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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국제학술대회 내용과 의의

기자명 법보신문
  • 집중취재
  • 입력 2010.08.16 12:39
  • 수정 2011.06.2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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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의 전통 세계에 알린 ‘간화선 대법회의 향연’

수준급 논문 다수…선 대중화에도 큰 기여
동아시아 각국 간화선 현황도 상세히 소개

 
동국대 불교학술원이 8월 12~13일 교내 중강당에서 개최한 간화선 국제학술대회. 발표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이 8월 12~13일 교내 중강당에서 개최한 간화선 국제학술대회는 동국대 이사장 정련 스님이 격려사에서 밝힌 것처럼 ‘간화선 대법회의 향연’이었다. 세계 유수대학의 저명한 선(禪)학자들과 국내 학자들이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해 간화선을 주제로 깊이 있는 논의를 전개함으로써 우리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소중한 기회가 됐을 뿐 아니라 우리를 넘어서 세계 선수행의 흐름에 대해 알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한국이 간화선의 전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음에도 세계학계에서 한국의 간화선은 늘 ‘아웃사이더’였고, 이러한 사정은 간화선을 일컫는 용어가 일본의 ‘젠(Zen)’이나 중국의 ‘찬(Chan)’ 일색으로 불리는 저간의 사정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나곤 했다. 그러나 ‘간화선, 세계를 비추다(Ganhwa Seon, Illuminating the World)’라는 주제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한국의 독창적인 간화선을 표방함으로써 한국 간화선의 학문적·대중적 위상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수행법이 간화선이라는 점을 반영이라도 하듯 이번 국제학술대회가 열리는 이틀 내내 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동국대 중강당은 대중들로 가득 찼다. 또 이러한 대중들의 열기에 호응이라도 하듯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한 국내외 학자들은 발표와 토론에 정성껏 임했고, 논문도 ‘수준급’이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먼저 미국 버클리대 로버트 샤프 교수가 “간화선은 대혜종고 스님이 재가 문인들을 위해 창안한 수행법으로 당시 승가의 보편적인 수행법이 아니었다”라는 주장은 국내 불교학계에 충격적으로 와닿고 있다. 국내에서 간화선은 최상승의 수행법으로 일컬어져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샤프 교수의 주장은 한국 간화선이 지적인 전통을 회복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가 될 수 있는 동시에 오늘날에도 여전히 간화선이 일반 지식인들을 교화하기 위한 대중적인 수행법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주장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샤프 교수에 이어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은 중국 선종 간화선 수행의 핵심인 간화 3요체(대신심, 대분심, 대의정)와 인도불교의 수행체계인 37보리분법 중 5력(신, 정진, 염, 정, 혜)에 비교해 각 수행법의 특징과 공통점을 규명해 눈길을 끌었다. 또 하버드대 나타샤 헬러 박사는 간화선은 초기단계인 대혜종고 스님의 가르침에서부터 재가불교 신자의 수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뿐 아니라 간화선 자체가 재가신자들의 요구에 맞도록 적응시킨 수행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원나라 때 임제종 계열의 고승인 중봉명본 선사가 재가신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간화선을 늘 사용했으며, 나아가 간화선을 문인들에게 가장 적합한 수행법으로 제시했음도 밝혔다.

 

이어 동국대 선학과 교수 종호 스님은 간화선은 그 어떤 수행법보다 ‘간명 직절’한 수행법으로 규정한 뒤 ‘목표의 직접성과 자체의 진법적 성격, 그리고 법계 전체의 함축성 등이 화두에 깃든 내재적 구조’임을 논증했다. 미국 햄프셔대 교수 혜민 스님은 한국불자들에겐 익숙하지만 서구 불자들에겐 생소한 송담, 성철, 수불 스님 등 현대 선사들의 공안 참구에 대한 가르침을 소개해 외국 학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어 이덕진 창원전문대 교수는 한국에 간화선을 도입하고 체계화했던 보조지눌과 진각 혜심 스님을 중심으로 한국 간화선의 특수성과 보편성을 제시했으며, 김방룡 충남대 교수도 한국 간화선의 시원이라 할 수 있는 보조선에 대해 근·현대 간화선사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개괄적으로 보여주었다.

 

첫날 마지막 발표자인 하버드대 제임스 랍슨 교수는 종교유형으로서의 간화선에 대해 고찰했다. 그는 임제종과 조동종을 구체적으로 비교한 후 임제종에서 추구하는 능동적인 변화와 근본적인 깨달음과는 대조적으로 조동종은 인간의 내재적인 각성의 표현과 일상생활에 주안점을 두고 있음에 대해 설명했다.

 

국제학술대회 이틀째인 13일 첫날 발표자로 나선 동국대 교수 혜원 스님은 돈오를 향한 수선(修禪)의 전개상에서 간화선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꼼꼼히 고찰한 후 간화선을 최상의 수행법으로 간주하는 한국 조계종은 『육조단경』을 신봉하면서도 실천은 철저하게 점오(漸悟)의 선법을 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르웨이 오슬로대 할보 아이프링 교수는 명나라 감산덕청의 법문에 대한 조명을 통해 번뇌망상을 없애는 구체적인 명상수행법을 소개했으며, UCLA 윌리엄 보디포드 교수는 간화선과 중세 일본의 자세점검(子細點檢)에 대해 조명했다.

 

이어 일본 임제종의 고지마 타이잔 스님은 일본 선불교계의 현황과 전망을, 한산사 용성선원장 월암 스님은 한국불교 전통선원의 현황과 수행에 대해 각각 소개함으로써 일본과 한국의 선 문화의 현황에 대해 체계적으로 소개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미국 포모나대학 시지루 스님도 근대 중국불교의 고승이었던 허운 스님이 정토와 화두를 결합한 “부처를 염하는 이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현대 중국의 화두참구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동국대 오영교 총장은 “간화선은 화두를 들어 마음의 본질을 꿰뚫어보고자 하는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선수행법”이라며 “이번 국제학술세미나는 동·서양의 간화선 학자들과 선원의 고승대덕들이 대거 참여해 동아시아 간화선을 비교 조망함으로써 한국간화선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이해와 대중화를 실현하는 소중한 자리가 됐다”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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