를 한 사람이라도 더 길러서 계율을 꽃 피우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1996년 6월 영산율원을 개원했는데, 많은 분들이 무언의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깊은 관심으로 지금까지 지켜봐 왔다.

처음 율장을 만난 것은 1967년 해인총림 동안거 때였다. 그 때는 열심히 공부를 하려고 해도 공부 할 책이 없었다. 400자 원고지를 인쇄해서 배워야 할 것들을 한 자 한 자 옮겨 가면서 공부를 했다. 책을 한 번 빌려보기 위해서 3000배 절을 해야 했고, 절을 하면서 우리는 마음속으로 ‘후학들만이라도 책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겠다’고 발원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간절한 염원으로 70권의 율장전서가 완간되었다. 책은 각 본사와 관심 있는 이들에게 배포되었고 중국 남경에 있는 청나라 때 계율도량 융창율사 도서관에도 기증을 했고, 기타 동남아 불교국가에도 인연이 닿는 곳이면 모두 보냈다.

또 공부하기 쉽도록 사분비구계본강의초, 사분비구니계본강의초, 율학논문집, 사미율의찬요, 사미율의요략, 사미니율의 요략, 사미율의 술의와 증주 등 참고서도 간행하였다. 지난 2009년 10월에는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4권이 한 질로 된 현토 번역 사분율 60권이 완간되기도 하였다. 동시에 계속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는 ‘율학연구회’라는 모임까지 만들어 상당수 회원이 모였다.

율원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정신적 물질적인 것을 베풀면서 이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 계율을 지키면서도 이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 고통을 참고 견디며 어떤 말에도 동요하지 않는 사람, 정진 노력하여 게으름이 없고 물러나지 않고 움직이지 않는 사람, 어떤 원망에도 집착하지 않는 사람, 단계를 깊이 쌓아가는 사람, 이런 경지를 계속 초월하며 제불의 지혜를 갖추기에 이르는 사람, 제불 가까이서 법을 듣고 많은 지도자를 친견하고 모든 사항을 바르게 관찰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선정을 닦아 편견을 떠나서 전지자의 지혜를 갖춘 사람, 세간 속에서 사람들을 지도하며 범부도 되고 성자도 되어 온갖 경계에 몸소 들어가 사람들을 눈뜨게 하는 사람, 사람들의 원을 이루어 주고 세상을 훌륭하게 만들며, 여래에게 공양하고 존재를 깨닫는다. 수행으로써 진리의 지혜를 구족하고, 불국토를 드러내며, 제불의 지혜를 채득한 사람, 마음의 힘으로 번뇌를 끊고, 사람들을 위해서 정신적, 물질적인 모든 것을 베풀며 이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란 이런 일일 것이다. 이제 영산율원이 문을 닫게 된 것은 우리의 부덕한 소치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여러 가지를 돌아본다. 해인, 송광, 통도사의 율원장을 배출했고, 교육이 개혁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할 일이 여기까지였음을 생각한다.

스님들이여, 지금도 바람이 있다면 ‘계율이 번창하여 정법이 오래 머무르는 일에 애쓸 수 있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또 계율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도 ‘계율을 공부하여 청정승가를 위하여 회향할 수 있도록 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고 싶다. 

철우 스님 율장연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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