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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피이야기] 한 생각도 함부로 하지 말라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는 한 생각에 대한 가르침으로 가득하다. 한 생각 깨치면 그 자리가 부처라 하고, 한 생각 어두우면 그 자리가 바로 중생이라 가르친다. 지옥도 다른 곳이 아니라 한 생각 함부로 쓰면 바로 그 자리가 지옥이라는 것이다. 한마디 말이 세상을 지옥으로 또는 극락으로 만들듯이 한 생각 역시 마찬가지다. 말도 함부로 하지 말라 하신 것처럼 생각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생각도 함부로 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함부로 일으킨 한 생각이 함부로의 운명을 걷게 하고, 허공계에 가득한 보이지 않는 부정적 존재들과 어떤 형태로든 생각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보이는 존재와 보이지 않는 존재들 상호간 생각으로 연결 돼 생각이 서로 읽혀지기도 하고 읽을 수도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선사들의 법거량을 통해 봐도 그 같은 가르침이 빈말일 수가 없다. 부처님 말씀대로 허공은 보이지 않는 존재들로 꽉 차있다.

특히 허공은 영혼들의 바다, 식(識)의 바다라고 하신 가르침도 충분히 음미해 보아야만 한다. 그들과 우리들 역시 생각으로, 또 마음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사론에 등장하는 구근문(具根門)을 보면 영혼들 역시 안이비설신의의 감각기관이 모두 갖춰 있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있다. 유식에도 사람이 죽은 뒤 육신이 부패하여 소멸되더라도 6식과 7식인 말나식은 소멸되지 않고 8식인 알라야식에 합류하게 된다. 알라야식은 개인적인 생명의 근본유(根本有)로 무한한 과거로부터 영원의 미래를 향해 끝없이 흘러오고 흘러가는 당체다.

8식에 잠복된 6식과 7식 말나식은 다시 태어나게 되면 전생을 바탕으로 활동을 재개한다. 근본유로서의 8식은 6식, 7식에 관계없이 죽어도 멸하는 법 없이 그 흐름을 계속하므로 항행식(恒行識)이라 부르기도 한다. 알라야식인 8식은 우주 대생명 그 자체와 하나가 되어 있으면서도 객체 생명과 융합되는 존재다. 이른바 공의 상태라 부르기도 한다. 불교의 중유(中有), 식(識), 근본유(根本有) 등은 공과 통하는 의미로 현대 심층심리의 의식·무의식의 분석을 능가하는 세계라 할 수 있다.

불교심리학과 프로이트의 현대 정신분석학을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신분석학은 개인을 지배하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무의식적 억압이 인간의 진실한 현실생활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얘기한다. 정신분석학은 심리 분석을 통해 인간의 정신적 치료를 가능케 하려는데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억압된 무의식적 충동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한 인간은 실상을 왜곡 해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프로이트는 발견한 것이다.

잠재의식에 의해 실상을 왜곡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통해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무의식적 힘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프로이트의 심리학은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하겠다. 에리히·프롬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체계는 병을 치료하는 개념을 초월해 정신병환자만을 위한 치료법만이 아니라 인간의 구제에 큰 목적을 둔 것이었다는 얘기하고 있다. 프로이트의 분석체계에 불교적 의미를 부여한다면 불교의 목적이 무지에 의한 아집, 갈애 등에서 인간을 해방시키려한 것이라 할 때 어느 정도 유사한 점을 생각 할 수 있다.

해탈의 길이 결국 유식에서 말하는 말나식, 알라야식 등으로 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고 볼 때 그 길은 가시덤불과도 같은 무량한 식들의 세계를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는 허공계에 가득 차있는 갖가지 식들의 세계와 생각으로 연결돼 있는 우리들의 삶을 끝없는 수행을 통해 생각을 다스리면서 정진하는 길이 바로 영원한 해탈의 길이며 부처님의 무량한 가피가 함께 하는 행로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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